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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구찌 7개, 샤넬 6개' 향수·주얼리로 분화한 명품…희소성→확장성 돌아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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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시계에서 주얼리·신발·자전거까지 확장
"명품 로고만 달면 불티나게 팔리기 때문"
남성 명품관, 2030세대 소비 주도하며 큰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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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부티크 명품 매장들이 자리 잡은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1층. 신세계백화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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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 매장이 몇 층인가요?"

이제 백화점에서 이런 질문을 하면 도리어 "어떤 매장을 찾느냐"는 반문을 듣게 됐다. 코로나19로 억눌린 소비심리가 명품으로 옮겨가면서 명품 브랜드들이 패션·잡화 등 기존 주력 영역을 넘어 주얼리부터 신발, 자전거까지 사업을 세분하며 확장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명품 로고만 붙이면 주얼리든, 그릇이든 불티나게 팔리니 확장을 안 할 이유가 없다"는 자조까지 나온다.

한 백화점에 구찌 매장 7개·샤넬 6개


2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는 가방, 화장품, 여성 부티크1·2, 주얼리, 신발에 남성용품까지 총 7개의 구찌 매장이 입점해 있다. 샤넬도 화장품1·2·3, 주얼리, 부티크, 신발 등 총 6개 매장을 운영한다.

강남점은 명품 브랜드 배치를 위해 공간 구성도 바꿨다. 10개월간 리뉴얼 공사를 마치고 지난 8월 개관한 강남점 1층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명품 화장품·잡화 매장이, 1층과 2층 사이 '메자닌(Mezzanine·중층)' 공간 약 1,568㎡(475평)에는 부르고뉴 와인숍과 프랑스 프리미엄 세라믹 매장, 명품 향수와 화장품 매장이 자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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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주요 명품 전문관 운영 현황. 그래픽=강준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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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메자닌 층에 자리한 니치(고급) 향수존. 신세계백화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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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과 에르메스, 루이뷔통, 구찌, 고야드 등 글로벌 명품 브랜드의 국내 1호점이 있는 서울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도 올해 초 매장 개편을 통해 남성 특화 매장을 강화하고 고가 주얼리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4월 그동안 남성 의류가 있었던 웨스트 4층 구성을 바꿔 국내에서 처음으로 프라다 남성 전용 매장과 불가리 남성 단독 매장을 열었다. 시계 브랜드 태그호이어와 브라이틀링도 배치했다. 이스트 2층엔 이탈리아 하이주얼리 브랜드인 부첼라티 매장을 국내에 처음 선보였다.

롯데백화점도 지난 7월 서울 소공동 본점 5층 전체를 남성 명품관으로 개편하고 톰포드와 돌체앤가바나, 발렌티노 등 남성 브랜드를 집중 배치했다. 복합 매장으로 운영하던 브랜드 중 남성 고객의 비중이 높은 겐조와 발렌시아가, 루이뷔통 등의 브랜드는 멘즈 매장을 별도로 열었다. 스위스 명품시계브랜드 IWC가 오픈한 세계 최초의 공식 커피 매장도 선보였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2030세대를 중심으로 남성 해외 패션 시장이 크게 성장하고 있어 기존 면적의 2배 이상으로 규모를 확대해 5층 전체를 남성관으로 꾸몄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롯데백화점 남성 명품 매출은 전년 대비 66%나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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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 웨스트 4층 남성 의류 매장. 갤러리아백화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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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의 문어발 전략...한숨 커지는 국내 브랜드


명품 브랜드들은 다소 시험적인 품목은 팝업스토어를 열고 고객의 반응을 살피기도 한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지난달 '고야드 제트 블랙(Jet Black) 팝업 쇼케이스'를 통해 고야드 신상품을 최초로 판매하는 '한정 컬렉션'을 열었다. 루이비통은 올해 8월 프랑스 자전거 업체 '메종 땅보이트 파리'와 손잡고 출시한 약 3,500만 원짜리 'LV 자전거'를 국내에 내놓기도 했다.

이처럼 명품들이 지배적 가치인 '희소성' 대신 '확장성'으로 돌아선 건 그만큼 수요가 커졌기 때문이다. 희소성이 가치를 높이는 명품이 과거에 비해 보편화되자 차별화를 위해 제품 다양성에 무게를 두는 것이다. 한국 소비자들의 명품 선호 현상도 이런 추세와 맞물려 있다. 코로나19로 받은 타격을 만회해야 하는 백화점 업계의 이해관계와도 맞아떨어졌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샤넬이 주얼리까지 진출했는데도 잘되는 걸 입증했으니, 루이뷔통과 구찌는 가구로 진출해도 잘 팔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명품들이 확장성까지 가미하면서 국내 브랜드들의 위기감은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안 그래도 국내 브랜드가 갈수록 위축되는데, 이렇게 가다가는 백화점의 목 좋은 곳은 명품들이 다 차지할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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