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둘 살람 하나피(오른쪽)을 포함한 탈레반 평화협상단이 지난달 12일(현지시간) 평화협상에 참석하기 위해 카타르 도하에 도착해 있다. 도하|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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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하고 미군의 철수도 완료되자 주변국들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중국이 탈레반에 우호적인 모습을 보인 이후 그간 탈레반을 배척해온 인도 정부는 처음으로 탈레반 측과 외교 접촉을 했다. 서로 앙숙이지만 탈레반 견제에는 같은 입장을 가진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는 새로운 회담을 추진하고 있다. 탈레반과 주변국들의 관계 재편이 진행되고 있다.
인도의 유력 일간지 인디언익스프레스는 1일 디파크 미탈 주카타르 인도 대사가 전날 카타르 도하에서 셰르 모하마드 아바스 스타니크자이 탈레반 정치사무소 대표와 만났다고 보도했다. 인도 외무부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미탈 대사는 이날 아프간이 반인도 테러 세력의 온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전달했고, 스타니크자이 대표는 해당 문제를 긍정적으로 다룰 것이라고 답했다.
이같은 만남은 일관되게 탈레반을 배척해온 인도의 행보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인도 정부는 탈레반의 과거 통치기(1996∼2001년)부터 미국 등과 함께 반탈레반 세력인 북부동맹을 지원했다. 탈레반이 아프간을 떠난 2000년대 초반부터는 친미 성향의 아프간 정부와 더욱 친밀한 관계를 맺었다. 인도는 아프간의 댐과 학교, 도로 등 국가 기반시설(SOC) 구축과 관련해 400여개 프로젝트에 30억 달러(3조5000억원)를 투자했다. 71억루피(1120억원) 규모의 아프간 국회의사당 건설 비용을 대주기까지 했다.
하지만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하면서 인도 당국은 비상이 걸렸다. 아프간이 반인도 테러 세력의 온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인도 테러 세력이 인도·파키스탄 분쟁지 카슈미르에서 공격을 벌일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스타니크자이 대표는 지난달 28일 인도 측에 만남을 요청했고 양측 관계 개선이 급물살을 타게 됐다.
중국은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한 이후 탈레반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으려 하고 있다. 이슬람 극단주의와 테러 위험이 국경을 접한 신장위구르 지역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고 자국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의도에서다. 앞서 왕위(王愚) 아프간 주재 중국대사는 탈레반과 경제 협력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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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견제라는 이해를 공유하는 이란과 미국의 거리가 가까워질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지난 6월 이후 잠정 중단된 이란핵합의(JCPOA) 복원을 위한 두 나라의 협상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정부는 JCPOA가 무산될 경우 이란이 친중국 라인으로 편입되는 것을 견제하고 있다. 이란 정부도 이란이 추종하는 시아파에 적개심을 가진 탈레반을 견제해야 하는 상황이다.
미국은 JCPOA 협상을 재개하기 위해 우방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란과의 외교관계에서 가교 역할을 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이란과 사우디 양측은 양자 회담을 준비하기 위해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반관영 ISNA 통신에 따르면 이라크 주재 이란 대사인 이라즈 마스제디는 지난달 31일 “우리는 사우디 측과 3차례 협상을 했다”며 “이란에 새 정부가 구성된 뒤 4차 회담이 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슬람 시아파 중심의 이란과 수니파 종주국 사우디의 갈라진 관계가 회복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지도 주목된다. 양측은 사우디가 시아파 유력 성직자를 사형한 것을 계기로 2016년 단교했다. 이후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이집트 등 4개국은 카타르가 테러조직을 지원하고 이란과 우호관계를 유지한다며 카타르와 단교를 선언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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