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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지난해 돈 벌어 이자도 못 낸 기업 '역대 최대'...기업 50% "내년도 암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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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기업 41% 육박
매출 증가율도 10년 만에 첫 마이너스
내년까지 기업 '악재' 지속 전망
한국일보

지난해 영업활동으로 번 돈으로 이자조차 내지 못하는 기업 비율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진은 지난 26일 오후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수출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쌓여있는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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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도 내지 못하는 한계기업이 역대 최대인 41%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례 없는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기업 매출이 10년 만에 처음으로 뒷걸음질치는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심각한 경영난에 시달린 결과다.

문제는 코로나 사태 2년차를 맞은 올해와 '위드 코로나'가 본격화될 내년 역시 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이다. 글로벌 공급 차질과 인플레이션 압력까지 떠안은 기업들의 리스크 관리가 더 중요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 쇼크에... 기업 매출 10년 만에 역성장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2020년 기업경영분석'을 보면 지난해 국내 기업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1.0% 감소했다. 한은이 해당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0년 이후 처음 기록한 역성장이다. 지난해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석유 정제업(-34.1%)과 화학업(-8.0%)이 직격탄을 맞은 데다, 이동 제한 조치로 운수·창고업(-8.1%) 매출이 악화된 영향이 컸다. 한은은 국세청에 법인세를 신고한 비금융기업 79만9,399곳을 대상으로 이번 조사를 진행했다.

성장세 둔화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가리지 않고 업종 전반에 나타났다. 대기업 매출은 전년 -2.3%에서 -4.6%로, 중소기업의 경우 4.2%에서 3.9%로 모두 뒷걸음질쳤다. 제조업은 -1.7%에서 -2.3%로, 비제조업도 2.3%에서 0%로 매출 성장세가 둔화됐다.

전반적인 실적 부진에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감당 못하는 기업도 늘었다. 지난해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인 기업은 조사 대상 기업(42만625곳)의 40.9%로 전년(36.6%)보다 4.3%포인트 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이라는 건 회사가 벌어들인 이익으로 이자도 내지 못할 만큼 재무 상태가 부실하다는 뜻이다.

김대진 한은 경제통계국 기업통계팀장은 "지난해 코로나19 여파에 영업 적자를 본 기업이 늘고 기업들이 끌어다 쓴 대출까지 늘어난 결과"라고 분석했다. 실제 지난해 말 기준 기업들의 부채비율과 차입금 의존율은 각각 118.3%, 30.4%로 전년 말보다 2.6%포인트, 0.9%포인트씩 상승했다.
한국일보

그래픽=송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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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까지 떠안은 기업 "리스크 관리해야"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대내외 여건이 악화되면서 부진한 경영 상황이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이어질 거란 우려가 높다. 특히 올 하반기 들어 본격화된 원자재 가격 급등과 물류 대란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병목 현상 등 기업 환경을 둘러싼 악재들을 고려할 때 기업들이 체감하는 상황은 '최악의 일년'으로 꼽히는 지난해에 비해 별반 나아진 게 없다.

최근 IBK기업은행이 국내 4,617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기업들의 절반 이상(51.6%)은 2020년 경험한 경영난이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부실기업을 중심으로 리스크 관리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한은도 지난 6월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 관련 상황의 불확실성, 미·중 갈등 심화 등으로 기업의 실적 회복이 지연될 경우 취약기업을 중심으로 잠재된 신용위험이 현재화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김남훈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이날 발표한 '2022년 산업전망 보고서'를 통해 "공급차질로 인한 제조업의 생산차질 리스크가 남아 있고 공급원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부담도 높아 기업들의 경영 관리 역량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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