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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노태우 "나를 너그럽게 용서해주길... 나쁜 면 다 짊어지고 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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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노재헌씨가 전한 유언
"앞으로 세대는 희망을 갖고 살기를"
한국일보

1987년 6월 당시 민정당 대표위원이던 노태우 전 대통령이 직선제 개헌을 골자로 한 6.29 선언을 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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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전 대통령이 국민에게 남긴 마지막 메시지는 '책임'과 '사과'였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유혈 진압을 비롯한 자신의 죄과에 대해 "(나의) 책임과 과오가 있었다면 너그럽게 용서해주시길 바란다"고 27일 유족을 통해 전했다.

노 전 대통령의 아들 재헌씨는 27일 빈소인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아버지는) 잘하신 일, 못하신 일, 다 본인의 무한책임이라고 생각하고 계셨다"고 기자들에게 전했다. 또 "특히 5.18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에 대해 가슴 아픈 부분이나 여러 일들에 대해선 본인의 책임과 과오가 있었다면 너그럽게 용서해주시길 바랐다"고 말했다.

노씨는 "역사의 나쁜 면은 본인이 다 짊어지고 가시겠다, 앞으로 (다음) 세대는 희망을 갖고 살았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평소에 하셨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아버지가) 평소에 갖고 있던 미안한 마음, 사과하는 마음, 또 역사를 책임지는 마음을 중간 중간에 (가족들에게) 많이 피력하셨다"며 "10년 넘게 (지병으로) 누워 계시고 소통이 전혀 안 되는 상태였던 탓에 직접적으로 말씀을 표현 못 하신 것이 아쉽고 안타깝다"고 했다.

노씨는 고인의 장지에 대해선 "(대통령 시절 펼친) 북방정책을 되새기고, 남북 평화통일의 의지를 담아 경기 파주 통일동산으로 하면 좋겠다는 게 유족들의 바람"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가장으로 장례를 치를 수 있게 배려한 것에 대해선 "감사하다"고 했다.

5·18 주역 박남선씨도 조문 "사과했기에 왔다"


노씨는 이날 빈소를 찾아 조문한 박남선씨(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전남도청 시민군 상황실장)를 장례식장 입구까지 직접 배웅하고, 박씨가 기자들과 만나 소회를 밝히는 내내 곁을 지켰다.

박씨는 "그동안 전두환을 비롯해 광주학살에 책임 있는 어떤 사람도 사죄의 표명이 없었는데, 노 전 대통령은 그런 입장(사과)을 밝혔기 때문에 오늘 조문하러 왔다"고 했다. 고인 장례를 국가장으로 치르는 데 대해선 “잘못을 통렬하게 반성하는 입장이라면 국가장을 반대하지 않는다”며 “다만 5·18 유족 전체의 생각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드리는 말씀”이라고 했다.

재헌씨는 지난해 5월 박씨를 만나 5·18 유혈 진압에 대한 선친의 사과 뜻을 대신 전달했다. 당시 박씨는 “노 전 대통령이 돌아가시면 빈소를 찾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전해진다.

박재연 기자 repla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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