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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힘으로' 우주강국 첫발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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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발 뗀 우주강국 꿈 ◆

매일경제

한국이 독자 개발한 첫 우주발사체인 `누리호`가 21일 오후 5시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연기를 내뿜으며 하늘로 솟구치고 있다. 누리호는 10년 이상의 개발기간을 거쳐 순수 국내 기술로 제작됐다. 이날 누리호는 목표지점인 지상 700㎞까지 도달해 모형 위성을 분리하는 데 성공했지만 분리된 위성을 궤도에 안착시키는 데는 실패했다. [사진 출처 = 사진공동취재단]


"미완의 과제가 남았지만 한국은 이미 우주에 가까이 다가갔다."(문재인 대통령)

우주의 문(門)은 대한민국의 도전을 향해 활짝 열려 있었다. 한국이 처음 개발한 발사체 누리호는 대기권을 벗어나 우주를 향해 700㎞ 상공까지 거침없이 날아올랐다. 우주로 싣고 간 위성 모사체를 궤도에 올려놓는 데까지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독자적인 우주 수송 능력을 확보하기 위한 대한민국의 우주 개발 역사가 새롭게 쓰인 것이다. 전문가들은 "대한민국이 명실공히 세계 7대 우주 강국을 향한 첫발을 내디뎠다"고 평가했다.

21일 오후 5시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화염과 굉음을 내뿜으며 하늘로 솟아올랐다. 누리호가 당초 목표했던 고도 59㎞에서 1단 로켓을 분리한 후 191㎞ 상공에서 페어링 분리, 고도 258㎞ 상공에서 2단 로켓을 분리한 데 이어 700㎞ 고도에서 위성을 분리한 것으로 확인되고 나서야 발사지휘센터에서 숨을 죽인 채 발사 과정을 지켜보던 연구원 23명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30분 후 데이터 추적 끝에 위성 모사체가 궤도에 안착하지 못하자 적막이 감돌았다.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이날 오후 7시에 열린 브리핑을 통해 "누리호가 700㎞ 고도 목표에 도착했지만 목표 속도인 초속 7.5㎞에는 미치지 못해 위성 모사체가 지구 저궤도에 안착하지 못했다"며 "로켓 3단에 장착된 7t급 액체엔진이 당초 목표했던 521초 동안 연소되지 못하고 475초에 조기 종료됐다"고 밝혔다.

이날 현장에서 누리호 발사를 지켜본 문재인 대통령은 "목표에 완벽하게 이르지는 못했지만 첫 발사로 매우 훌륭한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그는 "발사관제에서 이륙한 뒤 공중에서 벌어지는 두 차례 엔진 점화와 로켓 분리, 페어링과 더미 위성 분리까지 차질 없이 이뤄졌다"며 "이것은 완전히 독자적인 우리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이번 발사에서 누리호가 700㎞ 상공까지 차질 없이 도달했기 때문에 75t급 엔진에 대한 성능과 시스템 기술은 이미 검증된 셈이다. 국민 모두가 누리호 첫 발사의 성공을 염원했지만 실제 발사체를 확보한 나라들이 처음 개발한 발사체의 성공률은 27.2%에 불과하다. 누리호는 내년 5월 재발사에 나선다.

막판 연소부족에 궤도진입 못했지만…발사 핵심기술 확보 '쾌거'

누리호 발사 미완의 성공
우주독립 9부능선 넘어

"5,4,3,2,1 발사" 소리에
47.2m 로켓 하늘로 솟구쳐
127초 후 1단로켓 떼내고
위성덮개 페어링 분리 성공
75t급 엔진 비행성능 '합격'

3단로켓 엔진 46초 일찍 꺼져
궤도안착 실패 원인으로 지목
조사위 구성해 정밀분석

매일경제

사상 첫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가 21일 오후 전남 고흥군 봉래면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돼 성층권으로 향하고 있다. 누리호는 1.5t급 실용위성을 지구 저궤도(600~800㎞)에 투입하기 위해 만들어진 3단 발사체다. 엔진 설계부터 제작, 시험, 발사 운용까지 모두 국내 기술로 완성한 것은 이번이 최초다. [고흥 = 사진공동취재단]


21일 오후 5시 국민의 염원이 한반도 남쪽 끝자락 외로운 섬 전남 고흥 외나로도에 쏠렸다. "5 4 3 2 1 발사!"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서 카운트다운이 끝나자 길이 47.2m, 무게 200t의 육중한 로켓이 굉음과 함께 하얀 연기와 불꽃을 쏟아내며 하늘로 솟구쳤다.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하늘로 향하며 뿜어내는 연기는 마치 한국의 '우주 시대'를 알리는 신호 같았다. 우주 개발 30년 만에 오로지 우리 기술로 개발한 로켓이 우주로 향하는 통로를 여는 순간이었다.

이날 누리호는 발사 후 이륙부터 1단 분리, 페어링 분리, 2단 분리, 목표 고도 도달, 더미 위성(위성 모사체) 분리까지 전 비행 과정을 성공적으로 마쳤으나 아쉽게도 위성 모사체를 목표 궤도에 안착시키지는 못했다.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발사 후 브리핑에서 "3단 로켓 7t급 액체엔진이 목표 연소 시간에 못 미친 것이 원인"이라고 밝혔다.

다만 왜 연소가 조기 종료됐는지 등에 대해서는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 누리호 개발을 총괄해온 고정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 발사체 개발사업본부장은 "엔진 연소 조기 종료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탱크 내부 압력 부족, 연소 종료 명령 오류 등이 대표적"이라며 "이 부분은 이번 발사로 계측된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분석해봐야 결론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누리호 발사는 실패가 아닌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된다. 이번 발사로 한국의 독자적인 우주 발사체 기술 확보가 9부 능선을 넘었다는 것이다. 지난 50여 년간의 우주 발사체 개발 역사에서 우주 선진국들이 새로 개발한 발사체가 첫 발사에서 성공할 확률이 27.2%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충분히 의미 있는 성과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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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률 항우연 원장은 "가장 우려했던 부분은 75t급 액체엔진이 실제 비행에서도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을지였는데 그 부분은 직접 지켜봤지만 아주 완벽하게 잘됐다"며 "원하는 바를 100%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중요한 부분에 대해 이뤘기 때문에 성공 쪽에 무게를 싣고 싶다"고 밝혔다.

누리호는 이륙 후 발사 방향으로 발사체를 기울이는 기동(킥턴)을 한 뒤 발사 방위각을 따라 남쪽으로 비행을 시작해 고도 약 11㎞ 지점에서 음속을 돌파했다. 발사 127초 뒤 상공 59㎞에서 대기권을 벗어나기 위해 모든 힘을 쏟아낸 1단 로켓을 분리했다. 무게를 절반 이상 덜어낸 2단 로켓 비행은 1단보다 속도와 고도가 2배 이상 증가한다. 발사 233초 후 공기 마찰이 거의 없는 고도(191㎞)에 도달한 누리호는 '위성 덮개'인 페어링을 성공적으로 떼어냈다.

이어 초속 4.3㎞ 속도로 창공을 가르던 누리호는 발사 274초 후 고도 258㎞에 도달한 뒤 2단 로켓을 떼어내고 3단 로켓에 점화했다. 이때부터 누리호는 전 구간 중 가장 빠르게 날아가기 시작했다. 오후 5시 13분께 3단 엔진을 정지한 다음 마지막 궤도를 따라 날던 누리호는 발사 후 15분 만에 목표했던 위성 투입 고도인 700㎞에 도달해 위성 모사체를 성공적으로 분리했다. 다만 3단 로켓이 충분히 연소되지 못하면서 위성 모사체가 지구 저궤도에 안착하지는 못했다. 한국이 독자 개발한 첫 우주 발사체인 누리호는 지구 저궤도(600~800㎞)에 1.5t급 실용위성을 쏘아 올릴 수 있는 3단형 발사체다.

항우연은 이번 누리호 발사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이를 토대로 다음 발사에 만전을 다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항우연과 외부 전문가들로 발사조사위원회를 구성해 3단 엔진 연소 조기 종료 원인을 규명할 예정이다. 고 본부장은 "첫 발사는 말 그대로 비행시험이기 때문에 개발 과정으로 보는 게 맞는다"며 "이번 비행시험을 통해 발사체 이륙부터 위성 분리까지는 기술이 검증된 셈이기 때문에 다음 발사에서는 처음부터가 아니라 그 이후 단계부터 검증하면 된다"고 말했다.

누리호가 이번에 위성이 아닌 위성 모사체를 싣고 떠난 것은 우주 발사체 수송 능력과 비행 성능을 확인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였기 때문이다. 누리호 2차 시험발사는 내년 5월로 예정돼 있다. 이때는 위성 모사체가 아닌 통신 등 기본적인 위성 기능만 갖춘 성능검증 위성이 탑재된다.

현재까지 1t 이상의 실용위성을 지구 저궤도까지 자력으로 발사할 수 있는 국가는 러시아 미국 프랑스 중국 일본 인도 등 6개국뿐이다. 한국이 본격적으로 우주 선진국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에 따르면 누리호 개발로 한국은 미국과의 우주 기술 격차가 18년에서 10년으로 좁혀졌다.

[이새봄 기자 / 송경은 기자 / 정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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