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파는 이틀이 지난 12일에도 계속됐다. 산전수전을 겪은 중진 의원들조차 뚜렷한 해석을 못 내놓았다. 이날 열린 이재명 캠프 해단식에서 안민석 의원은 “논리적·과학적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어떤 도깨비의 장난이었을까”라고 말했다. 우원식 의원 역시 “참 미스터리하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반면에 이낙연 캠프 소속 설훈 의원은 “민심이 무섭다. 대장동에 대해 국민들이 이해했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날 여당 안팎에선 ‘28% 쇼크’를 두고 야권개입론, 조직투표론, 중도이탈론 등 백가쟁명식 해석이 쏟아졌다.
① 야권개입론=이재명 후보 지지자들이 강하게 미는 가설은 국민의힘 지지층이 3차 투표에 개입했다는 야권 개입론이다. 지난 9월 초 민주당 3차 선거인단 모집 기간에 보수 성향의 네티즌들이 민주당 선거인단 가입을 독려했다는 것이다. 일종의 ‘역선택’ 가설이다. 증거로는 ‘에펨코리아’나 ‘일베’ 같은 보수 성향 온라인 사이트에 올라온 게시물을 들이댄다. 친여 방송인 김어준씨도 자신이 진행하는 라디오에서 “민주당 지지층을 모으려 한 국민 경선인데, 실제로 거기에 보수 지지 성향 유권자들이 대거 신청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런 가설의 난관은 보수 성향의 온라인 사이트가 이낙연 전 대표에게 투표한 15만 명을 조직할 힘이 있느냐의 문제다. 익명을 요구한 당 관계자는 “비당원 선거인단이라는 게 온·오프 라인 조직을 총동원해도 온라인 투표까지 연결하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② 조직투표론=이재명 캠프 내부에선 “3차 국민선거인단 조직에서 이낙연 캠프에 완패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첫 순회 경선지인 충청권 경선(9월 4~5일)에서 예상 밖 낙승을 거두면서 3차 모집 기간(9월 1~14일)에 선거인단 모집에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는 것이다. 당 일각에선 “3차 선거인단에 호남 유권자 비중이 높았다”는 말도 나온다. 이 경우 9월 초·중반 호남 지역에 모든 역량을 투입했던 이낙연 캠프가 선거인단 모집을 많이 했다는 추론이 가능해진다.
③ 중도이탈론=대장동 논란에 대한 반응으로 중도 성향이 강한 3차 선거인단이 이 후보 지지에서 이탈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 3일 대장동 사건으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구속된 게 6~10일 투표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이다. 민주당 내부에선 3차 선거인단에 중도층 비율이 높은 것으로 추정한다. “핵심 지지층을 이미 1, 2차 선거인단에 가입시켜서 3차 선거인단은 ‘집토끼’(고정지지층)보다 ‘스윙 보터’ 비율이 높았다”(당 보좌관)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재명 캠프 측은 “대장동 때문이라면 서울·경기 지역 권리당원 투표나 여론조사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나타나야 하는데 그런 것은 아니었다”(우원식 의원)고 설명한다.
오현석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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