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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매주 금요일 오전 끼니로그를 보내드리는 도토리 에디터, 최미랑 기자입니다.
이번주 끼니로그에선 ‘맛집 찾는 법’을 다뤘습니다. 앞서 종교와 음식에 관한 교양서 <성스러운 한 끼> 저자인 박경은 기자를 팟캐스트 ‘먹을 것에 진심인 사람들’에 초대해 식당 고르는 법에 대해 얘기를 나눴는데요.
레이디경향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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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년째 경향신문에서 일하는 박경은 기자는 어릴 적 책 속에 나오는 음식에 대한 열망 때문에 지리학자가 되어야 할 지, 탐험가가 되어야 할지 고민했다고 할 만큼 먹을 것에 진심인 분이에요.
네이버 블로그에 ‘맛집’만 검색하던 도토리 에디터와, 함께 팟캐스트를 진행한 고영님은 이날 박경은 기자의 식당 찾기 비법을 듣고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고 합니다. 여러분께 공유하고자 그 내용을 정리해 왔습니다.
박경은 기자. 경향신문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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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로지 딤섬을 맛보기 위해 홍콩을 다녀온 적 있다는 전설이 내려오는데 사실인가.
오로지 우동을 먹기 위해 일본을 다녀오는 사치를 부리는 그런 사람 같잖나. 그렇게 콕 찝어 말하니 민망하다.
- 그럼 이건 어떤가. 미국 연수 때 족발을 구할 수 없어 도축장에 가 봤다고.
뭐, 그렇지. 도토리 주워다가 묵도 만들고.
- 소설책을 읽을 때도 음식 관련 메모를 주로 한다고 들었는데.
어릴 때 부터 맛을 보지 않으면 다음 진도로 못 넘어갔어. <알프스 소녀 하이디>를 읽다가 ‘흰 빵’이 나오면 중간에 반드시 나가서 호빵이라도 사먹고 와야 했다. 이상한 사람이 돼 버려서 고칠 수가 없어.(웃음)
- 후배 및 지인들을 항상 맛집으로 인도하는데 비결이 뭔가. 리스트를 항상 정리해 두나?
글을 읽을 때 뿐 아니라 다른 사람이 하는 얘기를 들을 때도 음식과 관련한 건 거의 기록하는 편이다. 넷플릭스에서 음식 다큐 같은 것을 볼 때도 적어 둔다. 어떤 나라 어느 도시에 가면 그 셰프가 있구나, 이렇게 메모해서 쭉 쌓아두며 업데이트한다.
일단 에버노트와 노션 같은 메모장 프로그램에 보이는대로 다 저장한다. 중요한 건 이 내용을 지역별로 분류하는 것이다. 해외는 국가별, 국내는 경기, 전남 등 지역별로 분리해서 자료를 정리하는 게 기본 작업이다.
- 코로나19가 종식되면 가려고 벌써부터 비엔나 밥집을 검색하고 있다고 들었다.
누구나 혼자 있을 때 하는 자기만의 놀이가 있잖나. 저는 많이 하는 게 구글에 영어로 ‘어느 도시 레스토랑’ ‘어썸 레스토랑’ ‘인크레더블 레스토랑’ 이런 것 검색하는 거다.
<가디언>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부터 온갖 종류의 스타일리시한 잡지, 블로그에서 정보가 쏟아지는데 그 링크를 계속 저장해 둔다.
박경은 기자가 2018년 취재를 위해 제주 서귀포의 농장에서 귤을 수확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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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식당 찾기와 관련해 네이버를 벗어난 적이 없다. 심지어 검색어도 ‘어디어디 맛집’...(웃음)
구글 검색도 해야 한다. 찾아서 지도에 분류를 해 놓는 거지. 미국이라면 어디, 일본이라면 어디, 이렇게 밑작업을 평소에 하는 것이다.
- 맛집이라고 이름나서 찾아갔다가 줄만 오래 서고 실망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SNS에서 유명한 곳 중에.
맛과 관련해서는 사실 ‘공신력 있는 자료’랄 게 없다. 사람마다 기준도 다르고. 저의 경우 일단 ‘인스타 맛집’은 걸러낸다.
남들이 많이 가는 데를 ‘나도 가 봤어’ 하는 게 중요하다고 여기는 분이라면 가치를 부여할 수도 있다고 본다. 기다려서라도 그 경험을 얻고 싶다면. 하지만 그걸 원하지 않는다면 굳이
- 네이버 블로그에서 급하게 찾아서 갔다가 실망하는 경우도 있고.
새로운 지역에서 ‘한 달 살기’라도 한다면 ‘세렌디피티(완전한 우연으로 중대한 발명이나 발견이 이뤄지는 것)’를 기대하며 어디든 가보겠지만 짧은 시간에 한두 군데 밖에 못 간다면 구글과 여행 어플 트립어드바이저의 이용 후기를 크로스체크 할 것을 추천한다. 구글에 도시나 지역 명칭을 넣어 검색해서 현지 관광청이나 매거진에서 소개한 것이있는지도 확인하고.
2016년 시칠리아 아드라노에서 만난 농부 눈치오 스피탈레리가 자신의 밭에서 딴 바질과 토마토, 가지를 내보이고 있다. 박경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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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여행 현지 맛집 찾는 비법은?
보통 숙소에서 많은 정보를 알게 된다. 현지로 떠나기 전에도 적용 가능. 숙소 예약 사이트에서 예약을 완료하면 확인 메일이 오잖나. 그럼 거기에 답장을 한다. 매니저한테 식당 정보를 물어보는 거다. 답이 안 와도 본전 아닌가? 답장을 친절하게 진심으로 해 주는 분들이 있다.
이탈리아 로마 게토지구의 유태인 지역 아티초크 요리도 그렇게 찾은 것. 구글로 검색한 식당 정보를 숙소 주인에게 보내 뻔뻔하게 물었다. ‘나 여기 가려고 하는데 다른 데가 더 좋다고 생각한다면 알려달라’고. 두드려야 한다!
- 이탈리에 피렌체에서 맛본 ‘닭대가리’ 요리도 그렇게 찾은 것?
그렇지. 지역에선 유명한 거라고 한다.
- 국내 얘기로 넘어와 보자. 정보가 전혀 없는 지역에 출장을 갔다. 딱 한 끼가 있다. 어떻게 하나?
에이, 그건 어른들 공식 있잖나. ‘군청이나 면사무소 소재지 식당은 기본은 한다’ 라고.
- 금시초문이다.(웃음)
지역에선 관의 입지가 중요하다 보니 근처 식당은 일정 수준 이상은 된다는 얘기가 많이 알려져 있다. ‘연식’이 있는 분들만 아는 건가?
현장에서 부딪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 박카스를 들고 파출소에 들어간다. 지역 관련 뉴스, 내가 아는 역사 지식, 다 동원해 너스레 떨면서 이것저것 물어본다. 복덕방도 괜찮다. 저긴 내가 들어가 봐도 되겠다 싶은, 문이 열려있는 곳들을 공략하는 거다. 바닷가 지역이라면 낚시 용품 판매점 같은 데 맛집 정보가 모인다.
- 새로운 곳에 가면 모험을 하고 싶은데, 누구와 같이 가면 그건 어렵잖나?
포기할 건 포기 해야지. 예컨대 엄마와 갔다, 그럼 엄마한테 맞춰야지. 맛을 탐구하고 싶다! 그럼 혼자 가는 거고. 그래서 전 혼자 되게 많이 다닌다. ‘양이 많다’ 그러면 모객을 하기도 하고.(웃음) 혼자서 가서 먹어보는 걸 좀 해봐야 한다.
2018년 유엔난민기구 주최 행사에서 요리로 자립을 꿈꾸는 난민 셰프들을 취재했다. 박경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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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맛집 고를 때 가치를 두는 중요한 기준은.
식당 후기를 살펴보면 ‘여기 너무 불친절해서 싫다’는 내용이 많다. 보통 이건 거른다. 전 그건 별로 신경 안 쓴다. 바쁘니 불친절할 수도 있고 하필 그때 응대를 안 했을 수도 있고. 저는 이런 부분엔 별로 가치를 안 둔다.
- 직접 가본 후 만족도에 크게 영향 미치는기준이 있나?
저는 기본과 본질에 충실한 데가 좋다.
예를 들어 이런 경우엔 후하게 평가하기 어렵다. 요즘 잘 나간다는 퓨전 한식집에 가봤다. 홍어삼합을 예쁘게 플레이팅 해준다고 들어서 주문을 해봤다. 당연히 묵은지가 나오리라 기대했는데 덜익은 김치가 나왔다.
‘겉절이로 새롭게 시도해본 삼합입니다’ 라는 설명이 있었다면 당황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아무런 설명이 없었고 ‘묵은지가 없나요?’ 물었을 때도 ‘이것 밖에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기본이 안 갖춰진 것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김치찜인데 고기에 간이 안 뱄다거나, 짜장면을 비비려 했더니 젓가락에 면이 통으로 딸려온다거나. 물론 실수할 수 있지만 모두의 것이 다 그런 경우는 실수로 보기 어렵지.
- 화려하고 사진찍기 좋은데 맛은 별로 없는 집이 꽤 많다.
그래서 인스타 맛집은 안 본다. 한식집이라면 공깃밥이 맛있어야 한다. 밥을 먹었을 때 ‘아, 기름지고 찰지고 맛있다’ 싶으면 다른 반찬도 대충 평타 이상은 되더라.
요리법의 기본에 충실하기만 해도 맛있는데 그게 안 되는 집도 많다. 김치찌개는 제대로 삭은 김치로 만들어야 하고 볶음밥은 제대로 볶아야 하는데 떡이져 있다든지. 손님이 많아지고 일이 바빠지면 기본 조차 못 지키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 기본에 가장 충실했던 만족스런 가게 하나 꼽아 본다면?
나중에 말씀 드려도 되나? 지역마다 다 있는데? 어떻게 하나만 골라요! 사실 그때 누구와 먹었는지도 너무 중요하다. 그 때 그 사람과 먹은 음식이 너무 맛났는데 다시 먹어도 그 맛이 안 나는 경우 많잖아.
- 기본과 본질 외 높게 치는 부분이 있다면?
의외성. 오, 이게 내가 알던 식재료라니! 하는 느낌을 주는 음식.
별 대단한 걸 말하는 건 아니다. 어릴 때부터 진짜 손 안 가던 게 가지나물. 삶아서 찢어 놓으면 색깔부터 맘에 안 들고. 연희동의 유명한 중식집 어향가지를 처음 먹었을 때 가지인 줄 몰랐지! 이렇게 새로운 발견을 하게 해 주는 곳들이 좋다.
사진으론 알 수가 없다. 먹어봐야 알지. 속는 셈 치고 가볼까? 했다가 맞으면 ‘팬’ 되는 거고 아니면 바로 안녕~ 목록에서 삭제.
2018년 정관 스님의 사찰요리 강의를 취재했다. 박경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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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7년 준공한 건물에서 이사도 한 번 안 가는 회사, 경향신문에 27년째 다니고 있는데, 회사가 위치한 서울 중구 정동 맛집은?
그건 나중에 따로... 직장인 어플 블라인드에서 식당 찾아본 적 있나? 특정 회사가 있는 곳 근처에선 블라인드 참고하면 좋아.
예를 들어 신당동에 갔어. 부근에 어떤 회사가 있지? 생각해 보는 거지. 그 회사 블라인드 들어가서 찾아보면 괜찮은 데가 나와.
- 맙소사, 블라인드는 생각도 못 했다.
사람을 만나면 결국 얘기가 먹는 데로 귀결된다. 어디 가서 먹어 보니 너무 좋았다, 이런 얘기 나오잖나. 그런 걸 많이 알 만 한 분들을 일 때문에 만나면 꼭 물어본다. 인터뷰 때 아이스브레이킹에도 먹는 게 좋은 소재. 인터뷰의 내용이 아무리 심각해도 이야기를 이어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밥, 먹는 것으로 대화가 이어질 수 있어.
- 이렇게 알게 된 기억에 남는 식당이 있다면?
이탈리아 출신 방송인 알베르토씨를 인터뷰 하고 나서 자연스레 이탈리아 음식 얘기가 나왔지. 평소 자주 가는 괜찮은 데를 몇개 알려주셨다. 열심히 적었지.(웃음)
나중에 찾아갔더니 <비정상회담>의 또다른 출연자분이 식사하고 계시더라. 정보를 공유하신 듯.
- 맛집 관련, 기억에 남는 인연은?
전에 미국 찰스턴을 방문했을 때 삼일 내내 같은 식당에 갔어. 동네 레스토랑이고 평범한 메뉴였는데 정말 입에 맞더라고.
한국에서 외신 기자들과 같이 취재할 일이 있었는데 옆자리 사람이 찰스턴 출신이었어. 그 식당 아느냐고 주접을 떨었더니 ‘어떻게 아느냐!’고. 그때부터 갑자기 영어가 너무 잘 되는 느낌이었다. 바로 ‘절친’ 되었지.(웃음)
다음에 찰스턴에 가게 되면 여기도 가 보라고 알려준 데를 바로 지도에 찍어 놨어. 아직 다시 못 가봤지만. 올해는 팬데믹으로 모두 몸이 근질근질하지 않나. 이럴 땐 맛있는 음식을 기대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울 수 있다.
- 요샌 뭘 보며 기대하나.
트립어드바이저 어플로 한국을 찾는 외국인이 서울과 부산에서 어느 식당에 많이 가는 지도 수시로 본다. 많이 바뀌진 않더라. 그래도 한 번씩 보는 게 너무 재미있다. 이런 시절엔 랜선으로 다양한 것을 만나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다만 검색할 때 ‘맛집’ 같은 단어만 쓰는 건 좀 ㅎㅎ ‘내 통발에 들어와~’ 수준이잖나!(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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