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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처리 시한 늦춘 언론중재법, 여야 끝까지 합의 도출 힘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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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여야가 27일 언론중재법 개정의 합의 시한을 28일까지 늦춰 협상을 계속하기로 했다. 지난달 31일 국회 처리를 미루며 한시적으로 구성한 ‘8인 협의체’가 전날까지 합의 도출에 실패한 뒤 여야 지도부가 하루 더 쟁점 사안의 절충에 나선 것이다. 민주주의 토대가 되는 언론관계법을 강행·졸속 처리하는 정치적 부담을 여야 모두 느낀 것이다.

언론중재법을 둘러싼 여야 대치는 징벌적 손해배상과 열람차단청구권 도입을 놓고 막판까지 이어졌다. 민주당이 8인 협의체에서 징벌적 손배 범위를 5배에서 3배로 낮추고 사생활 핵심 영역을 침해할 때만 기사 열람차단을 청구토록 하자는 대안을 냈지만, 국민의힘은 두 조항 모두 삭제를 요구했다. 이날 박병석 국회의장이 주재한 회의에선 한도를 없애고 가짜뉴스의 징벌적 손배 취지를 담은 여당 수정안도 논의됐다고 한다. 고의·중과실 조항 삭제나 반론·정정 보도 활성화엔 뜻을 모았지만, 징벌적 손배에 대해 결론을 내지 못한 것이다. 여야가 본회의에서 충돌하는 파국을 피해 마지막 담판에 들어간 것이다.

언론중재법은 이미 나라 안팎의 중대 관심사가 됐다. 이레네 칸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은 사흘 전 한국이 유엔의 ‘언론인 보호를 위한 친구 그룹’에서 활약 중임을 상기시키며 “이 개정안이 한국을 롤모델로 간주하는 다른 국가들에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내에선 인권위가 법 개정의 명확성·과잉금지 원칙을 지키도록 권고했고, 7개 현업단체들이 독립성·전문성을 높인 ‘통합형 언론자율규제기구’부터 운영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이 언론·시민단체·국제사회에서 제기하는 문제를 “충분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하면서 여당의 법 개정이 신중해졌다.

언론중재법을 개정할 필요성은 있다. 언론의 책임성을 높여 인권침해를 막고, 중재기구와 법원에서 판정한 중대한 오보나 명예훼손엔 적절한 손배도 해야 한다. 반대로, 법은 악용·남용 소지나 중복·과잉 처벌이 없도록 명확하고 권력 감시나 탐사보도가 제한·위축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피해자 구제와 언론자유가 한쪽으로 기울지 않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 시민단체가 제안한 사회적 합의기구나 국회 특위에서 더 넓게 협의하고 보완해나가는 것도 피할 이유가 없다. 민주주의 척도가 될 쟁점 법안은 여야가 ‘합의 처리’할 때 힘있게 첫발을 내디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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