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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탈레반, 아프간 장악

미군 떠난 활주로 쓰레기만… 공항선 탈레반 자축 총성 요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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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아프간戰 20년 만에 마침표

탈출 못한 사람들 공항 주변 서성

아프간전 희생자 약 17만명 달해

2020년까지 투입한 비용만 2조달러

美, 테러 등으로 철수과정서 타격

바이든 정부도 책임론 등 휩싸여

세계일보

미군 항공기가 30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서 이륙하고 있다. 카불(아프가니스탄)=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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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 철군 완료를 선언한 30일(현지시간) 아프간 수도 카불공항의 풍경은 20년 전쟁이 실패로 끝났다는 것을 증명했다. 아프간을 떠나는 비행기에 끝내 오르지 못한 아프간인들은 체념한 채 공항 인근을 서성거렸다. 마지막 수송기가 떠난 활주로에는 쓰레기만 나뒹굴었다. 탈레반에 통제권이 넘어간 카불공항에선 축하 휘파람과 흥겨운 경적이 울렸다. 하늘에서는 폭죽소리와 자축 총성이 뒤섞였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아프간 카불공항의 혼란스러운 사진을 홈페이지 대문에 걸고 ‘미국의 가장 긴 전쟁의 무례한 종식’이란 제목을 달았다.

20년에 걸친 전쟁은 막대한 희생과 돈으로 치러졌다. AP통신에 따르면 2001년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아프간전 희생자는 약 17만명에 달한다. 아프간 정부군 6만6000명, 탈레반 반군 5만1000명, 아프간 민간인 4만7000명이 목숨을 잃었다. 미군은 2448명이 숨지고 미 정부와 계약을 한 요원 3846명,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등 동맹군 1144명도 살아서 아프간을 나오지 못했다. 미국이 지난해까지 부채로 조달한 아프간 및 이라크 전쟁 비용은 2조달러(약 2338조원)가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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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국제공항에서 마지막 미국 항공기가 이륙한 직후 밤하늘에 이를 축하하는 발포가 펼쳐지고 있다. 카불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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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는 참혹하다. 2001년 9·11테러 배후로 지목된 오사마 빈 라덴에 대한 인도 요구를 거부한 탈레반에 대한 공습으로 시작된 전쟁은 20년 뒤 다시 탈레반에게 아프간을 내주며 끝났다.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 14일 미군 철수작전을 개시하자마자 예상과 달리 아프간 정부군이 탈레반에 순식간에 아프간을 내주며 공포가 엄습했다. 아프간을 탈출하기 위해 미 수송기에 매달렸다가 공중에서 떨어지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고, 카불공항에 인파가 몰리며 압사 사고도 잇따랐다. 결국 테러단체 ‘이슬람국가 호라산’(IS-K)이 자행한 자살폭탄 테러로 미군 13명을 포함해 170여명이 사망하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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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통령은 20년 전 시작한 전쟁을 전임자로부터 이어받은 세 번째 대통령이지만, 미군 철수 과정에서의 혼란상과 피해는 고스란히 그의 몫으로 남게 됐다. 워싱턴포스트는 “바이든에게 영원한 전쟁은 끝난 것이 아니다. 새롭고 위험한 국면으로 접어드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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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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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통신과 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바이든 대통령의 아프간 사태 대처를 지지한다는 응답은 38%에 그쳤다.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률은 51%로 절반을 넘었다. 응답자의 25%가 “모든 미국인이 대피할 때까지 미군이 더 남아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반면 “미군이 즉시 철수해야 한다”는 답변은 13%에 그쳤다. 아프간 전쟁은 끝났지만 ‘바이든 책임론’을 따지는 작업은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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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탑승 미군 30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공항에서 미 육군 18공수군단 82공수사단 지휘관인 크리스 도너휴 소장이 카불을 떠나는 마지막 미군 수송기 C-17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그는 아프간 땅에 최후까지 남아 있던 미군으로 기록됐다. 카불=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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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동맹국이 지난 14일 이후 아프간에서 대피시킨 자국민과 현지 조력자는 총 12만3000여명으로 집계됐다. 아프간을 탈출하지 못한 사람도 여전히 많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아프간 현지에 100명이 넘는 미국인이 남았다고 설명했다. 블링컨 장관은 “우리는 미국인과 외국 국적자, 아프간 주민들이 떠나기로 하면 떠날 수 있게 돕는 끈질긴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며 “그들에 대한 우리의 약속엔 데드라인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이게 쉽거나 빠르게 될 거라는 환상은 없다”고 했다.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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