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탈레반 양쪽 친분…미 대피작전·평화협상 등에 큰 역할
미, 아프간 대사관 업무 카타르 이전…향후 역할도 관심
탈레반 지도자와 만난 카타르 외무장관(오른쪽) |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미국이 철군을 완료함에 따라 아프가니스탄 문제에서 중동 국가 카타르의 위상에 관심이 쏠린다.
AP 통신은 30일(현지시간) 아프간에서 미군이 완전 철수하면서 카타르가 '핵심 플레이어'(key player)로 떠올랐다고 보도했다.
AP에 따르면 카타르는 아프간 수도 카불의 국제공항에서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에 민간 기술을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또 유엔 국제기구들은 아프간 원조 작업을 위해 카타르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미국의 공백과 탈레반의 집권으로 한동안 혼란이 예상되는 아프간에서 카타르가 중재자로 존재감이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5일 탈레반이 카불을 장악해 승리를 선언한 뒤 미국이 자국민 및 현지 협력자들을 대피시키는데 카타르로부터 큰 도움을 받았다.
미국은 이달 14일부터 아프간에서 모두 11만여명을 대피시켰다고 밝혔는데 이들 중 거의 40%가 카타르를 거쳐 대피에 성공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0일 카타르 군주(에미르)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와 통화를 하고 카타르의 지원이 없었다면 아프간에서 비행기를 동원한 대피 작전이 불가능했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카타르 외무장관 셰이크 무함마드 알사니는 지난 17일 탈레반 정치국장인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르를 만나 아프간 내 민간인 보호를 촉구했다.
아프간 탈출 주민 가득 태운 카타르행 미군 수송기 |
하지만 아프간 문제에서 카타르의 이런 역할은 다소 뜻밖이라고 AP는 전했다.
걸프 지역의 작은 국가인 카타르는 면적이 한국의 경기도와 비슷하고 인구 290만여명 가운데 자국민은 30만명 정도에 불과하다.
지리적으로 이슬람 수니파의 맏형 격인 사우디아라비아와 국경을 접하면서, 이슬람 시아파 대국 이란과는 해상 가스전을 공유하면서 각각 우호적 관계를 맺고 있다.
천연가스, 석유 등 에너지 부국인 카타르는 실리를 추구하는 외교 정책으로 국제적 영향력 확대를 꾀하는 모양새다.
AP는 카타르가 미국과 탈레반에 모두 친분이 있기 때문에 아프간 문제에서 영향력이 커진 것으로 분석했다.
카타르는 미국과는 안보를 중심으로 협력해왔다.
카타르에는 중동 최대 미군 공군기지인 알우데이 기지가 있고, 이 기지는 중동에서 미군이 펼치는 대테러 작전의 핵심 시설이다.
미국은 당장 아프간과 관련한 외교 업무를 카타르에서 수행하게 됐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30일 기자회견에서 미군 철수를 완료한 아프간의 대사관 운영을 중단하고 카타르로 업무를 이전한다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또 아프간에 대한 미국의 관여에서 새로운 장이 시작됐다며 관련 외교와 영사 업무, 인도적 지원을 위해 카타르의 포스트를 이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타르는 미국의 전쟁 상대였던 탈레반과도 인연이 있다.
탈레반 지도부는 2013년 카타르 수도 도하에 정치사무소를 열어 대외 창구로 활용해왔다.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 간 평화협상도 도하에서 진행됐으며 작년 2월 탈레반과 미국이 미군 철수를 합의한 장소도 도하다.
카타르가 포함된 중동 지도 [구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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