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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648] 뉴 업노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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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최근 ‘일상회복지원위원회’ 공동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았다.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지난해 1월 20일부터 어언 1년 9개월이 지났다. 우리 국민은 그동안 참으로 성실하게 정부의 방역 지침을 따르며 인고의 시간을 보냈는데, 어느덧 백신 접종률이 세계 최고 수준에 다다르며 조심스레 일상으로 되돌아갈 꿈을 꿀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시점에 ‘일상회복지원위원회’가 만들어진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만일 내가 기획 단계부터 참여했더라면 위원회 명칭을 아마 ‘일상복원지원위원회’쯤으로 지었을 것 같다. 대놓고 ‘일상 회귀’라 하지 않은 것은 다행이지만 ‘회복’이라는 단어에도 여전히 예전으로 되돌아가겠다는 희망과 의도가 담겨 있다. 팬데믹 상황이 안정되더라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예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그래서 우리는 ‘새로운 일상(New normal)’을 얘기한다.

하지만 이 표현에는 예전의 일상이 정상적(normal)이었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나는 이에 동의할 수 없다. 예전의 우리 일상이 정상적이었으면 애당초 이런 끔찍한 재앙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말하는 ‘뉴 노멀’은 실상 ‘새로운 비정상’ 즉 ‘뉴 애브노멀(New abnormal)’에 가깝다.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며 팬데믹을 견뎌내고 만들어낼 우리의 일상은 예전보다 훨씬 더 나은 일상이어야 한다.

나는 우리가 추구해야 할 새로운 일상을 ‘뉴 업노멀(New upnormal)’이라 부른다. ‘Upnormal’은 내가 새로 만든 신조어로서 아직 세계 어떤 사전에도 등재되지 않았다. ‘Abnormal’의 접두사 ‘ab-’와 상반된 접두사로 ‘up-’을 떠올렸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외래어 ‘업그레이드(upgrade)’를 생각하면 느낌이 올 것이다. 나는 ‘일상회복지원위원회’가 구현해낼 일상이 단순한 회복을 넘어 ‘뉴 업노멀’이 되길 기대한다.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사회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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