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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되팔아 장봐야 하는 '슬픈 추석'…중고장터, 홍삼 굴비 '반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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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살림 힘들어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온라인 중고거래 장터, 달라진 명절 풍경 

뉴스1

추석 연휴를 일주일 앞둔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농협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시민들이 추석 선물세트를 고르고 있다. 2021.9.12/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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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뉴스1) 박대준 기자 = “추석에 들어온 과일, 반값에 가져가세요”

2년 가까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지속되자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가계 살림이 어려워지면서 추석 명절을 앞두고도 예년에 비해 풍족한 인심을 찾기 어려워졌다.

이에 명절을 앞두고 각 회사에서 주던 상여금은 물론 모임, 지인들끼리 주고받던 명절 선물들도 올해는 대폭 줄었다. 각종 온라인 중고거래 공간에서는 추석 선물을 판다는 게시들이 부쩍 늘었다.

인터넷 ‘중고XX’ 사이트에는 지난주부터 고가의 ‘홍삼세트’나 ‘녹용’ 등 건강식품은 물론 20만원이 훌쩍 넘는 고기 세트를 올린 판매글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또한 최근 지역 커뮤니티 역할까지 하며 중고물품 거래가 활성화, 생활문화로까지 자리잡은 ‘당X마켓’에서는 이보다 좀 더 저렴한 과일·참치·식용류·햄·김·주방용품 등이 무더기로 올라오고 있다.

시중가 5만원인 ‘멸치세트’ 박스 구성품의 경우 3만원에 내놓는 등 보통 판매가의 70%에서 많게는 절반 가격으로 파는 것이 보통이다.

조모씨(48·파주·건설업)는 “경기가 어렵다보니 올해는 추석 선물도 많이 준비 못해 직원들에게 미안했다. 지인들도 다들 상황이 비슷하다보니 이번에는 암묵적으로 주지도 받지도 말자는 분위기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예년보다 선물은 적게 들어왔지만 이마저 모임도 가질 수 없고 시골에도 못 가는 상황에서 오래 두면 상하는 음식과 당장 필요하지 않는 물건(선물)들은 중고장터에 싼 가격에 팔아 필요한 사람들이 사용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조씨는 친목단체와 거래처에서 받은 버섯과 굴비를 절반도 안 되는 가격에 ‘당근마켓’을 통해 판매했다.

유모씨(50·고양·주부)도 “가게를 하는 남편의 수입이 줄다 보니 올 추석은 시댁과 친정 2곳의 선물만 남기고 모두 중고장터에 내놓았다. 이렇게 해서 12만원 정도의 여윳돈이 생겨 이 돈으로 장을 봐 차례를 지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중고장터에 내놓는 물건 중 가장 많이 차지하는 것은 건강식품과 냉동식품, 주방용품들이다.

이들 선물들은 ‘내 몸에 맞지 않아서’나 ‘오래 두고 먹기 힘들어서’ 또는 ‘이미 집에 많이 있어서’ 등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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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마켓에 올라온 추석선물들. © 뉴스1


이렇게 추석 선물들을 되파는 경우가 많자 일부 얌체 판매업자들은 이를 싸게 사들여 웃돈을 붙여 다시 되파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영진씨(고양·38·공무원)는 “지난주에 4만원 상당의 과일 세트를 중고거래(직거래)를 통해 팔았는데 똑같은 아이디의 구매자가 연휴 초인 지난 18일에 3만원에 같은 사이트에 판매한다는 글을 올려 황당했다”고 말했다.

한편 추석 선물을 중고거래로 싸게 팔면서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못한 일부 자취생 등 1인 가구는 오히려 평소 먹어보고 싶던 식품을 싼 가격에 살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되고 있다.

혼자 사는 가구의 경우 평소 먹고 싶었던 햄이나 참치, 냉동식품을 절반 가격에 사 놓으면 몇 달간은 반찬 걱정 없이 지낼 수 있기 때문이다.

오모씨(37·파주)는 “개인적으로 해산물을 무척 좋아하는데 중고거래에 내놓은 선물세트를 노려볼 생각”이라며 “노하우가 쌓이다 보면 명절 당일부터 가격이 급격히 떨어지는 경향을 알기 때문에 추석 당일부터 연휴가 끝난 후 중고 사이트를 꼼꼼히 검색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dj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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