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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새벽부터 긴 줄" 영국 나흘째 주유대란에 결국 군 투입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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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 운전사 임시비자, 경쟁법 유예 등 대책 아직 효과 없어

연합뉴스

기름 떨어진 영국 주유소
[AFP=연합뉴스]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영국에서 주유 대란이 나흘째 이어지자 정부가 결국 군 병력 투입을 검토하고 있다.

더 타임스는 27일(현지시간) 영국 정부가 군에 기름 운송 명령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이날 결정이 나오면 군인들을 배치하는 데 1주 정도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기름을 실어나르는 트럭 운전사 부족으로 주유 대란이 벌어지자 정부는 황급히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정유사들이 협력해서 재고 정보 등을 공유하고 기름이 떨어진 주유소부터 배달할 수 있도록 전날 경쟁법 유예 조치도 내렸다.

정부는 작년 3월 코로나19 사태로 슈퍼 진열대가 비었을 때도 경쟁법 유예 결정을 내렸다.

외국인 트럭 운전사 5천명에게 크리스마스 이브까지 임시 비자를 발급하기로 했는데도 소비자 공황 심리가 안정되지 않자 추가 대응에 나선 것이다.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로 집권한 보리스 존슨 총리로서는 쉽지 않은 결단이었지만 비자 발급까지 시간이 꽤 걸린다는 현실적 문제와 유럽에서 운전사들이 오겠냐는 회의론이 겹치며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영국에선 브렉시트와 코로나19로 인해 트럭 운전사가 부족해 식료품 공급에 차질이 생긴 데 이어 이제 기름으로까지 파장이 커졌다.

연합뉴스

영국 런던 주유소 대기 차량
[로이터=연합뉴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일단 주유탱크가 차면 기름을 사재기 하기가 어려우므로 사태가 진정될 것이라고 희망하고 있다"며 "그래도 기다리기보다는 지금 조치를 취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브라이언 매더슨 전국주유소연합(PRA) 회장은 BBC 라디오 인터뷰에서 "군을 동원하는 것이 만병통치약이 아니다"라며 군은 기름 운송 작업 중 기술이 필요 없는 일부만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영국에서 두번째로 큰 정유사인 스탠로우(Stanlow)가 위태롭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 업체는 코로나19로 연기된 부가가치세 2억2천300만파운드(3천600억원) 납부를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다.

24일 시작된 주유대란은 주말을 지나 나흘째 이어지고 있다.

전국주유소연합은 회원 주유소 최대 90%(5천500곳)에서 기름이 바닥난 것으로 추정했다. 영국 주유소는 약 8천곳이다.

일부 주유소는 수요가 500% 늘었다고 보고했다.

매더슨 PRA 회장은 주유소 한 곳은 정오에 주유트럭이 왔는데 오후에는 바닥 났다고 전했다.

스카이뉴스는 런던 서부의 한 주유소에 아침 7시에 급유트럭이 도착했는데 차량들은 이미 그 전부터 길게 늘어서 있었으며 몇몇은 밤에 도착한 것 같았다고 전했다.

주유 대기 차량 때문에 간선도로가 막히지 않도록 직원들이 나와서 정리했다고 스카이뉴스는 말했다.

merci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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