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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이슈 무병장수 꿈꾸는 백세시대 건강 관리법

살 쪘으니 좀 뺄까? ‘고무줄 체중’ 당신, 암 걸리기 쉬운 이유 [건강한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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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몸무게 관리의 위험

직장인 김모(42)씨는 최근 4년간 몸무게가 늘었다 줄기를 반복했다. 키 176㎝에 몸무게가 90㎏이 넘자 큰 결심을 하고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적게 먹고 운동해 가며 5개월 동안 16㎏가량 뺐다. 체중이 목표만큼 줄어 안심하자 식단 조절과 운동을 소홀히 했다. 그러자 5개월 뒤 원상태가 됐다. 그 이후부터 체중 감소·증가를 반복하는 악순환에 빠졌다. 그러면서 건강검진 결과 혈압·혈당 수치가 정상 범위를 벗어나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단 진단을 받았다. 그는 “체중 감량 경험이 누적되면서 언제든 다시 살을 뺄 수 있다는 생각에 생활습관이 많이 흐트러졌다”며 “검진을 통해 적정 체중 유지가 중요하단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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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보다 나쁜 게 잦은 체중 변화

체중이 고무줄처럼 자주 늘었다 줄었다 하는 ‘고무줄 체중’인 사람들이 있다. 마음만 먹으면 곧잘 살을 뺄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치는 의미로도 쓰인다. 대부분 비만인 것만 건강에 나쁜 줄 아는데 착각이다. 잦은 체중 변화가 오히려 건강의 큰 위협 요소로 작용한다. 고무줄 체중은 몸 상태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능력이 감소한 상태로 건강관리에 실패했다는 의미다. 최근 이런 체중 변동의 위험성을 밝히는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국제비만저널’(2018)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국가건강검진에 참여한 한국인 12만5000명을 평균 7년 동안 추적 관찰한 결과, 장기간에 걸쳐 체중 변화가 심한 사람일수록 사망 위험이 컸다. 체중 변동 폭이 가장 큰 그룹(3.5㎏)은 변동 폭이 가장 작은 그룹(0.7㎏)보다 사망 위험은 1.42배, 심혈관 질환 위험은 1.29배, 암 위험은 1.26배 높았다. 연구진은 “체중 관리를 잘하는 사람이 더 건강하고, 체중 변동이 큰 사람이 상대적으로 건강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체중·체질량지수 측정뿐 아니라 이런 변화를 꾸준히 관찰함으로써 장기적인 건강평가지표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잦은 체중 변동은 질병이 하나의 원인일 수 있으나 주로 잘못된 체중 관리에서 비롯된다. 대부분 체중을 감량하는 과정에서 섭취 열량을 과도하게 줄이는 것이 단초가 된다. 갑자기 섭취 열량이 줄면 몸은 지방을 아끼는 대신 근육을 분해해 에너지로 쓴다. 원활한 활동을 위해 열량 소모를 최대한 줄이면서 에너지를 비축해둔다. 그러다 다시 섭취 열량이 늘어나면 근육이 빠진 자리에 지방이 자리 잡는다. 결국 고무줄 체중이 되면 체중을 뺄 때 근육을 더 많이 소모하고, 체중이 늘 때 근육 대신 오히려 지방이 더 많이 생겨 혈압·혈당과 같은 대사지표에 악영향을 끼친다.

특히 40세 이상 중년 남성에게서 위험성이 두드러진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민선 교수팀이 40세 이상 남성 약 170만 명을 추적 관찰했더니 평균 체중 변화량이 가장 큰 그룹(2.5㎏ 초과)은 가장 작은 그룹(1.22㎏ 미만)보다 전체 암 발생 위험이 22% 높았다. 암 종별로는 폐암은 22%, 간암은 46%, 전립샘암은 35% 높았다. 박 교수는 “체중 변화 시 근육량 감소 혹은 지방 증가가 염증을 일으키거나 방어 능력에 문제를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며 “중장년층 남성이 체중 변화량이 심하면 암 발생 위험이 높아질 수 있으므로 과도하게 열량 섭취를 줄이는 등 급격한 체중 변화를 유발하는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콩팥병처럼 이미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도 좀 더 주의해야 한다. ‘미국신장학회지’(2021)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만성 콩팥병 환자 8만4636명을 평균 4년 동안 추적 관찰한 결과, 평균 체중 변동이 가장 큰 그룹은 작은 그룹보다 사망 위험이 66.2%나 높았고 심근경색·뇌졸중·말기 신부전 발생 위험도 각각 19.1%, 18.9%, 20.1% 높았다.

고무줄 체중이 되는 것을 막으려면 건강한 체중 관리가 필수다. 무리해서 체중 조절하는 것을 삼가고 몸무게 자체보다 건강 행동을 실천하는 데 주안점을 둬야 한다. 처음에는 6개월에 체중의 5~10% 감량을 목표로 잡는 게 적절하다.

체중보다 근육량 증가 목표 세워야

기본적으로 매 끼니를 500~600㎉ 범위에서 규칙적으로 식사한다. 영양소에는 에너지를 내는 탄수화물·단백질·지방과 몸의 기능을 조절하는 비타민·무기질이 있다. 섭취 열량을 줄이는 대신 이런 필수 영양소가 부족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다만 공복감을 쉽게 느끼게 하는 단맛 내는 단순 당과 부종을 유발하고 입맛을 돋우는 짠 음식을 적게 먹는 대신 양질의 단백질과 비타민, 미네랄이 풍부한 식단을 챙겨 먹는 게 좋다. 열량이 많은 지질은 조리법을 바꿈으로써 섭취량을 조절하는 게 현명하다.

고무줄 체중이 될 가능성을 낮추려면 체지방을 줄이는 동시에 근육량을 늘리는 전략을 짜야 한다. 식단 관리와 함께 꾸준히 운동하면 근육량이 늘어 소모되지 않은 열량이 지방으로 쌓이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체지방 연소에 효과적인 유산소 운동과 근육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근력 강화 운동을 병행한다. 걷기·뛰기 같은 유산소 운동은 주 5회 이상 기분 좋게 땀나고 약간 헉헉거릴 정도의 강도로 30~60분 한다. 여기에 덤벨이나 기구를 활용한 근육 강화 운동은 최소 주 2~3회, 30~40분 진행하면 근육군에 자극을 줘 근력을 증진하고 운동을 하지 않을 때도 기초대사율을 유지하는 효과가 있다. 정상 체중인 사람도 갑자기 살이 찌거나 빠지지 않도록 건강한 생활로 체중을 일정하게 유지할 필요가 있다. 마른 사람은 고섬유질·저열량 식단 대신 주식의 양을 늘리면서 고른 영양을 섭취하는 방식으로 몸을 불리는 게 좋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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