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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원자재값 쇼크에 펜트업 효과도 ‘끝물’... 하반기 무역적자 ‘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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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하반기 우리나라의 무역수지 흑자 달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수입이 수출보다 빠르게 증가하면서 무역수지가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무역적자의 주원인으로는 원자잿값 급등과 달러 강세 등이 지목되고 있다. 하반기 무역수지가 적자를 기록할 경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재확산이 장기화하면서 소비 등 내수 시장의 타격도 예상되면서, 정부의 올해 경제성장률 4.2% 목표마저 흔들리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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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항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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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우리나라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4.9% 증가한 532억3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지난달 수입액도 515억6000만 달러로 44.0% 늘었다. 이에 따라 지난달 무역수지는 16억7000만 달러로 16개월 연속 흑자를 나타냈다. 다만 수출에 비해 수입의 증가 속도가 빠르면서 무역흑자는 6월 44억5000만 달러→7월 17억6000만 달러→8월 16억7000만 달러 등으로 2개월 연속 감소했다. 여기에 이달 1일부터 10일까지 무역수지는 14억6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원자잿값 급등에 빠르게 증가하는 수입액... 하반기 무역적자 전망

무역수지 감소의 주된 이유는 원자잿값 상승으로 분석된다. 국내 수입은 지난 4월 508억 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월 5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이어 지난 7월에는 사상 최대인 537억 달러까지 치솟았다. 이달 들어선 10일 만에 2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수입물가도 점차 증가하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의 ‘8월 수출입물가지수’를 보면 지난달 수입물가지수는 120.79로 전달보다 0.6% 올랐다. 4개월 연속 상승해 2014년 4월 이후 약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21.6% 뛰었는데, 이는 2008년 12월 이후 최대폭 상승이다.

무역 흑자 급감은 치솟는 원자재 가격 영향 때문이다. 한국으로 수입하는 원유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의 월평균 가격은 지난달 배럴당 69.50달러로, 7월(72.93달러) 대비 1.9% 올랐다. 여기에 제1차 금속제품, 화학 제품 등이 오르면서 수입물가를 끌어올렸다. 중간재는 화학제품(1.7%), 제1차금속제품(1.9%) 등을 중심으로 1.1% 올랐다. 자본재와 소비재는 전월대비 각각 1.2%, 1.0%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수입물가는 통상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4개월째 이어진 수입물가 상승률이 하반기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문제는 원자재 가격이 당분간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면서, 무역수지가 하반기 적자를 보일 가능성도 제기됐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지난달 발표한 ‘2021년 상반기 수출입 평가 및 하반기 전망’ 보고서에서 하반기 수출은 3046억달러, 수입은 3060억달러로, 14억달러 무역수지 적자를 낼 것으로 내다봤다.

환율도 달러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달러 강세 시장의 경우, 수입 물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3.2원 오른 117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6월 중순 대비 3개월 사이 3.8% 증가한 것이다.

여기에 올해 9월 추석연휴로 인해, 조업일수가 적다는 점도 무역수지 감소에 영향을 주고 있다. 올해 추석연휴는 이달 20~22일으로 작년 9월보다 조업일수가 3일 적다. 지난해 추석연휴는 10월 초순이었다. 지난달 일평균 수출액이 23억1000만달러였다는 점을 감안할 경우, 조업일수 3일 수출액은 70억달러 가량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은 감안한다면 이달 무역수지가 적자로 전환될 가능성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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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별 수출입 무역수지 추이 /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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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어드는 펜트업 효과... 기업들 수익성 악화 ‘고민’

무역수지 감소는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수출액이 증가하려면, 국내 기업들의 수출단가가 늘거나 판매량이 늘어야 하는데, 시장에서는 이미 수요에 비해 공급이 늘어나는 상황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줄어든 수요가 작년 말과 올해 상반기까지 급증한 상황에서 펜트업효과가 하반기부터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달 수출부터 기저효과가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3월 코로나19 발생으로 급감했던 수출이 다시 반등했던 시기가 9월이고, 수출 증감률이 전년 동월 대비인 만큼 이달 수출부터 기저효과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지난 16일 경제연구기관장 간담회에서 “코로나가 계속되는 가운데 기저효과는 사라지고, 새로운 당면 이슈에도 대응해 나가야 하는 상황”이라며 “우리 산업의 진정한 역량이 드러나게 될 변곡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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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광양제철소의 열연공장의 모습 /조선DB



예를 들어 삼성전자(005930) 소비자가전(CE) 부문의 주요 원재료인 TV·모니터용 디스플레이 패널 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66% 증가했다. 삼성전자는 상반기 CE부문 원자재 가격의 31.4%인 4조5277억원을 디스플레이 패널을 구매하는 데 지출한 것으로 전해진다. LG전자도 상반기 구매한 LCD TV 패널의 평균가격이 전년 동기 대비 38.1% 상승했다.

현대차는 차량 제조에 쓰이는 철판 원자재인 철광석 가격이 올 상반기 t당 158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6.4% 올랐다. 한국조선해양은 반기보고서에 이 기간 후판 가격이 48.1% 올랐다고 공시했다. 전기자동차 배터리 업계의 경우 리튬·니켈 가격 폭등에 따라 양극재(19.5%·LG에너지솔루션 공시)와 실리카(15.2%·삼성SDI 공시) 가격이 모두 전년 대비 올랐다.

그간 펜트업 효과로 인해 늘어난 수출 물량 덕분에 수익성을 방어해왔다. 하지만 하반기부터는 보복 소비가 줄어들면서 무역흑자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변이 바이러스 확산, 부품 공급 차질, 원자재 가격상승 등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하반기 우리나라 수출이 물량은 증가해도 수지는 떨어지는 ‘실속 없는 장사’를 할 가능성이 있다”며 “우리나라 무역 구조 특성상 수출이 늘면, 수입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데 수지가 떨어진다는 것은 원자값 상승, ,노동비용 증가 등 비용이 증가한다는 의미다. 우리 산업구조가 비용을 줄이거나 고부가가치를 낼 수 있도록 체질을 개선하는 정책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세종=박성우 기자(foxpsw@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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