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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ESG 공시 의무화 이어 재무제표까지?…기업 부담 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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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정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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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투자는 해외에 비해 더딘 편이다. 25일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국내 금융사의 ESG 직접투자 현황(6월말 기준)에 따르면 주식 2조6000억원, 채권 67조7000억원으로 금융사 전체(은행, 보험, 증권) 자산규모 5588조7000억원의 1.3% 수준에 불과했다. ESG 펀드설정 현황도 2조원 수준으로 전체 펀드 설정 규모인 753조8000억원의 0.3% 수준이다.

유 의원은 이와 관련 "세계적인 금융투자사와 각국의 연기금 등에 비해 우리 금융기관은 ESG투자에 소극적"이라며 "이런 태도는 아직 기후변화 이행 리스트에 대한 건전성 규제나 감독 체계가 마련되니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이 ESG관련사항을 재무제표에 정식 기재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히고 나선 것도 이 지점이다. 금융사에게 국제협약보다 더 큰 영향력과 강제성 있는 게 금감원 가이드라인이고 재무제표 공시가 이뤄질 경우 투자 유인 확대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이화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기업들의 ESG 공시 활성화와 데이터 신뢰성 확보가 이뤄지면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에 대한 리스크도 감소시킬 수 있는 측면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기업 부담은 가중된다. 당장 내년부터 2조원 이상의 자산총액을 보유한 주권상장법인은 매년 환경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환경경영 추진체계, 자원·에너지 절약 및 환경오염물질 배출저감 목표·실적 등 주요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그간 공공기관, 녹색기업 등에 한정됐던 환경정보 공개 범위를 확대한 내용의 '환경기술 및 환경산업 지원법' 시행령 개정안이 이달말부터 시행되면서다.

또 지난 1월 금융위원회는 2025년부터 일정규모 이상 코스피 상장사에 대해 ESG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공시를 의무화한다고 밝혔다.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는 환경 관련 기회·위기요인 및 대응계획, 노사관계·양성평등 등 사회이슈 관련 개선 노력 등 지속가능경영 관련 사항을 담은 보고서다.

매년 100여개사가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지만 2019년 기준 거래소에 이를 공시하는 회사는 20개사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먼저 자율공시를 활성화하고 단계적으로 2030년부터는 전체 코스피 상장사에 대해 공시 의무화를 추진할 계획을 밝혔다.

당장 공시 의무화를 두고서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나온다. 높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는 "ESG 공시 의무화를 중심으로 한 ESG 규제화 움직임이 이뤄지고 있는데 이에 대해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통일 기준이 마련되고 미국을 포함한 주요국들이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때까지 국내에서 선제적으로 ESG 공시를 법률로 의무화하는 것은 과도한 기업 부담과 향후 불필요한 전환 비용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상장협의회 관계자는 "대기업은 해외 투자자들의 요구로 이미 ESG 공시를 하거나 준비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은 아직은 남 얘기처럼 느껴져 준비 상황이 더디다"고 말했다.

ESG 재무제표 도입 움직임에 대한 우려 역시 크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재무제표에 포함한다는 건 의미가 무겁다"며 "일단 주석에 간다는 것도 감사를 받아야 하니까 공인회계사나 기업 입장에서도 재무제표 작성·기업회계 처리 위반이 될 수 있으니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ESG 재무제표 도입 등은 '장기전'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일단 오는 31일 시작돼 2주간 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개최되는 유엔기후변화회의(COP26차)에서 국제회계기준(IFRS)재단이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설립을 공식화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후 ISSB가 내년 2분기까지 지속가능성 기준 공개초안을 발표하고 내년 말 확정되면 국내에선 그 이후에나 관련 논의가 이뤄질 거란 전망이다.

전규안 숭실대 회계학과 교수는 "재무제표 반영은 언젠가 가야할 일이지만 객관적인 측정이 가능하려면 굉장히 제한될 수밖에 없는 문제가 있다"며 "또 국제 기준이 발표된 이후에도 그걸 우리 거래소에서 100% 수용할 것이냐 수정할 것이냐 검토하는 과정도 필요하기 때문에 단기간 내 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정혜윤 기자 hyeyoon1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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