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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당근~" 뜨니 기부 물품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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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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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법인 아름다운 가게에서 의류 기부 활성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김창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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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울에 사는 ㄱ씨는 수년 전부터 동네에 위치한 ‘아름다운가게’에 들르곤 한다. 아름다운가게는 개인·기업 등이 기부한 물품을 판매해 나온 수익을 여러 복지사업에 쓰는 단체다. 이곳에서 ㄱ씨는 아이 학용품부터 장난감은 물론 신발·옷가지 등 여러 생필품들을 저렴하게 구매해왔다. 하지만 올들어 ㄱ씨는 매장의 판매품이 부쩍 줄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ㄱ씨는 “기부품 중엔 중고도 있지만 새것도 종종 있어 쏠쏠하게 ‘득템’을 하기도 했다”며 “최근에는 매장에 가도 살 것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2. 직장인 ㄴ씨는 최근 가입한 ‘당근마켓’을 통해 집에서 잘 쓰지않는 여러 물품들을 판매했다. ㄴ씨는 “예전같으면 쓰지는 않고 버리기엔 애매한 물건을 모아뒀다가 복지단체 등에 기부하곤 했다”며 “요즘은 편하게 물품을 판매할 수 있는 플랫폼들이 많아 기부보다는 판매쪽을 택하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모바일 거래 플랫폼이 활성화되면서 사회복지단체에 기부되는 물품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경기가 위축된 여파도 있지만, 모바일 플랫폼을 통한 개인간 거래 확산된데 따른 영향이 더 크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17일 재단법인 아름다운가게의 올해 8월말 기준 기증품 현황자료를 보면 전체 기증건수는 37만5507건, 기증량은 1515만2333건으로 집계됐다. 통상 복수로 물품을 기증하기 때문에 기증건수 대비 기증량이 더 많다.

올해 기증건수와 기증량 모두 지난해에 비하면 적다. 지난해엔 기증건수가 65만674건, 기증량은 2649만2894건이었다. 월평균으로 따져보면 지난해엔 기증건수 5만4223건, 기증량 220만7741건이었지만 올해는 기증건수 4만6938건, 기증량 189만4041건이다. 기증건수와 기증량 모두 지난해 대비 15%가량 줄었다. 아름다운가게의 기증건수는 2018년 49만3116건, 2019년 58만5077건 등으로 매년 증가 추세였지만 올들어 유독 감소한 것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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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마켓 홈페이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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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두고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위축 여파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지만 지난해에도 코로나19가 대유행한 점을 감안하면 기증품 감소의 주요 원인이 코로나19는 아니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한 사회복지업계 관계자는 “모바일 플랫폼으로 개인간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기부가 줄어든 영향이 상당부분 있다”며 “특히 플랫폼 사용자가 많은 서울 등 대도시에서의 기부품 감소폭이 타 지역 대비 더 큰 것으로 알고있다”고 밝혔다. 업계의 또다른 관계자는 “기증품의 양도 줄었지만 기증품의 ‘품질’도 갈수록 낮아지고 있는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기부건수가 주춤하는 동안 모바일 플랫폼은 급성장 중이다. 국내 최대 플랫폼업체인 당근마켓의 월사용자수(MAU)는 2018년 1월 50만명에서 2019년 1월 180만명, 2020년 1월 480만명, 올해 1월 1420만명으로 크게 늘었다. 최근 누적 투자유치금액이 2200억원을 돌파한 당근마켓의 기업가치는 3조원 가량으로 평가받고 있다.

아름다운가게 관계자는 “재단 설립 취지 자체가 재사용, 재순환의 문화를 활성화하자는 차원이기때문에 플랫폼을 통해 중고거래 등이 활발히 이뤄지는 것은 긍정적이고 의미있는 일”이라며 “편의점 택배 기부 등 보다 편리하게 기부에 참여할 수 있는 여러 방법을 도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송진식 기자 truej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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