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의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맹공하던 국민의힘이 스스로 쏜 화살에 맞은 형국에 몰렸다. 대장동 의혹을 ‘조국 사태’에 비유하며 총공세를 폈지만, 정작 당 소속(이후 탈당) 곽상도 의원의 아들이 퇴직금 등으로 50억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역으로 조국 사태를 연상시키는 ‘아빠 찬스’라는 비판을 받게 됐다. 당 지도부가 곽 의원 아들의 50억원 퇴직금 수령을 추석 전에 알고도 선제적 조치를 하지 않은 사실까지 확인되면서 대응 방식까지 도마 위에 올랐다. 국민의힘은 성남 위례신도시까지 문제삼으며 판을 키워 돌파구를 찾으려 하고 있지만, 야권 내에서도 비판이 나오며 수세에 몰리는 모습이다. 상황이 심상치 않자 이준석 대표는 27일 “젊은 세대 눈높이에 맞춰가기 위해선 곽 의원이 결단해야 한다”면서 의원직 사퇴를 압박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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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고발 사주’ 의혹에서 대장동 의혹으로 국면을 전환해 공수를 바꾸려했지만 오히려 위기를 맞고 있다. 당 지도부가 곽 의원 아들의 50억원 퇴직금 수령을 사전에 알고서도 사실상 감춘 것이 27일 확인됐기 때문이다. 곽 의원 아들이 화천대유로부터 퇴직금 등의 명목으로 세전 50억원을 받았다는 보도는 전날 나왔다. 하지만 당 지도부는 추석(지난 20~22일) 이전에 제보를 통해 이를 인지했고, 김기현 원내대표는 이를 곽 의원에게 확인하는 절차도 밟았다. 당 지도부는 언론보도 약 일주일 전에 곽 의원 아들이 거액의 퇴직금을 받았다는 제보를 접해놓고 시치미를 뗀 셈이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이 “추석 전에 곽 의원 아들이 50억원의 퇴직금을 받은 사실을 인지했느냐”고 묻자 “곽상도 의원의 경우 그런 제보가 있던 것도 사실”이라며 “본인에게 경위를 물어보니 언론 보도와 같은 형태의 그런 답변이었다”고 답했다. 이날 방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이 대표는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저희가 인지를 했다는 것은 맞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원내지도부에서 구체적으로 제게 전달한 건 딱히 없었다”고 했다.
김 원내대표가 지난 24일 국회에서 원내대책회의를 주재하며 대장동 의혹을 조국 사태에 비유한 것도 발목을 잡는 모습이다. 김 원내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특검과 국정조사를 촉구하며 “이재명 후보가 숨기고 버티면 제2의 조국 사태를 겪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정작 곽 의원 아들의 퇴직금 50억원 수령 사실이 알려지고, 이를 당 지도부가 공개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역공을 당하게 됐다.
김용태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난 주말 곽 의원 아들의 퇴직금 문제로 불거진 논란과 관련해 노력한 만큼 공정한 대우를 꿈꿨던, 그리고 꿈꾸고 있는 보통의 청년들에게 박탈감을 준 부분에 대해 당 청년최고위원으로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곽 의원 탈탕 후에도 더 강경한 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이어지고 있다. 강민국·박대수·박성민·백종헌·엄태영·정동만·최승재 등 7명의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곽 의원은 깨끗하게 의원직을 내려놓고 수사를 받기를 바란다”며 의원직 사퇴를 촉구했다. 이들은 “단지 ‘열심히 일해 번 돈’일 뿐이라는 식의 변명은 더 큰 국민적 공분을 살 뿐”이라면서 “의원직에 연연하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했다. 이 대표도 “젊은 세대들의 분노가 클 거라 생각한다”면서 “눈높이를 맞춰가기 위해서는 곽 의원이 (거취를) 결단하셔야 한다”고 의원직 사퇴촉구 메시지에 무게를 실었다.
국민의힘 대응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도 당 내부 등 보수야권에서 분출하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 통화하면서 당 지도부를 향해 “어이없는 대응으로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켰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통화에서 곽 의원과 당 지도부를 겨냥해 “이런 X맨이 어딨느냐”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야당 스스로 철저하게 조사해서 국민께 먼저 이실직고하고 스스로 고발조치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판 키우기를 통해 대여 공세를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이재명 지사의 성남시장 시절 개발 사업 전체로 의혹 제기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2013년 성남 위례신도시 개발 사업이 대장동 개발 사업의 축소판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가장 큰 공통분모는 두 사업 모두 당시 성남시장이 이재명 후보라는 사실”이라며 “대장동 사업뿐 아니라 위례신도시 개발 사업의 관련 의혹도 철저히 따져 묻겠다”고 말했다.
대선 주자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단순히 화천대유 사건뿐만 아니라 위례 신도시 등 근래 10여년간 진행된 경기도의 부동산 개발 사건들, 나아가서는 전국에 이 정권과 연결돼있을 수 있는 개발 특혜 비리들을 전부 파헤쳐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당내 기구인 ‘이재명 경기도지사 대장동 게이트 진상조사 특별위원회’는 이날 성남시청을 항의 방문해 “위례 게이트다.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손대는 것마다 게이트”(윤창현 의원)라고 주장했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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