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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8 (수)

이슈 [연재] 아시아경제 '과학을읽다'

우주개발 '쓸데없다'?…첨단기술이 다 나온다[과학을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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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증강현실(AR) 고글을 쓰고 우주정거장 수리, 유지보수 방법을 배우고 있는 우주비행사. 사진 출처=NASA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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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한국형 첫 우주 발사체 '누리호' 등 우주 개발 소식을 전하는 뉴스에 꼭 "쓸데없는데 돈을 쓴다"는 의견이 달립니다. 당장 코로나19로 자영업자를 비롯한 수많은 국민들의 경제적 피해가 엄중한데, 수천억원을 그런 곳에 투자할 여유가 있냐라는 비판입니다. 일각 타당하기도 하지만, '쓸데없다'는 말은 틀립니다. 우주 개발은 사실 우리의 삶에 큰 영향을 미쳐왔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입니다.

이와 관련 미 항공우주국(NASA)은 6일 증강현실시스템인 'T2AR'을 통해 국제우주정거장(ISS) 승무원들이 지상의 도움없이 건강을 유지하고 과학ㆍ운동장비를 검사ㆍ유지관리하는 방법을 습득하게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4월 ISS에 머물고 있던 일본항공우주국(JAXA) 소속 우주비행사 노구치 소이치의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그는 ISS내에 배치된 운동장비(트레드밀)의 유지보수 업무를 맡았는데 , 마이크로소프트 홀로렌즈 AR(Augmented Reality) 고글을 쓴 채 NASA의 단계별 안내 및 작업지원 소프트웨어로 수리 방법을 안내받았습니다. 이전까지만 해도 간단한 수리임에도 일일이 지상과 통신을 하고 태블릿의 지침서를 참고해야 했지만 이제는 고글을 쓰고 증강현실로 관련된 정보를 제공받으면서 수리하는 방법을 간단히 배울 수 있게 된 것입니다. NASA 관계자는 "우주 정거장은 AR 시스템을 테스트하고 개선해 미래의 우주 비행사가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완벽한 플랫폼"이라며 "소프트웨어와 AR 기술을 성숙시켜 전 세계적 어디에서나 원격 위치에서 전문 지식과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실 우주 개발은 기술적으로 따져 보면 인간과 인간이 개발한 장비가 어디까지 극한 상황을 견뎌낼 수 있느냐에 대한 테스트의 장입니다. 지구의 중력을 탈출하고 우주에 갔다가 다시 대기권에 진입할 때 엄청난 방사능, 극저온과 초고온, 진공ㆍ무중력 상태, 높은 중력 하중을 견뎌내야 합니다. 또 인간이 직접할 수 없는 위험한 작업 환경에선 무인 장비의 활용도 필수죠.

이 과정에서 수많은 첨단 기술들이 태동해 인류의 삶을 발전시켰습니다. 자기공명진단기(MRI), 메모리폼, 디지털이미지센서, 냉동건조식품, 정수기, 태양전지, 각종 무선(Wireless)ㆍ원격조종 기술 등 지금까지 우주 개발 과정에서 파생돼 민간에서 활용된 '스핀오프' 기술들은 2000여 종에 달합니다.

최근 들어선 자율주행기술, 인공지능(AI), 가상ㆍ증강 현실(VRㆍAR) 기술 등에서 스핀오프 우주기술들이 나옵니다. 우주 개발 과정에서 적극 활용되면서 발전하고 있다는 뜻이죠. 앞서 살펴본 AR 기술처럼, 세계에서 가장 앞선 미국의 자율주행기술은 화성에 보낸 로버들을 통해 갈고 닦고 검증받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로버들은 지구-화성간 거리가 멀어 실시간 원격 조정이 불가능해 최고 수준의 자율주행기능을 갖춰야 하는 '극한 상황'에 쳐해 있습니다. 돌부리에 걸리거나 모래 속에 바퀴가 빠지는 등 돌발 상황에 대해 스스로 대처해야 하죠. 화성의 생명체 존재 여부 탐사 등의 목표를 가진 퍼서비어런스는 현재 암석 표본 채취에 성공하고 비행체 '인저뉴어티'를 실험하는 등 임무를 잘 수행하고 있습니다. NASA가 퍼서비어런스 개발 및 운영을 통해 습득한 자율주행기술들은 곧 미국 자동차 메이커들이 만들어 전세계에 시판할 레벨3~4 수준의 자율주행차들에 적용될 수 있습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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