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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KT 두번째 먹통’ 파바·스벅은 카드 긋는데 동네식당은 왜 쩔쩔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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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KT 아현역 화재 뒤 대기업·대형 프랜차이즈 백업망·예비책

소상공인들 속수무책…정부 ‘예비망 요금제’ 대책 립서비스 그쳐


한겨레

KT 인터넷망 장애로 25일 오전 전남 구례군 마산면 한 식당 입구에 ''전산망 오류로 인해 카드 결제 불가'' 안내문이 붙어 있다. 구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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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적으로 케이티(KT) 유·무선 인터넷망이 마비된 지난 25일 오전 11시30분께 서울 마포구 신공덕동에 있는 파리바게뜨 점포는 케이티 인터넷망을 쓰면서도 고객의 카드 결제에 문제가 없었다. 네트워크 장애로 판매관리기(포스기)는 ‘먹통’이 됐지만, 준비해놨던 예비 카드리더기를 전화선에 연결해 쓸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약 500m 떨어진 거리에서 케이티망을 쓰는 한 배달도시락 전문점은 인터넷 주문은 물론 현장 카드 결제도 받지 못해 점심 장사를 망쳤다. 전문점 주인 ㄱ씨는 26일 <한겨레>에 “통신장애가 발생했을 때 다른 방식으로 대비할 수 있다는 생각조차 못했다”고 말했다.

‘37분간의 케이티 통신장애’로 전국의 수많은 자영업자들이 타격을 입었지만, 예비망 및 백업 시스템 구축한 상점의 경우 화를 피한 것으로 드러났다. 3년 전 케이티 아현국사 화재 사고 뒤 통신 관련 주무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자영업자를 위한 ‘예비망 요금 출시’ 대책을 내놨지만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와 주요 대기업, 프랜차이즈 등은 지난 2018년 11월 케이티 아현국사 화재 사고를 계기로 예비망 및 백업 시스템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행정안전부는 안전한 통신망 구현을 위해 48개 정부부처의 통신망을 통합한 ‘국가융합망’을 구축할 때부터 통신사업자를 이원화했고, 지난 6월 일부 부처부터 이원화된 국가융합망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는 개별 부처가 단일 통신사업자와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운영하다 3년 전 화재 사고 당시 일부 기관이 서비스 중단 등의 피해를 입은 뒤 도입한 개선책이다.

정부 기관뿐만 아니라 은행 및 대형 유통기업도 망 이중화 등에 나섰고, 일부 프랜차이즈도 점포마다 예비 카드리더기 배치하는 방식 등으로 대비책을 마련해뒀다. 파리바게뜨·던킨 등의 브랜드 가맹점을 보유한 에스피씨(SPC)그룹 관계자는 “아현국사 화재 사고 이후 점포마다 예비 카드리더기를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케이티망이 마비되면 순차적으로 에스케이텔레콤(SKT), 엘지유플러스로 바뀌어 결제가 가능한 ‘망 삼중화’ 시스템을 원래 갖추고 있어 2018년에 이어 이번에도 ‘결제 먹통’을 비껴갔다.

하지만 대부분 개인 단위의 중소상공인들은 3년 전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통신장애에 속수무책이었다. 예비망·백업 시스템에 대해서 대다수 상인들이 모르는 상황이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에게 해당 시스템에 대해 묻자 “통신사가 안내해야 하는 영역 아니냐”고 되묻기도 했다.

3년 전 아현국사 화재 발생 한 달 뒤, 과기정통부는 특정 통신망이 끊겼을 때 이용자가 다른 통신사 망을 써서 통신을 유지할 수 있도록 ‘예비망 전용 요금제 출시’ 등의 대책을 내놓기도 했지만 그뿐이었다. 발표 이후 3년 가까이 해당 요금제는 출시되지 않았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당시 정부의 발표도 있었고 기술적으로 가능한 일이지만, 정부의 후속 요구가 없어서 해당 요금제 출시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과기부 관계자는 “관련 내용을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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