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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추가 조사도 않고 쫓기듯 청구… 퇴짜 맞은 ‘공수처 1호 구속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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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고발사주’ 수사 차질

손준성 체포영장 기각후 바로 승부수

법원 “현단계 구속 필요성 부족” 기각

공수처, 증거 충분히 확보 못한 듯

대검 서버 추가 압수수색 등 보강

윤석열 “정권의 충견 노릇… 공작처”

민주 “혐의는 인정된 것” 협조 압박

세계일보

풀려난 손준성 ‘고발사주 의혹’의 핵심인물인 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이 27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의왕=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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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 시절 검찰의 ‘고발사주’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핵심 피의자인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에 대해 청구한 체포·구속영장이 연이어 기각되면서 수사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손 검사 체포영장이 기각되자 이례적으로 조사 없이 ‘1호 구속영장’ 청구로 승부수를 띄운 공수처로선 체면을 단단히 구긴 자충수를 둔 셈이 됐다. 공수처는 전열을 가다듬겠지만 수사 동력이 한풀 꺾여 돌파구 마련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세창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부장판사는 전날 공수처의 손 검사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하면서 “현 단계에서 구속의 필요성 및 상당성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 부장판사는 “피의자에게 방어권 행사의 범위를 넘어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심문 과정에서 향후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피의자 진술 등을 종합했다”고 기각 이유를 전했다.

손 검사는 대검찰청 수사정보담당관으로 재직할 당시 후배 검사에게 고발장 작성과 관련 정보 수집을 지시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을 받고 있다. 공수처는 지난해 4·15 총선 직전 김웅 국민의힘 의원(당시 미래통합당 후보)이 이 사건 제보자인 조성은씨에게 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장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손 검사가 핵심적 역할을 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손 검사는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강력 부인해 왔다. 이에 공수처는 손 검사를 구속한 뒤 김 의원과 윤 전 검찰총장 등의 개입 여부를 밝히려 했으나 체포영장에 이어 사전구속영장까지 잇따라 기각되면서 수사가 탄력받기 어렵게 됐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공수처가 손 검사 등 대검 내부의 고발장 작성 관여 의혹을 뒷받침할 증거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게 영장 기각으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일단 공수처는 전열을 정비하고 손 검사의 혐의를 다지는 증거 확보에 힘쓸 것으로 보인다. 전날 대검 정보통신과 서버를 추가 압수수색한 것도 그 일환으로 보인다. 공수처가 손 의원 대신 김 의원을 먼저 손환조사해 고발장 파일을 누구에게서 받았는지 등을 추궁하며 실마리를 풀어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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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하는 공수처장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27일 정부과천청사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과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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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고발사주 의혹과 결이 비슷한 ‘윤 전 총장 장모 사건 대응·변호 문건’이 수사의 실마리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전 총장이 재직했던 지난해 3월 대검찰청에서 작성된 해당 문건엔 장모 최모(74)씨 사건 정보 및 대응 논리가 담겨 있다.

손 검사에 대한 사전구속영장 기각을 두고 여야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국민의힘 측은 공수처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윤석열 대선 경선후보는 “사법부가 속 보이는 정치공작에 제동을 건 것”이라며 “야당의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에게 상처를 입혀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당선시키겠다는 치졸한 수작”이라고 비판했다. 윤 후보는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정권의 충견 노릇만 하면 공수처는 더 존재할 필요가 없다”며 공수처를 ‘공작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측은 손 검사의 혐의 자체는 인정된 것이라며 적극적인 수사 협조를 압박했다. 송영길 대표는 “법원의 이번 판결에서 분명한 것은 범죄 혐의 유무에 대해서는 전혀 시비를 걸지 않았다. 즉 혐의가 인정된다는 뜻”이라며 “손 검사는 ‘성실히 수사에 임하겠다’고 발언한 것을 법원이 믿고 영장을 기각해 준 만큼 수사에 협력해서 사상 초유의 총선 개입 국기 문란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도록 해야 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희진·최형창 기자 he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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