미국 공군 항공기가 아프가니스탄 철군 시한을 하루 앞둔 30일(현지시간) 수도 카불 국제공항에서 이륙하고 있다. 카불| 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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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역사상 가장 긴 전쟁이 끝났다. 미군의 마지막 C-17 수송기가 30일 밤 11시59분(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서 이륙하면서 미국의 아프간 철군이 완료됐다. 미국이 2조달러(약 2330조원)를 쏟아부으며 20년간 이어온 아프간 전쟁은 17만여명의 희생자만 낳은 채 성과없이 끝났고, 아프간은 다시 탈레반의 손에 들어갔다. 떠나는 미군 뒤에는 환호하는 탈레반과 아프간 탈출을 바라는 수만명의 아프간인들이 남았다.
케네스 프랭크 매켄지 미 중부사령관은 30일 브리핑을 통해 “마지막 유인 항공기가 아프간 상공을 떠나고 있다”면서 마지막 C-17 수송기 이륙은 “2001년 9·11 테러 직후 아프간에서 시작돼 거의 20년 간 계속된 임무의 종료”를 의미한다고 밝혔다. 마지막 수송기에는 크리스토퍼 도너휴 82공수부대 사령관과 로스 윌슨 아프간 주재 미국 대사 등이 타고 있었다고 국방부는 전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간 철군 종료 직후 성명을 통해 “지난 17일간 미군은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공수작전으로 12만명이 넘는 미국과 동맹의 시민을 대피시켰다”며 “아프간에서 20년간의 미군 주둔이 끝났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31일 대국민 연설을 통해 철군을 결정한 이유에 대해 밝힐 예정이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이날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의 아프간 임무의 새로운 장이 시작됐다”며 “군사적 임무는 끝났고 새로운 외교적 임무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이 새로운 임무를 이끌 새 팀을 꾸렸다”며 “오늘부로 카불에서의 외교 활동을 중단하고 운영을 카타르 도하로 이전한다”고 밝혔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이날 “미군이 카불 공항을 떠났으며 우리나라는 완전한 독립을 얻었다”고 밝혔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탈레반 대원들은 마지막 미군 수송기가 공항을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며 승리를 자축했고, 카불 상공에는 탈레반이 발사한 폭죽이 밤하늘을 밝혔다고 통신은 전했다.
미국은 2001년 9·11 테러를 일으킨 알카에다의 수장 오사마 빈 라덴을 비호한 탈레반을 응징하기 위해 아프간을 침공했다. 미군은 개전 초기 탈레반 정권을 무너뜨리는 데 성공했지만 아프간 친미 정권 수립과 국가 건설, 탈레반 완전 소탕 등으로 임무가 확대되면서 아프간에 계속 주둔하게 됐다.
매켄지 사령관은 “이 임무는 (알카에다 수장) 오사마 빈 라덴과 많은 그의 공모자들을 제거했지만 결코 값싼 임무가 아니었다”면서 “2461명의 미군 병사와 민간인이 숨지고 2만명 이상이 부상을 당하는 비용을 치렀다”고 말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등 동맹국 군인 사망자도 1144명에 달한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전쟁을 시작했고 후임 버락 오바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과 철군을 시도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종전 방침을 계승했고, 9·11 테러 20주년이 되는 9월11일 이전 모든 미군을 철수키로 했다가 그 시한을 8월31일로 앞당겼다.
바이든 대통령의 결단으로 미군은 역사상 해외에서 벌인 가장 긴 전쟁을 종료했다. 하지만 철군을 완료하기도 전에 미국이 지원한 아프간 정부가 무너지고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점령하면서 미군은 쫓기듯 빠져나와야 했다.
특히 지난 26일 카불 공항 인근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가 벌인 자폭 테러로 미군 13명과 아프간인 170명이 사망하는 등 인명 피해까지 발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간전 종전 및 철군 과정에서 오판을 했다는 책임론에 직면해 있다.
워싱턴|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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