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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김대중 칼럼] 국민 보고 ‘앙꼬 없는 찐빵’이나 먹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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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세력이 李로 후보 결정하자

검찰, 유동규 혐의에서 배임 삭제하고 남욱 풀어줘

수사 않겠다는 의사 보인 것

공직사회 언제까지 침묵할까

분노 폭발하면 국민 심판 받는다

지난 5년간 문재인 정권의 행보와 인사(人事)를 보면서 나는 문 대통령 뒤에 좌파 정권을 움직이는 어떤 상위(上位)의 실체 또는 원탁회의(최고 멘토 그룹) 같은 것이 있지 않나 하는 의구심을 가져왔다. 그래서 2년 전 ‘유능과 무능과 불능(不能) 사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문 대통령은 누군가 그에게 주입해 준 대로 각본을 읽고 ‘일’을 수행해 나가는 대역(代役) 배우가 아닌가 하는 느낌을 준다”고 쓴 적이 있다. 퇴임의 문턱에 선 그는 대통령으로서 능력도, 존재감도 입증하지 못했다.

조선일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균형발전 성과와 초광역협력 지원전략 보고'행사를 마치고 기념사진 촬영을 위해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 참석자들과 대통령 기록관으로 이동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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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 정권 배후의 ‘실체’에 대한 나의 의구심은 이번 여당의 차기 대선 주자를 선택하는 과정을 보면서 더욱 깊어지고 있다. 사실 이재명 지사는 비록 여론조사상에서 약간의 우위를 점하기는 했지만 좌파의 전폭적이고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들이 생각했던 차기 후보들이 성추행·자살·범법 행위로 줄줄이 퇴장하면서 어쩔 수 없이 이재명으로 좁혀지기는 했지만 그간 그의 돌출적 사고와 행동으로 보아 그가 어디로 뛸지 몰라 고심했던 흔적이 역력했다. 대장동 사건이 터지면서 그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그가 패배하는 경우 ‘좌파 30년 집권’의 야망은 물거품이 될 뿐 아니라 우파의 적폐 청산에 의한 좌파의 궤멸까지 걱정해야 했다.

좌파 집권 세력은 결국 이재명으로 가기로 최종 결정을 내렸음이 분명해지고 있다. 그 첫 증거가 유동규에 대한 기소에서 ‘배임’ 혐의를 삭제한 검찰의 안면 몰수다. 유동규에서 배임을 빼면 이재명을 수사할 수 없다. 이 정권은 특검은커녕 수사조차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국민에게 ‘앙꼬 없는 찐빵’(전원책 변호사)이나 먹으라는 소리다. 한 법조계 인사는 “아마도 유동규는 ‘나는 혼자 죽지 않는다’는 식으로 나왔을 것이다. 사건의 결정적 열쇠를 쥐고 있는 그가 입을 열기 시작하면 이재명은 순식간에 날아갈 것”이라고 했다. 이번 배임 삭제 결정으로 검찰의 존재 의미가 추락할 것을 검찰이 모를 리 없다. 그것을 알면서도 얼굴에 철판 깔고 나선 것은 검찰 자체의 결정으로 볼 수 없다.

수천억 원을 먹고 미국으로 튄 남욱이라는 이름의 변호사는 검찰과 그 어떤 ‘거래’ 없이 제 발로 들어올 리 없다는 게 상식이다. 검찰은 언론의 추궁을 차단하는 수단으로 그를 공항에서 ‘체포’했다가 하루 만에 풀어줬다. 기세등등한 그는 기자들에게 “커피 한잔 사겠다”고 히죽거렸다. 뒷거래의 냄새가 나도 너무 난다. 도대체 이런 뻔뻔함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이재명으로 가기로 ‘오더’가 떨어진 이상, 이제 하수인들이 할 일은 장애물 제거다. 이씨를 보호하려 모든 정치적, 사법적, 행정적 조직을 가동하는 것이며 검찰의 ‘배임 삭제’는 그 보호막 가동의 핵심 신호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은 결선 과정에서 큰 상처를 입은 경쟁자 이낙연 측의 자존심도 억지로 꿇리고 있다. 앞으로 이재명의 독선은 거리낄 것이 없고 여권의 ‘이재명 구하기’는 승승장구할 것이다. 국민의 분노쯤은 아랑곳하지 않기로 한 모양새다.

이제 지켜봐야 할 것은 좌파 정권의 독주·독재에 대한 반발 내지 분노다. 전체 검찰은 친여파 검찰의 막가파식 안면 몰수와 몰상식을 그냥 지켜만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어느 쪽을 지지하고 반대해서가 아니라 대한민국 검찰로서의 법치와 준법정신에 대한 법조인으로서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비단 검찰뿐 아니라 공직 사회 전체가 언제까지 침묵할 것인가도 관건이다. 권력의 자의적 행사는 어디까지가 한계인가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되면 그것은 매우 중요한 제동장치가 될 수 있다. 어느 나라건 정권 말기가 되면 여기저기서 호루라기 소리가 들리게 마련이다. 여권 정치조직 내부에서도 견제의 소리가 나올 수 있다. 집권 측의 횡포가 도를 넘고 권력을 연장하기 위해 온갖 탈법적·불법적 무리수를 남발하는 상황을 언제까지 방치할 수는 없는 일이다.

최종 심판은 국민의 몫이다. 원래 선거라는 것은 상대적 선택이다. 이 정당이 저 정당보다 낫고, 이 후보가 저 후보보다 못하다는 식의 판단이 작동하는 곳이 선거다. 하지만 나라의 미래가 위태롭고 국민의 삶이 위협받고 나라의 정체가 흔들릴 때 국민은 그저 이것이 저것보다 낫다 못하다는 식의 단순 비교로 결정을 내릴 수 없다. 국민을 허수아비로 보는 자들에 대한 분노가 폭발하면 선거는 절대적 선택이 된다.

[김대중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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