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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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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혼밥 대충대충 먹고 혼술 홀짝홀짝 마시고 대사증후군·우울증 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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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가하는 1인 가구 건강 요주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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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박동훈(가명·34·경기도 군포시)씨는 직장에 입사한 후 8년째 계속 혼자 살고 있다. 박씨는 평소 집에서 라면·떡볶이 같은 밀가루 위주의 간편식과 배달 음식으로 끼니를 때운다. 과일·야채는 거의 먹지 않고, 아침은 거른다. 저녁을 집에서 먹지 않을 땐 주로 술자리를 갖는데, 족발·보쌈 같은 고기 위주의 안주에다 소주 2병 정도를 마신다. 박씨는 “술 마시고 담배 피우는 것이나 식사 습관을 간섭하는 사람은 없다”며 “다만 2년 전부터 살이 많이 쪄 과체중이 됐고 최근 코골이가 심해져 고민이다. 얼마 전엔 허리 디스크 진단을 받은 데다 콜레스테롤 수치도 높게 나와 걱정”이라고 말했다.

우리 주변의 10가구 중 3가구(30.2%)는 박씨와 같이 혼자 사는 1인 가구다(‘2020 통계로 보는 1인 가구’, 통계청). 이런 1인 가구는 2인 이상의 다인 가구보다 건강 행태가 대체로 좋지 못하다. 음주율이 높고, 혼자 먹거나 간편식으로 끼니를 때우는 빈도가 높다. 나쁜 생활습관이 만성질환과 우울감으로 이어지면서 1인 가구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과거 1인 가구는 주로 노인층에 집중됐지만, 지금은 전 세대에서 확대되는 추세다. 남성 1인 가구는 30대(21.7%), 20대(19.2%), 50대(18.4%) 순으로, 여성 1인 가구는 60대(17.3%), 20대(17.2%), 70대(16.5%) 순으로 많다. 늦은 결혼이나 비혼, 직장·학업 등 다양한 이유로 전 연령대에서 1인 가구가 꾸준히 증가한다.



전체 가구 10집 중 3집은 혼자 살아



1인 가구의 건강과 직결되는 생활습관은 식사 행태다. 1인 가구는 대체로 다인 가구보다 혼자 식사하는 비율이 높다. 혼밥할 땐 라면·과자·빵·김밥 등으로 대충 먹거나 간편식 위주로 먹는다. 또 밥을 해서 먹더라도 밥·김치 위주의 단조로운 식사를 한다. 밥을 빨리 먹고, 식사의 질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이경실 교수는 “혼자 지내면서 식사를 건강하게 챙기지 못하면 비만을 비롯한 만성질환 발생 위험이 커진다”며 “식사 공간에서는 대화하며 마음의 짐을 서로 이야기하는데 그게 잘 안 되면 정신적으로도 힘들 수 있다”고 말했다.

‘혼술’ 습관도 건강을 위협한다. 알코올은 일시적 쾌감과 안정감을 주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소외된 상태에서 혼술을 지속하면 술에 의존하기 쉽다. 알코올 질환 전문 다사랑중앙병원 허성태(정신건강의학과) 원장은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본원 조사에 따르면 혼자 살게 된 이후 음주량이 늘었고, 외로워서 마신다는 응답자가 절반 가까이 됐다”며 “사회생활을 위해 마시는 것과 달리 혼자 술을 마시면 대화 상대 없이 술에만 몰입하고, 술 자체를 목적으로 하므로 알코올 의존성을 높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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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소 운동, 가족 식사와 같은 효과



식사·음주 등의 생활습관으로 인해 1인 가구는 전반적으로 신체적 건강 수준이 낮고, 우울감 등 정신 건강 측면도 열악하다. 을지대 식품영양학과 백진경 교수팀의 ‘유형에 따른 중장년층의 만성질환 위험 요인 분석(2021)’에 따르면 1인 가구는 다인 가구보다 대사증후군 발생 위험이 1.6배, 고중성지방혈증은 1.8배 높다. 대사증후군은 고혈당·고혈압·고지혈증·비만 등의 여러 질환이 한꺼번에 나타나는 것이다.

연구팀은 ‘특히 혈중 중성지방 농도 격차가 컸는데 이는 1인 가구가 술을 더 자주 마신 결과로도 해석된다’고 짚었다. 허성태 원장은 “술은 간에 중성지방을 축적하는 주요 원인”이라며 “특히 중장년 남성 1인 가구에서 불균형한 식습관과 함께 외로움을 잊기 위한 수단으로 음주를 하면서 심혈관 질환 등 건강 악화를 초래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혼밥은 우울증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경실 교수팀이 국민건강영양조사의 성인 1만4093명을 대상으로 ‘혼밥과 우울증의 상관성’을 분석했더니 저녁 식사를 혼자 먹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우울증 위험이 1.4배 높았다. 다만 저녁을 혼자 먹더라도 규칙적으로 유산소 운동을 하는 사람의 우울증 위험은 가족과 함께 먹는 사람과 차이가 없었다. 이 교수는 “빠르게 걷기와 조깅·마라톤·축구 등 달리는 운동을 하면 엔도르핀·도파민·세로토닌과 뇌유래신경인자(BDNF) 등의 신경전달물질 분비가 많아져 기분을 좋게 하고 우울감을 낮출 수 있다”며 “운동을 할 마음이 없다면 일단 일상생활에서 움직임을 늘려보는 것도 좋다”고 조언했다.

■ 1인 가구 건강 솔루션



간편식에 부족한 영양소는 요리로 보충

1인 가구는 균형 잡힌 식사를 챙겨 먹기를 어려워한다. 간편식 등으로 끼니를 때우는 경우가 많다. 간편식은 자극적인 맛으로 입맛을 사로잡지만 영양의 질이 떨어지기 쉽다. 이럴 땐 소비자의 알 권리인 식품의 영양 정보를 살펴보는 습관이 도움된다. 식품 포장지의 영양 성분 표기 내용(라벨)을 챙겨 읽는 사람의 경우 대사증후군 유병률이 17%로 영양 표시를 모르는 집단의 유병률(47%)보다 훨씬 낮다는 연구결과(강남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연구팀, 2013)가 있다. 단백질·식이섬유·칼슘 등 부족하기 쉬운 영양소는 일일 ‘영양소 기준치(%)’가 높은 것을 선택하고, 당류·나트륨·포화지방은 가급적 적게 든 것을 선택한다. 영양 정보를 확인한 뒤 부족한 영양소를 보충해 조리해 먹으면 좋다. 예컨대 간편식 볶음밥에 계란이나 두부 등을 추가하면 부족한 단백질을 보충할 수 있다. 집에서 밥을 먹을 땐 밥·김치 위주의 단조로운 식사를 하기보다 유제품·과일 등을 곁들이는 걸 권한다.



혼술 할 땐 미리 마시는 양·횟수 정하기

혼술은 주변에서 참견하지 않기 때문에 알코올 문제가 발견됐을 때는 이미 증상이 심각해진 경우가 많다. 과음하지 않더라도 집에서 습관적으로 술을 마시다 보면 알코올에 대한 뇌의 의존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집에서 술을 즐기고 싶다면 스스로 술 마시는 횟수와 양을 정해놓고 본인의 음주 상태를 의식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TV나 스마트폰을 보며 술을 마시면 무의식중에 계속 마시게 돼 과음하기 쉽다. 자신이 술을 얼마나 마셨는지 판단하기 어려우므로 가급적 자제하는 것이 좋다.



어르신은 가족·지인과 통화, 스트레칭

집에 홀로 있는 어르신은 일과를 정해 특정 시간엔 정해진 활동을 하도록 일과표를 만드는 것이 도움된다. 단조로운 생활 패턴으로 활동량이 확연히 줄어드는 것 자체가 우울감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지내는 공간이 한정돼 있어도 요리, 가족·친구와의 통화, 스트레칭하기와 같은 식으로 해야 할 일을 정해놓고 다양한 활동을 실천하는 것이 좋다. 노인 스스로 자신의 감정을 가족에게 표현하는 것도 중요하다. 혼자 힘든 감정을 끌어안고 지내다가 우울 증상이 심해진 뒤에야 가족이 알게 되면 그것이 외려 더 가족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주변 사람에게 짐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나누고 소통한다는 생각으로 얘기하는 것이 좋다. 이유 없이 여기저기 아프고 소화 기능이 떨어지는 것도 우울증의 신호일 수 있다.



1인 가구 위한 맞춤 정책·프로그램 활용

1인 가구를 대상으로 지원하는 맞춤형 정책과 프로그램을 활용해 본다. 예를 들어 서울시는 지난달에 1인 가구를 위한 정책 정보를 볼 수 있는 플랫폼 ‘서울 1인 가구 포털’을 열었다. 1인 가구가 겪고 있는 질병·외로움 등을 해소하기 위한 서울시와 각 자치구의 다양한 서비스를 안내한다. 거주 지역(자치구)과 연령(20대 이하/20~30대/40~50대/60대 이상), 성별, 카테고리(안전/주거/경제 일자리/외로움/질병)를 선택해 맞춤형 정보를 찾아낼 수 있다. 예를 들어 서대문구는 20, 30대 청년 1인 가구가 음식과 건강 등 다양한 주제로 소통하는 ‘1로 만난 사이’를 진행한다. 이달 16일부터 매주 토요일, 2회의 온라인 비대면 모임을 포함해 한 달간 진행된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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