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에서 빠지지 않는 기초 검사 항목이 바로 소변 검사다. 실제로 소변은 요로감염 같은 신장·비뇨기계 질환뿐 아니라 내분비 질환, 대사성 질환, 전해질 이상 등 다양한 전신 질환을 선별하기 위한 지표로 활용된다. 알고 보면 소변은 일상에서도 우리에게 건강 상태를 알린다. 소변의 색·거품·냄새·양을 통해서다. 소변을 본 뒤 물을 바로 내리지 말고 한 번쯤 확인해 보면 어떨까. 소변이 보내는 건강 이상 신호를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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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 갈색·오렌지색은 간 점검해야
건강한 사람의 소변 색깔은 연한 노란색을 띤다. 하지만 갈색을 띤다면 간 기능 이상, 사구체신염 등을 의심할 수 있다. 간세포가 손상됐거나 담도 폐색으로 황달이 생기면 담즙의 황갈색 색소인 빌리루빈이 소변으로 녹아들면서 황갈색 소변을 볼 수 있다. 사구체신염의 경우 콩팥 사구체에 생긴 염증으로 인해 짙은 갈색을 띠는 소변을 볼 수 있다. 소변이 파랗거나 녹색을 띠면 복용한 약물이 원인인 경우가 대부분이며, 우유색의 불투명한 소변은 소변에 고름이 섞인 농뇨(膿尿)로 신우신염·방광염 등 감염 질환의 신호일 수 있다.
오렌지색은 체내 수분이 부족하거나 오렌지색 색소가 든 식품을 먹었을 때 나타나지만 수분을 충분히 섭취했거나 해당 색소의 식품을 먹지 않았다면 간·담즙 이상을 의심할 수 있다. 붉은색 소변은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온 혈뇨로, 콩팥·전립샘·방광 이상을 의심할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 비뇨의학과 주명수 교수는 “소변은 콩팥의 사구체에서 요관·방광·요도를 거쳐 배출되는데, 혈뇨는 콩팥과 요도 사이 어딘가에 출혈이 생긴 것”이라며 “이럴 경우 요로결석·사구체신염·방광염·전립샘비대증·전립샘염·신장암·방광암 등을 의심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붉은색 소변을 봤는데 통증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암을 의심해야 하며, 방광암을 포함한 요로상피암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거품 사라지지 않으면 단백뇨 의심
소변을 볼 때 거품이 잠깐 생기는 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소변이 배출될 때의 압력, 낙하 시 변기와의 높낮이 차이로 인해 거품은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어서다. 그런데 소변을 본 뒤 시간이 꽤 흘러도 거품이 사라지지 않거나 비눗물을 풀어놓은 듯 거품이 많이 일어나면 단백질이 몸 안에서 빠져나오는 ‘단백뇨’일 수 있다. 콩팥의 ‘필터’인 사구체는 노폐물을 통과시키고 혈액·단백질은 통과시키지 않는데, 이 사구체가 손상되면 단백뇨가 발생한다. 성인인 경우 소변에 단백질이 하루 500㎎ 이상 녹아 나올 때 단백뇨로 진단한다. 고혈압·당뇨병의 합병증으로 사구체가 손상돼 단백뇨가 나타날 수 있다. 강동경희대병원 신장내과 이상호 교수는 “고혈압·당뇨병 환자라면 증상이 없더라도 연 1~2회 소변·혈액 검사를 받아 몸 상태를 점검하는 게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단백뇨가 있는 경우 장기적인 단백질 보충제 섭취는 신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소변의 거품이 의심스럽다면 병원에서 시험지 검사법으로 단백뇨 여부를 간단하게 진단할 수 있다.
냄새 톡 쏘면 방광·전립샘 점검을
건강한 소변은 냄새가 거의 없다. 연한 방향제 정도의 냄새가 날 수는 있다. 하지만 코를 찌를 정도로 톡 쏘는 강한 악취가 나면 요로계 감염 질환을 의심해볼 수 있다. 방광·전립샘 등 하부 요로계에 염증을 유발한 세균이 배출될 소변의 노폐물을 분해하면서 냄새가 고약한 암모니아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한양대병원 비뇨의학과 조정기 교수는 “선천성 암모니아 대사 이상 환자에게서도 소변에서 독특한 냄새가 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변에서 달콤한 냄새가 나면 혈당 수치를 확인해야 한다. 당뇨병 환자의 소변에 당이 포함돼 있어서다. 소변에 악취가 나면서 소변 색이 불투명하고 소변을 볼 때 통증까지 동반된다면 감염 질환을 찾아야 한다. 신장이 감염되는 급성 신우신염, 방광염 같은 염증성 질환이 있으면 백혈구·세균의 영향으로 소변이 뿌예질 수 있다. 소변 냄새가 달라졌거나 심해졌다면 소변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양 당뇨병은↑ 신장 이상엔↓
성인이 하루에 배출하는 소변의 양은 1200~1800mL다. 콩팥은 체내 상태에 따라 소변을 농축하거나 희석하며 소변량을 조절한다. 소변량이 부쩍 많아졌거나 적어졌다면 원인부터 찾아야 한다. 조정기 교수는 “갑작스러운 소변량·횟수 증가는 방광염 등 요로감염, 절박요실금, 과민성 방광, 당뇨병, 요붕증 등의 질환을 의심할 수 있으며 소변량이 감소했다면 탈수 상태이거나 신장 기능 이상의 신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루 소변량이 100mL 미만이면 무뇨(無尿), 500mL 미만이면 핍뇨(乏尿), 3L 이상이면 다뇨(多尿)로, 병적 상태다. 핍뇨·무뇨는 ▶신장에 이상이 있어 소변을 만들지 못하는 경우 ▶소변은 생성됐지만 요도·방광이 막혀 소변이 배설되지 못하는 경우 ▶탈수·심부전 등으로 신장으로 가는 혈액이 부족해 소변을 만들지 못하는 경우 등이 원인이다. 당뇨병은 다뇨를 부른다. 혈당이 증가하면 갈증을 더 느껴 수분 섭취가 많이 증가해서다. 다뇨의 또 다른 원인 질환인 요붕증은 뇌·신장에서 소변을 농축하는 기능을 잃어 소변을 과량 배출하며 심한 탈수를 유발한다. 소변량의 변화가 심할 땐 혈액·소변 검사, 복부·신장 초음파, CT 검사 등을 시행해 원인 질환을 찾아야 한다.
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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