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다발 부동산 위기에 전례 없는 전력난까지 겹치면서 중국 경제가 휘청이고 있다. 이에 세계 주요 투자은행(IB)들은 중국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잇달아 낮추고 있다. 세계 금융 시장에서는 중국 투자를 기피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중국의 올해 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8.2%에서 7.8%로 하향 조정했다. 골드만삭스는 "헝다그룹 위기로 부동산 시장이 흔들리고, 석탄 부족으로 인한 전력난이 심화하고 있어 하반기에 성장률이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무라증권도 중국의 올해 GDP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8.2%에서 7.7%로 내렸다. 루팅 노무라증권 중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이미 하향 조정했지만 앞으로 추가적인 하방 위험도 있다"고 경고했다.
모건스탠리는 정전에 따른 생산 감축이 올해 내내 지속된다면 올해 4분기 중국의 GDP 성장률이 1%포인트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맥쿼리와 알리안츠도 전력난 상황을 분석해 조만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조정할 계획이다. 실제 중국 안팎에서는 정부의 정교하지 않은 정책들이 시장에서 예상보다 큰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공동 부유'를 전면에 내세운 중국 정부가 부동산 거품을 빼겠다며 작심하고 부동산 시장 돈줄을 틀어막자 반작용으로 헝다 위기가 발생했고, 무리한 탈탄소 정책으로 인해 지방정부가 산업용 전력 공급을 제한하면서 문을 닫는 공장이 속출했다는 것이다.
알렉스 양 런던경영대학원 교수는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칼럼을 통해 "외견상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헝다 위기와 전력난은 정부의 정책에 의해 예기치 못한 결과가 발생했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과거 중앙 집권적인 의사 결정은 중국의 고속 성장을 가져왔지만 지금처럼 복잡해진 경제 구조에서는 예기치 못한 파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들어 중국 경제를 짓누르는 대형 악재가 계속 쏟아지면서 중국 투자에 대한 비관론이 커지고 있다. 유명 벤처투자자인 차마트 팔리하피티야는 "중국은 변동성을 헤지할 수 있는 곳이 되기보다는 변동성이 시작되는 곳이 될 것"이라며 "중국은 계속 지켜볼 만한 국가이지만 투자할 만한 국가는 아니다"고 말했다. 월가의 전설적인 투자자 중 한 명인 조지 소로스도 "기관투자자들의 중국 투자는 고객 돈에 손해를 끼치는 나쁜 투자"라고 말했다.
반면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과도하다며 투자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메리 에르도스 JP모건자산운용 최고경영자(CEO)는 "지금 중국 주식은 할인 중"이라며 "중국 주식 투자를 고려해 볼 시점"이라고 말했다. 앤드루 맥카프리 피델리티 최고투자책임자도 "헝다발 채무 위기로 촉발된 무차별적인 매도 사태로 인해 중국 채권 시장에서 큰 기회가 생겼다"고 말했다.
[베이징 = 손일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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