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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유커 사라진 부산 ‘치명타’… 내국인 몰린 제주 ‘회복 중’ [심층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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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직격탄‘ 지역관광산업 현주소

사시사철 북적대던 부산역·남포동

관광객 하루 1~2팀도 보기 어려워

해외여행 막히자 궁여지책 제주행

상반기 19.8% 늘어난 662만명 발길

여행상품 선결제·자체방역 구축 등

지자체, 관광활성화 대책마련 부심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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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부산을 기반으로 하는 저비용 항공사(LCC) ‘에어부산’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35개 노선(국내선 5개, 국제선 30개)에서 6개(국내선 5개, 국제선 1개) 노선만 운영하고 있다. 2019년 국제선과 국내선을 합해 총 786만3000여명을 수송했던 운송실적은 지난해 439만여명으로 51.7% 줄었고, 매출은 2019년 6332억원에서 지난해 1899억원으로 3분의 1로 줄었다.

#2. 제주컨벤션센터(ICC) 운영사인 ‘뷰로’의 마이스(MICE: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의 지난해 8월 말 기준 유치실적은 25건에 불과했다. 뷰로는 2019년 목표(180건) 대비 101.7%(183건)를 달성했으나, 지난해에는 목표(190건) 대비 13.2%에 불과했다. 특히 코로나19 여파로 국제인센티브 투어와 외국인 10명 이상 참여하는 국제 MICE 유치실적이 현저히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관광 마이스 산업이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길고 긴 어둠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세계 각국이 자국민의 이동과 여행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9월 한국 방문 외국인 관광객 전년 동기 대비 82% 감소

27일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233만3425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82.0% 감소했다. 같은 기간 우리 국민의 해외여행도 81.7% 줄었다. 이로 인해 관광수입과 지출은 각각 62.2%와 60.4% 감소했다.

관광객들이 큰 폭으로 줄면서 관광산업 비중이 높은 부산과 제주 등 국내 관광산업이 치명상을 입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외국인은 물론 내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뚝 끊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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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은 지난해 2월부터 내·외국인 관광객들이 줄기 시작했다. 지난해 상반기 부산을 찾은 내국인은 872만5000여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 1251만1000여명에 비해 30.3% 줄었다. 월 평균 25만명에 달하던 외국인 관광객도 지난해 3월부터 90% 이상 감소했다. 지난해 9월 부산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만704명에 불과했다.

특히 중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부산 중구 남포동을 비롯한 원도심의 피해가 상대적으로 크다. 남포동과 부산역을 중심으로 하는 부산 원도심 지역은 중국인들에게 부산관광 필수코스로 불리며 1년 내내 북적였지만 지금은 하루 1∼2개팀도 보기 힘든 실정이다.

올해 6월 기준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총 7만7029명이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동월(147만6218명) 대비 94.8%나 감소했다. 이는 코로나19가 시작된 지난해 6월 외국인 관광객이 3만6938명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나마 늘어난 수치다.

해외여행에 나선 우리나라 국민도 비슷한 수치로 줄어들었다. 올해 6월 기준 해외여행객은 7만9446명으로, 2019년 동월(249만5798명) 대비 96.8% 줄었다. 특히 일본과 중국, 미국 등 주요 국가로 여행한 국내 관광객이 큰 폭으로 줄었다. 일본으로 향한 관광객은 2019년 282만476명에서 올해 6월 875명으로 99.7% 줄었고, 중국으로 떠난 관광객도 47만5007명에서 1만2942명으로 97.3% 감소했다. 미국으로 향한 관광객도 같은 기간 10만5398명에서 1만8159명으로 82.8% 감소했다.

이로 인해 국내 관광산업 수입도 반 토막이 났다. 2019년 207억4500만달러이던 관광수입은 지난해 104억3600만달러로 49.7%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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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운대구 해수욕장. 부산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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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관광산업 치명타, 제주는 국내 관광객 몰리면서 회복 중

부산관광공사가 지난해 11월 한 달간 부산지역 관광업체와 여행사·항공사·전시컨벤션, 음식점 등 154개 업체의 경영자와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는 절망적이다.

조사 결과 이들 업체의 전년도(2019년) 대비 매출액은 30.9%, 고용인원은 58.5%로 조사됐다. 설문에 참여한 부산지역 업체 중 81개(52.6%) 업체들은 전년보다 매출이 10% 이하라고 대답했다. 이 중 여행사(81개)는 78개 업체가 30% 이하라고 대답해 무려 96.3%가 경영난에 내몰린 것으로 확인됐다. 또 전년 대비 매출이 10% 이하라고 응답한 업체 중 매출액 3억원 이상~10억원 미만인 업체가 21개로 나타나 기업규모가 작을수록 매출액 감소가 큰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제주는 코로나19로 외국여행 길이 막힌 국내 관광객들이 대거 제주를 찾으면서 코로나 발생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고 있다. 지난해 제주를 방문한 국내외 전체 관광객은 1019만988명으로, 2019년 1635만7150명에 비해 37.8% 감소했다. 그러나 올 상반기 제주를 찾은 전체 관광객은 662만명으로, 2019년 같은 기간에 비해 23.4% 감소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19.8% 늘어난 수치다. 특히 휴가철 등의 영향으로 지난 7월30일~8월1일 제주를 찾은 내국인만 13만3000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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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조개잡이 체험어장. 세계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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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관광산업 회복도 불투명… 지자체 관광 활성화 대책 마련 분주

코로나19로 침체한 국내 관광산업의 회복도 불투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엔 세계관광기구(UNWTO)에 따르면 지난해 국제 여객 숫자가 전년보다 무려 74% 감소하면서 1990년대 수준으로 후퇴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 관광산업의 붕괴로 전 세계에서 1조3000억달러에 달하는 수익이 증발했고, 1억2000만명에 달하는 관광업 종사자의 일자리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관광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무너진 관광산업이 단기간에 회복하기는 힘들 것으로 예측했다. UNWTO는 2022년 하반기나 2023년 상반기가 돼서야 서서히 회복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부산시는 관광산업 관련 업체와 시의원, 공무원 등 민·관·학 관광협의체를 구성하고, 올 초 ‘부산광역시 관광마이스육성진흥기금 설치 및 운용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이에 따라 매년 20억원씩 5년간 총 100억원의 관광마이스산업 육성기금을 조성할 계획이다. 또 중소여행사와 콘텐츠개발업체를 대상으로 ‘여행상품 선결제 프로젝트’ 추진을 통한 수익구조 개선에 나선다.

부산시 관계자는 “부산관광산업 회복을 위해 전문가 의견 청취 및 자문 등을 통해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면서도 “단기간에 코로나 이전 관광수요를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돼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스마트관광 기반의 ‘제주형 관광 방역 시스템’ 구축으로 이동패턴의 빅데이터 분석과 제주관광 8대 핵심클러스터 방역, 이동통신 데이터를 활용한 ‘실시간 관광지 혼잡도 분석서비스’ 제공을 통해 UNWTO로부터 코로나19 위기극복 모범사례로 인정받았다. 이에 따라 올 하반기 개별 관광객을 위한 ‘관광지 추천 서비스’를 본격 제공할 예정이다.

제주관광공사 관계자는 “포스트 코로나에 대응하기 위해 밀폐된 공간이나 밀집되는 관광보다 언택트 소규모 관광트렌드에 맞춘 힐링 여행지를 집중 육성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부산=오성택, 제주=임성준 기자 fivesta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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