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냄새에 숨은 질환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하면서 자신의 입냄새를 알게 된 경우가 적지 않다. 인구의 40%는 고질적인 입냄새로 곤란을 겪는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입냄새는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주고 자신감마저 떨어뜨릴 수 있어 평소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그런데 아무리 양치질을 열심히 해도 입냄새가 가시지 않는다면 몸속 다른 질환의 경고일 수 있다. 입냄새를 간과할 수 없는 이유다. ‘입속 불청객’ 입냄새에 숨은 질환을 알아본다.
입냄새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우선 ‘생리적인 입냄새’다. 말을 많이 하거나 긴장해 침이 마르거나 공복 때처럼 침 분비가 줄어들 때, 마늘·양파 등 톡 쏘는 음식을 먹었을 때 입안에서 누구에게나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자연적인 현상이다. 생리적인 입냄새는 수분·음식을 섭취하거나 양치질만 해도 곧장 해결된다. 문제는 ‘병적인 입냄새’다. 강동경희대병원 치주과 강경리 교수는 “병적인 입냄새의 80%가량은 구강의 문제로 발생한다”며 “입안의 박테리아가 단백질을 분해하며 만들어낸 휘발성 황화합물이 불쾌한 냄새를 풍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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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는 구강 문제, 나머지는 전신에 원인
입냄새를 유발하는 대표적인 구강 질환은 충치다. 충치로 인해 치아에 구멍이 나면 음식물이 끼기 쉽고, 이 음식물이 깔끔하게 제거되지 않으면 썩어 입냄새를 풍긴다. 치석·치태·치은염·치주염 같은 구강 질환이 있어도 음식물이 치아·잇몸에 잘 끼어 입냄새가 나기 쉽다. 구강 질환이 원인일 땐 원인 질환 치료와 함께 제대로 된 칫솔질이 필수다. 어금니뿐 아니라 잇몸 안쪽까지 닦고 혀는 안쪽까지 깨끗이 닦는다. 한양대병원 치과 한지영 교수는 “섬유질이 풍부한 채소를 섭취하면 침샘을 자극해 입냄새를 없애는 도움된다”고 조언했다.
병적인 입냄새의 20% 내외는 구강 외의 전신에서 발생한다. 냄새가 입에서만 나는 구강 질환과 달리 입을 다물고 코로 숨을 내쉴 때도 냄새가 난다. 입냄새의 종류와 동반 증상으로 원인 질환을 가늠할 수 있다. 우선 입에서 생선 비린내 같은 냄새가 나고, 양치질하다가 입에서 쌀알만 한 누런 알갱이가 튀어나온다면 ‘편도결석’을 의심해볼 수 있다.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이비인후과 박일석 교수는 “편도는 목 안쪽, 코 뒤쪽의 림프조직으로, 이곳에 난 구멍(편도와)에 음식물 찌꺼기가 끼면 세균이 뭉쳐 냄새 나는 알갱이를 만든다”고 언급했다. 한 교수는 “편도결석이 있으면 혐기성 세균이 증가해 입냄새 성분인 휘발성 황화합물 농도가 정상보다 10배 증가한다”고 경고했다. 편도결석의 가장 흔한 원인은 편도염으로, 편도의 세균 증식을 유발한다. 레이저로 편도에 난 구멍을 막을 수 있으며, 편도염 발병이 잦으면 편도절제술을 고려할 수 있다.
소화기관에 문제가 있어도 입냄새가 날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역류성 식도염’이다. 역류성 식도염의 경우 위산에 뒤섞인 음식물이 인·후두를 거쳐 구강까지 역류하면서 혀에 혐기성 세균이 과량 증식하고 입냄새를 유발할 수 있다. 식사 후 바로 눕는 행동을 금하고 제산제, 위산분비 억제제 등 약물로 치료할 수 있다. ‘헬리코박터균 감염증’도 입냄새의 흔한 원인이다. 위 상피 조직에 사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라는 세균이 대사 과정을 통해 휘발성 황화합물을 만들어 냄새를 낸다. 내시경 조직검사를 통한 신속 요소 검사, 내시경 없이 확인할 수 있는 요소 호기 검사 등으로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항생제와 위산 억제제를 병행해 1~2주간 치료하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의 80~90%를 없앨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김도훈 교수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제균 치료를 받은 환자의 80%에서 입냄새가 호전됐다는 보고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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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전은 지린내, 급성 간 경변은 구린내
당뇨병 환자 가운데 입에서 사과처럼 달콤한 과일향이 난다면 ‘당뇨병성 케톤산증’을 의심할 수 있다. 당뇨병의 급성 합병증인 당뇨병성 케톤산증은 췌장 베타세포의 인슐린 분비량이 줄어들면서 포도당이 세포 안으로 흡수되지 못하게 된다. 이 때문에 세포가 에너지를 만들기 위해 지방을 분해하는데, 지방 분해 산물로 달콤한 향을 내는 물질인 아세톤이 발생한다. 이 증상이 나타나면 응급 치료가 필요하므로 빨리 병원을 찾아야 한다. 당뇨병 환자는 인슐린 주사를 꼬박 챙겨 맞아야 하며, 몸 상태가 좋지 않을 땐 혈당을 더 자주 측정하는 게 안전하다.
입에서 소변 냄새 같은 지린내가 풍긴다면 ‘신부전’이 원인일 수 있다. 신부전은 노폐물을 제거하는 콩팥의 기능이 떨어져 정상으로 회복될 수 없는 단계의 질환으로, 신부전으로 인한 요독증이 있으면 숨 쉴 때마다 소변 냄새나 암모니아 냄새가 나는데 생선 비린내와 비슷하다. 요독증 원인 질환의 치료와 함께 단백질 섭취를 제한하고 콜레스테롤·혈압·혈당을 조절하며 콩팥 기능이 소실되는 것을 늦춰야 한다.
계란·버섯이 썩은 듯한 구린내가 난다면 ‘급성 간 경변’을 의심할 수 있다. 간 경변 말기로 갈수록 몸에 독성 물질이 많이 쌓이면서 곰팡이 같은 퀴퀴한 냄새가 풍길 수 있다. 간 경변은 항바이러스제 등 약물로 치료하며, 합병증으로 복수가 생긴 경우 이뇨제로 조절한다. 한양대병원 소화기내과 윤병철 교수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입냄새가 계속된다면 몸의 적신호로 받아들여 종합적인 건강 상태를 점검하고, 치과·이비인후과·소화기내과 등을 찾는 것도 방법”이라고 권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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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입냄새 이렇게 맡아보세요
-3분간 입을 다 물고 있다가 종이컵에 '후~' 하고 분다.
-손등을 혀로 핥은 후 침을 10초간 말려 냄새를 맡는다.
-통화 직후 휴대전화에 침이 튄 부분을 코에 댄다.
-면봉으로 혓바닥·잇몸을 긁고 냄새를 맡아본다.
정심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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