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정혜인 기자] [학생잡지 '리베라토' 편집장, CNN 칼럼서 인기 배경 분석]

/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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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는 매일 우리만의 '오징어 게임'을 한다. 오징어게임은 미국의 현실을 보여주는 거울이다."

23일(현지시간) CNN은 칼럼을 통해 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아메리칸드림이라는 이상이 깨진 미국의 현실 투영하며 인기를 얻었다며 이같이 전했다.

미국 하워드대 4학년 학생이자 학생잡지 '리베라토'의 편집장인 에어리얼 로는 CNN에서 "미국인이 오징어게임에 열광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오징어 게임'이 미국인들에게 재미 이상의 가치를 제공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다고 분석했다. CNN은 오징어게임이 넷플릭스의 글로벌 흥행작인 동시에 한국 시리즈 사상 첫 미국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1위를 차지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로 편집장은 글에서 "이 시리즈는 가난하거나 빈곤에 빠진 수백명의 취약계층에 초점을 두고 있다"며 "이들은 3800만달러(456억원)의 상금을 타기 위한 게임에서 죽을 때까지 경쟁하는 역할로 선택되고, 상금은 참가자들이 재정적인 안정을 위해 서로를 죽이는 것을 지켜보는 부유한 엘리트들이 '은혜롭게' 기부한 것"이라고 적었다.

그는 "시리즈의 내용이 디스토피아적인 미래에 대한 과장된 표현으로 묘사되기도 하지만, '오징어 게임'은 많은 사람이 겪어온 불평등하고 불공평한 삶의 본질을 일깨워준다"며 "참가자들의 삶이 우리(미국인)의 삶과 유사하다는 점을 알 수 있고, 이런 점을 깨달았을 때 '오징어 게임'이 여러 측면에서 우리(미국)의 현실을 비춰주는 거울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 미국에선 더 나은 임금, 기본적인 노동자의 권리 등을 위해 미국인들은 기회와 성공의 게임을 하고 있다며 "우리는 매일 우리만의 자체적인 오징어게임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로 편집장은 오징어게임 주인공 성기훈의 어머니가 당뇨 합병증이 심각한데도 병원비를 감당하지 못해 치료를 포기한 장면을 언급하며 "많은 미국인에게 이것은 공상과학 소설이 아닌 실생활"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의학협회 저널의 올해 연구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최소 1400억달러(약 164조원)의 의료부채를 갖고 있다. 지난해까지 개인의 의료부채는 카드비용, 전화요금 등 다른 빚을 합한 것보다 많았다. 더구나 가난한 사람들은 부유층보다 평균 5배가 많은 빚을 지고 있다. 그는 또 근무 중 손가락 절단 사고에도 치료받지 못하고, 월급도 6개월간 못 받은 외국인 노동자 알리 압둘의 사연도 거론하며 이민 노동자를 착취하는 미국의 현실도 지적했다.

로 편집장은 오징어게임이 사회 구조적 불평등과 계급 간 긴장을 표현한 최초의 TV 시리즈는 아니지만, 자신을 포함한 많은 시청자가 이 드라마를 통해 외로움과 가난 등으로 인한 절박함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이 인기의 비결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실제로 목숨 건 게임에 참가할 수 없고, 상상할 수도 없겠지만, 시청자들은 드라마 등장인물들의 빚, 외로움, 빈곤과 '어차피 잃을 것이 없다'는 생각으로 자신의 상황을 개선하려는 그들의 절박함에 공감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등장인물들의 동기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당신이 충분히 가까이서 보지 않았거나, 오늘날 수많은 미국인이 직면한 투쟁에 면역됐기 때문"이라며 "미국인들이 어린이용 게임에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지는 않지만, '열심히 일한다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아메리칸드림이라는 이상 아래 더 나은 의료, 임금, 생활 조건을 위해 투쟁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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