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형 조선사들은 탱커 30척, 피더(feeder·소형) 컨테이너선 10척 등 82만CGT(표준선 환산톤수)를 수주했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보다 350.6% 늘어난 수치다. 수주액도 전년 동기보다 502.5% 늘어난 18억7000만달러로 추정된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지난해 수주 실적이 부진했던 만큼 기저효과도 있지만, 영업 정상화로 수주전에 나선 영향이 크다.
경남 창원시 진해구 케이조선 조선소 전경. /케이조선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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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조선은 올해 들어 석유화학제품운반선 등 18척에 대한 건조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은 5억5000만달러(약 6400억원)로 지난해 연간 1억달러(4척)보다 5.5배 늘었다. 케이조선은 KHI-유암코 컨소시엄으로부터 2500억원 투자 받고 지난 7월 자율협약을 마무리했다. 2013년 채권단 관리에 들어가고 8년 만이다. 케이조선은 올해 상반기에 연간 수주 목표치를 채운 만큼, 수익성을 따진 뒤 계약을 따낸다는 계획이다.
지난 5월 동일철강(023790)에 인수돼 11년만에 채권단 관리에서 졸업한 대선조선도 올해 최대 수주 실적을 올리고 있다. 올해 스테인리스 스틸 석유화학제품 운반선(SUS tanker)과 피더컨테이너선 등 18척을 4억8000만달러(약 5500억원)에 수주했다. 지난해 연간 수주액 2억6000만달러(6척)의 2배에 가깝다.
한진중공업도 동부건설(005960) 컨소시엄으로 인수합병 절차를 마무리 짓고 본격적으로 실적 쌓기에 나선다. 올해 특수선 부문에서 물리탐사선 1척을 수주했는데, 중형 컨테이너선과 원유운반선 같은 상선 수주에 집중할 계획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해운 시장이 살아나면서 대형 조선사에 이어 중형 조선사까지 일감을 확보하고 있다”며 “특히 경영 위기를 겪었던 회사들이 정상화 궤도에 오른 시점과 맞물리면서 시너지가 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높은 철강재 가격 등을 고려할 때 올해 수주한 물량의 계약금을 모두 받는 2023년쯤 경영 상황이 개선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양종서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후판(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 등 철강재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협상력이 약한 중형 조선사들은 단기적으로 영업실적 악화가 불가피하다”며 “신조선 가격이 상승 추세이고 철강재 가격도 안정화될 가능성이 커 선박이 인도되는 2022년 말부터 2023년까지 실적이 점차 개선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권오은 기자(ohe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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