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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World & Now] 팬데믹도 못막은 손정의 뚝심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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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1세기 만에 찾아온 기회입니다. 팬데믹으로 일시적으로 저평가된 기업에 투자하려는 자금이 전 세계서 물밀듯이 들어옵니다. 인수·합병(M&A) 시장은 투자은행들이 요청을 소화할 수 없을 정도로 활발합니다."

미국 뉴욕에서 활동 중인 한 투자은행 관계자의 말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최대 규모의 돈이 풀렸고, 기업에 대한 투자를 놓고 큰 판이 벌어졌다. M&A, IPO(기업공개) 시장뿐 아니라 스타트업 투자를 놓고 무한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10월 창업한 스타트업이 5개월 만에 기업가치 10억달러가 넘는 유니콘 기업이 됐다. 세계 최단기 기록이다.

'파카소(Pacaso)'라는 부동산 공동 투자 앱이 그 주인공이다. 이 회사에 지난 9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비전펀드2가 1억2500만달러를 투자했다. 이로써 창업 11개월 만에 기업가치가 15억달러로 올랐다. 별장(second home)을 8분의 1 단위로 쪼개서 투자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편안한 휴식에 갈증을 느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영수증을 찍어 올리면 포인트를 주는 앱인 '페치 리워즈(Fetch Rewards)'는 지난 4월 비전펀드2가 2억1000만달러를 투자하며 기업가치가 10억달러로 올라섰다. 지인들이 이 앱을 추천해서 사용해봤다. 월간 적립 한도가 있기는 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영수증을 앱으로 인식시켜 포인트가 적립됐다. 이 회사는 뉴욕, 실리콘밸리도 아닌 위스콘신주 매디슨에서 탄생했지만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유니콘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연예인의 맞춤형 동영상 등을 제공해 인기를 끌고 있는 '카메오(Cameo)'는 지난 3월 비전펀드2, 구글벤처스 등에서 투자를 받으며 역시 10억달러 기업 고지에 올랐다. 이들이 투자하자 페이팔은 곧이어 이 기업에 투자했다. 특별한 선물을 바라는 MZ세대의 감성을 자극한 회사다.

위 사례들의 공통점이 있다. 손 회장의 비전펀드가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인 상황에서 투자했다는 점이다. 다른 어떤 때보다 과감한 결단력이 필요했던 시점이다. 월가에서도 비전펀드의 투자는 성공 보증수표로 통한다. 세계 최대 사무실 공유 플랫폼인 '위워크'는 소프트뱅크의 최대 투자 실패작이라는 오명을 썼으나 지난 21일 나스닥에 상장되며 오명을 씻고 있다. 이런 사례들을 보며 가슴 한편에 아쉬움이 남는다. 소프트뱅크 투자 대상을 보면 중국계, 인도계 회사가 숱하게 많다는 점이다. 이에 비해 2015년, 2018년 소프트뱅크로부터 지분 투자를 받은 쿠팡 이후 일부 정보기술(IT)기업과 협력 외에는 한국 기업에 대한 투자가 없다. 물론 비전펀드의 투자를 받는 것이 성공의 필수요건은 아니다. 하지만 보다 더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 지렛대가 되는 것은 분명하다. 남의 잔치를 구경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뉴욕 = 박용범 특파원 life@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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