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만일 내가 기획 단계부터 참여했더라면 위원회 명칭을 아마 ‘일상복원지원위원회’쯤으로 지었을 것 같다. 대놓고 ‘일상 회귀’라 하지 않은 것은 다행이지만 ‘회복’이라는 단어에도 여전히 예전으로 되돌아가겠다는 희망과 의도가 담겨 있다. 팬데믹 상황이 안정되더라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예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그래서 우리는 ‘새로운 일상(New normal)’을 얘기한다.
하지만 이 표현에는 예전의 일상이 정상적(normal)이었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나는 이에 동의할 수 없다. 예전의 우리 일상이 정상적이었으면 애당초 이런 끔찍한 재앙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말하는 ‘뉴 노멀’은 실상 ‘새로운 비정상’ 즉 ‘뉴 애브노멀(New abnormal)’에 가깝다.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며 팬데믹을 견뎌내고 만들어낼 우리의 일상은 예전보다 훨씬 더 나은 일상이어야 한다.
나는 우리가 추구해야 할 새로운 일상을 ‘뉴 업노멀(New upnormal)’이라 부른다. ‘Upnormal’은 내가 새로 만든 신조어로서 아직 세계 어떤 사전에도 등재되지 않았다. ‘Abnormal’의 접두사 ‘ab-’와 상반된 접두사로 ‘up-’을 떠올렸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외래어 ‘업그레이드(upgrade)’를 생각하면 느낌이 올 것이다. 나는 ‘일상회복지원위원회’가 구현해낼 일상이 단순한 회복을 넘어 ‘뉴 업노멀’이 되길 기대한다.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사회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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