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디테일이 없네”…정부 ‘항공MRO산업 육성 방안’에 업계 시큰둥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산업 육성 책임 부처 정하지 않고 ‘정부’로”

“대한항공 정비조직 분리·매각 언급도 없어”

“대한항공+아시아나, 항공정비 물량도 싹쓸이”


한겨레

대한항공 정비동서 항공기들이 중정비를 받고 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부가 ‘항공정비 엠아르오(MRO)’ 산업 육성 로드맵을 내놨지만 관련 업계 반응은 시큰둥하다. 구체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정부는 지난 8월 2030년까지 항공정비 국내 처리 물량을 5조원 규모로 늘려 일자리 2만3천개를 만든다는 걸 뼈대로 한 ‘항공정비엠아르오(MRO) 산업 강화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 절차를 밟고 있는 대한항공이 보유한 정비 사업의 분리도 업계에서 요구하는 단골 메뉴다.

■ “MRO 산업 육성, 국토부 아닌 산업부가 키 잡아야”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항공정비 업계 고위 관계자는 12일 <한겨레>와 만나 “구체적으로 어느 부처가 언제까지 어떻게 하겠다는 게 (정부 방안에) 담겨 있지 않다. 항공정비를 유망산업으로 꼽아 육성하겠다는 발표는 반갑지만 큰 기대는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정부 발표 뒤 국토교통부가 업계 관계자들과 함께 회의를 했는데 진전된 얘기가 없었다”고 귀띔했다.

업계는 정부가 제시한 국내 소화 물량 ‘5조원’의 산출 근거나 국외 위탁 물량의 국내 유턴과 군 전비물량의 민간 전환 등의 작업을 어느 부처가 책임을 지고 끌고갈 건인지 궁금해 한다. 이 관계자는 “(국토부와 함께 한 회의에서) 궁금증은 많았으나 서로 민망하게 만들지 말자는 분위기여서 말도 꺼내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업계는 엠아르오 산업 육성의 적임으로 산업통상자원부를 꼽는다. 한 업체 관계자는 “국토부는 그동안 항공운항 정책에 집중하며 항공정비는 항공안전을 위한 지원 수단으로 간주해왔다. 항공정비를 유망산업으로 키워내기 위해서는 정비물량 확대를 위한 인센티브 정책을 다양하게 펼치고, 필요하다면 항공사들의 이익과 충돌하는 육성 그림을 그려 대통령과 다른 부처를 설득하는 등의 노력도 필요한데, 국토부에 맡겨서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업계에서 국토부 비토론이 나오는 또다른 배경도 있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운수권 배정 시 국내 항공정비산업 기여도를 반영하는 등 때로는 항공사와 항공정비업체의 이익이 상충할 때도 있을 수 있다. 국토부는 태생적으로 항공사 편을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 산업부에선 기계로봇항공과가 항공산업 관련 정책을 맡고 있다.

한겨레

대한항공의 항공기 중정비 모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겨레

대한항공의 항공기 정비 모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대한항공 정비사업, 분리 매각 필요”


정부 방안에 대한항공이 보유한 정비사업에 대한 고민이 빠진 점도 아쉬운 대목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들 업체의 정비 사업을 항공엠아르오 산업의 성장 토대로 삼아야 한다는 게 중소 업계와 시민단체의 주장이다. 김송원 인천경실련 사무처장은 “산업은행은 대한항공 쪽에 8천억원을 지원하며 항공산업 발전을 명분으로 삼았다. 항공산업의 범위를 항공정비산업까지 확장해 대한항공이 항공정비 사업 조직을 분리·매각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저비용항공사 쪽도 대한항공의 정비사업 분리를 요구한다. 한 저비용항공사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정비사업 조직과 인력을 자사 항공기 정비에 주력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지금 상태로는 다른 항공사 정비물량을 수용하기 어렵다. 저비용항공사가 경쟁업체(대한항공)에 항공기 정비를 맡기기를 꺼리는 상황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항공서비스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합병하면 아시아나항공 항공정비 물량은 물론 자회사로 있던 에어서울과 에어부산의 물량까지 대한항공으로 넘어간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인가 심사 과정에서 경쟁 제한성을 평가할 때 이 부분이 면밀히 살펴져야 한다”고 말했다. 국토부 자료를 보면, 국내 항공사들이 보유한 항공기는 총 408대이고, 이 가운데 194대는 대한항공(진에어 27대 포함), 118대(에어부산 27대·에어서울 7대)는 아시아나항공 몫이다.

대한항공의 정비인력은 2천여명 규모이며, 지난해 정비사업 매출은 5647억원이다. 앞서 대한항공 쪽은 지난해 산업은행의 자금지원을 받기 위해 구조조정 계획을 제출할 때 항공정비 사업도 매각 대상에 올린 바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당시는 급해서 매각 대상에 올렸으나 지금은 매각할 필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산업은행은 지난 6월 경실련과 인천상공회의소 주관으로 열린 ‘항공산업 발전을 위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바람직한 통합방향’ 토론회 토론문에서 “(대한항공 정비사업 분리·매각 여부는) 대한항공이 경영상 필요에 따라 결정할 사안”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글 김재섭 선임기자 jskim@hani.co.kr, 사진 대한항공 제공

벗 덕분에 쓴 기사입니다. 후원회원 ‘벗’ 되기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언론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주식 후원’으로 벗이 되어주세요!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