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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1 (일)

이슈 정치계 막말과 단식

"쥐어패 버릴 수도 없고" "대통령 되면 잡아넣을 것"…막말에 잠식된 정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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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어버리겠다" "파면시킬 것"…과격 언행 난무

"모두가 트럼프처럼 존재감 과시…국민만 피해"

아시아경제

이재명 경기지사(왼쪽),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사진=국회사진기자단,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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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내년 대선을 앞두고 최근 정치권에선 상대방을 향해 수위 높은 발언과 막말이 난무하고 있다. 여야 대선 예비후보들은 서로를 헐뜯고 공격하며 '파면시키겠다' '잡아넣겠다' 등 위압적인 말도 서슴지 않고 있어 이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피로도도 높아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최근 경기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사업 의혹 관련 자신에게 책임을 묻는 야권을 향해 맹공을 퍼붓고 있다.

이 지사는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중앙보훈회관에서 열린 개발이익 환수제도 토론회에서 대장동 의혹을 '이재명 게이트'로 규정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겨냥해 "국민을 속인 죄를 물어 봉고파직(封庫罷職, 부정을 저지른 관리를 파면하고 관고를 봉하여 잠근다는 뜻의 고사성어)하도록 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또 김기현 원내대표를 향해선 "이재명이 몸통이라고 거짓말을 발표해서 국민을 속였다"라며 "그것은 저에 대한 범죄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에 봉고파직에 더해서 저기 남극 지점에 위리안치(圍籬安置, 죄인을 유배시키겠다는 뜻)시키도록 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이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 지사의 입이 험한 것은 주지의 사실인데 나는 비례의 원칙으로만 대응하겠다. 이 지사의 추악한 가면을 확 찢어 놓겠다"고 응수했다. 김 원내대표도 "마치 폭군이라도 된 양, 입에서 나오는 대로 뱉어내는 막말 대잔치에 섬뜩함마저 느낀다. 남을 조롱하기 전에 자신의 인성과 개념부터 챙기길 바란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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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대선주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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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인 홍준표 의원도 최근 여러 차례 수위 높은 막말로 논란에 휩싸였다. 홍 의원은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내가 대통령이 돼서 이재명 잡아넣으면 된다. 간단한 것"이라며 "그 관련된 사람은 여야를 불문하고 거머리떼들이니 다 잡아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가 하면, 경쟁후보인 하태경 의원이 예비 후보자 TV 토론회에서 자신을 향해 날카로운 질문을 연달아 하자 "저놈은 그때 우리당 쪼개고 나가서 우리당 해체하라고 지X하던 놈" "토론회가 기분이 좋아야 하는데 어처구니없는 짓을 당하니 머릿속이 꽉 막힌다. 진짜 쥐어패 버릴 수도 없고" 등 욕설을 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하 의원이 지난 5일 진행한 6차 TV 토론회에서 "막말 병이 다시 도지신 것 같다"고 지적하자, 홍 의원은 "제가 하태경 후보를 특정해서 지목해서 이야기한 바는 없다"며 끝까지 사과하지 않았다.

비슷한 발언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했다. 윤 전 총장은 지난달 27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 지사를 겨냥해 "제가 대통령이 되면 대장동 같은 일은 없을 것이고 화천대유의 주인은 감옥에 갈 것"이라면서 "이런 부패, 몰상식, 부정의, 불공정을 척결하기 위해 대통령 후보로 나선 것"이라고 발언했다.

일각에선 정치 현안에 대한 논의는 뒤로한 채 너나 할 것 없이 '상대방 헐뜯기'에만 혈안 되어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유력 대선 후보들이 '잡아넣겠다' '파면시키겠다' 등 권력으로 누군가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식의 발언을 하는 것은 '제왕적 대통령'의 모습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는 정책이나 미래 비전 없는 '막말 정치'로 인해 결국 국민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인들의 막말, 대중 정서를 거스르는 발언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이번 대선에서 더 극대화된 모습"이라며 "정치 경력이 없는 후보들이 대선 경쟁에 뛰어들면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그랬듯 모두가 존재감 과시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어떤 문제가 있을 땐 법적 절차에 따라 처리해야 하는 것이지, 마치 자신이 제왕인 것처럼 말하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의 대통령직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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