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에서 도심에 걸린 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 정국의 생일 축하 광고판이 철거됐다. BTS가 “동성애를 조장한다(They promote homosexuality)”는 이유에서다.

3일(현지 시각) 미국 연예 매체 바이스 등에 따르면 지난 1일 파키스탄 펀자브주(州) 소재 구지란왈라 번화가에 내걸린 ‘정국 생일 축하 광고판’이 설치된 지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철거됐다. 이 광고판은 한 BTS 열혈 팬이 의뢰해 설치된 것이었다. 정국의 사진과 함께 ‘24번째 생일을 축하한다(Happy 24th Birthday)’ ‘구지란왈라 아미 일동(Gujranwala Army)’ 같은 문구가 적혔다.

이슬람 정당의 당원이자 지방의회 의원 후보인 푸르칸 아지즈 버트는 이 광고판이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에서 인기를 끌자 철거 조치했다고 한다. 그는 바이스와 인터뷰에서 “도시에는 여러 젊은이가 있고, BTS는 이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며 “그들은 젊은이들이 잘못된 행동을 하도록 부추기고, 동성애를 조장한다”고 했다.

그는 또 광고판을 설치한 BTS 팬들을 향해 “그들은 스스로를 구지란왈라 아미(Army)라고 칭하지만, 여기엔 오직 파키스탄 군대(Army)만 있을 뿐이다”라고 했다. 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도 “우리의 종교도시 구지란왈라가 동성애 등의 온상이 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글을 썼다.

바이스는 “광고판 철거는 현지 BTS 팬들 사이에서 분노와 실망감을 불러 일으켰다”고 전했다. 한 현지 BTS 팬은 트위터에 이 소식을 전하면서 “BTS는 자신들의 노래에 저속한 구절을 사용한 적이 없다. BTS는 그저 ‘자신을 사랑하고, 행복하라’고 말할 뿐”이라며 “그 정치인은 파키스탄의 이미지를 얼마나 망치고 있는지 모른다”고 했다. 다른 한 네티즌은 “나이 드신 분들은 BTS의 외모나 옷차림이 너무 말랐고, 그들이 화장을 했다는 등의 이유로 너무 여성스럽다는 의견을 갖고 있다”고 했다.

[김명진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