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한국 신파' 입은 오징어 게임, 해외서 '참신한 서바이벌물'로 통했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경향신문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국 시청자들에게는 익숙해서 지루한 ‘신파’가 <오징어 게임>을 ‘신선한 서바이벌’로 만들었다. 지난 17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 넷플릭스 TV 프로그램 부문에서 1위를 달리며 기대 이상의 해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오징어 게임>에는 한국 사회에서 종종 만날 법한 인물들이 나온다. 자동차 회사 구조조정으로 희망퇴직을 당한 성기훈(이정재)은 치킨집·분식집 창업에도 내리 실패한 뒤 사채 포함 4억여원의 빚을 지고 대리기사 일을 하고 있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수석 입학한 ‘쌍문동의 자랑’ 조상우(박해수)는 엘리트 금융인이 되었지만 빼돌린 회삿돈으로 잘못된 투자를 해 60억원의 빚을 지고 수배 상태다. 탈북민 강새벽(정호연)은 북에 남은 가족을 탈북시키려는 과정에서 탈북 브로커에게 사기를 당했다.

한국 드라마에서 충분히 본 설정, 장면들도 겹친다. 주인공은 가진 것 없고 똑똑하지 않지만 이타심과 오지랖이 특출나다. 실종된 형을 찾아 서바이벌 현장에 잠입한 경찰 황준호(위하준)는 생사의 갈림길에서 형과 마주친다. 원수 같던 인물들(성기훈과 강새벽)의 우정은 점점 깊어진다. 오랜 친구인 두 주인공이 서로를 죽일 듯이 싸우다가 죽음 직전에 눈물로 화해한다. ‘운수 좋은 날’이라는 제목의 마지막 에피소드에서는 ‘설렁탕을 사다 놓았는데 먹지를 못하는’ 클리셰가 눈에 익다.

경향신문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경향신문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평론가들은 이런 요소들이 오히려 해외 시청자들로 하여금 <오징어 게임>을 ‘참신한 장르물’로 느끼게 했다고 분석한다. 미국 영화비평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 <오징어 게임>의 신선도 지수는 26일 현재 100%에 달한다. “뛰어난 연기, 기억에 남는 캐릭터, 창의적인 사건들로 가득한 강력한 작품”(포브스), “감정적인 호소력을 준다는 점에서 여느 서바이벌 장르물과 다르다”(슬레이트) 등의 평이 나왔다.

하재근 평론가는 “해외 팬이 더 많은 장르인 데스 서바이벌에는 그들만이 느끼는 장르의 익숙함이 있다. <오징어 게임>에 추가된 한국적인 요소가 신선하게 느껴졌을 것”이라며 “특히 인간적인 이야기가 새롭게 다가갔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성수 평론가도 “신파가 오히려 해외에서 새롭게 평가되는 부분이 있다”며 ‘가족과 공동체에 대한 끈끈한 유대의식과 책임감’이 그 코드라고 봤다.

경향신문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구슬치기’ ‘달고나 뽑기’처럼 어린 시절 즐겼던 놀이들로 생사를 가른다는 것도 차별점이다. 김성수 평론가는 “게임의 룰이나 전개 양상이 쉽고 단순해서 몰입도를 높였다”고 말했다. 정덕현 평론가는 “의상과 코스튬을 재밌게 구성해 놀이문화로 발전되기 쉽다”고 말했다. 온라인 경매 사이트 이베이에는 성기훈의 게임 참가번호 456번이나 오징어 게임 상징인 ○△□가 적힌 티셔츠, 프론트맨의 마스크, 달고나 뽑기 키트 등이 판매되고 있다. ‘Red Light Green Light’로 번역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하는 유튜브 영상도 올라왔다.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는 게임 참가자들의 트레이닝복을 직접 입고 마케팅에 나섰다.

사회 구조를 비판하는 메시지가 첨가된 오락물이라는 점도 인기 요인으로 분석된다. 해외 시청자들은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한국이 <기생충>과 <오징어 게임>을 통해 자본주의의 모순을 조롱하는 방식이 흥미롭다” ”미국도 학자금 대출을 받은 대학생들을 위해 오징어 게임을 해야 할 것“이라고 평했다. 정덕현 평론가는 “해외에서 주목받는 한국 작품들은 계급구조를 풍자적으로 다룬 것들이 많다”며 “<설국열차>, <기생충>이 그랬고, <오징어 게임>도 같은 흐름 안에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극중에서 ‘VIP’라는 설정으로 등장한 외국인 배우들의 연기에는 해외에서 혹평이 따른다. 영화정보사이트 IMDb에는 ”작품은 좋았지만 VIP 역 배우들이 대사를 할 때마다 몹시 민망했다. 그저 대사를 읽는 것 같았다“며 ”끔찍했다“는 리뷰가 많은 공감을 얻었다.

유경선 기자 lightsun@kyunghyang.com

▶ [뉴스레터] 식생활 정보, 끼니로그에서 받아보세요!
▶ [뉴스레터]교양 레터 ‘인스피아’로 영감을 구독하세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