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게이트] 성남 공원 공사장서 특검반대 거듭 밝혀
대장동 코앞서 환하게 웃는 이재명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9일 경기 성남시 신흥동의 ‘제1공단 공원화 공사’ 현장을 둘러보며 웃고 있다. 이 후보는 대장동 특검 도입 여론을 두고 “정치 공방의 소재로 악용될 가능성이 많다”며 “특검도 좋지만 선거가 다 지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국회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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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9일 경기 성남시 신흥동 제1공단 공원화 공사 현장을 찾았다. 제1공단 공원화 공사 현장은 대장동에서 10㎞ 거리로, 이 지사가 대장동 사업에서 환수한 이익으로 공원을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곳이다. 이 후보는 이 자리에서 “대한민국 역사에 유례 없는 대규모 공공 환수 사례”라고 했다. 특검 수용과 관련해서는 “특검도 좋지만 선거가 다 지날 가능성이 크다”면서 재차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 후보와 민주당 의원 10여 명은 이날 안전모를 쓰고 제1공단 공사 현장 주변을 둘러봤다. 이 과정에서 이 후보는 “아파트가 도대체 왜 이렇게 비싼 것인가” “이 나라를 망치는 게 부동산 불로소득”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고위공직자들의 부동산 보유를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고위공직자들은 필수 부동산 외에는 주식처럼 백지신탁제도를 도입해 다 팔든지, 아니면 위탁해서 강제 매각하든지 하는 제도를 만들겠다”고 했다. 대장동 의혹을 방어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부동산 불로소득을 용납할 수 없다며 역공을 취한 것이다.
이 후보는 대장동 특검 도입 여론이 높아지는 데 대해서는 “정치공방 소재로 악용될 가능성이 많다”며 반대했다. “특검도 좋은데, 구성에 한두 달, 법 만드는 데 한두 달로 선거가 지나갈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이어 “(검찰이) 돈이 어디로 갔느냐를 빠르게 추적해 부정·비리를 뿌리 뽑을 기회를 가졌으면 한다”고 했다. 앞서 송영길 민주당 대표도 특검 도입과 관련해 “국민이 이제 그만 보고 싶어할 정도로 많이 하지 않았느냐”며 거부한 바 있다.
이 후보는 ‘사퇴 종용 녹취록’을 공개한 황무성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을 가리켜 “이상한 사기죄로 재판받으며 그만둔 사람”이라며 “(검찰이) 그 사람 이야기로 도배하고, 이상한 이야기를 침소봉대한다”고도 했다. 그는 뇌물 혐의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구속 기소된 데에 대해서는 “공공 환수 과정에서 일부 관련자의 일탈이 있어 매우 유감스럽고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대한민국 역사에 유례 없는 대규모 공공 환수 사례 그 자체는 꼭 인정받아야 된다”고 거듭 주장했다. 이 후보는 “(시장 재임 당시) 성남시 가용 예산이 3000억원대에 불과해 2700억원이 넘게 드는 공원 조성 비용을 도저히 낼 수 없었다”며 “대장동 사업을 공공 개발로 전환해 개발 이익을 환수하고, 환수한 비용 일부로 (제1공단을) 공원화하는 계획을 세운 것”이라고 종전 주장을 되풀이했다. 이 후보와 함께 현장에 온 민주당 의원들도 “전국 최초의 결합 개발 방식으로 시민 세금을 절약한 사업”(김태년 의원) “결합 개발은 굉장히 창의적”(이소영 의원)이라며 대장동 사업을 치켜세웠다.
하지만 이 후보 주장과는 달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공공으로 환수된 금액은 전체 이익의 10%에 불과하다는 분석을 내놨다. 1조8211억원에 달하는 대장동 개발 이익 가운데 성남시가 거둔 배당이익 1822억원만 환수 금액으로 볼 수 있고, 나머지 제1공단 공원 조성비(2561억원), 북측터널·대장IC 확장비(920억원) 등은 민간 사업자가 개발 이익을 보는 대가로 공공시설을 설치해주는 ‘기부 채납’의 일종이라는 것이다. 경실련 측은 “대장동 개발은 ‘모범적인 공익 사업’이 아닌 공권력을 동원해 민간 특혜만 안겨준 토건 부패 사업일 뿐”이라고 했다.
대장동 입주민들도 “개발 수익금을 주민들에게 반환하라”고 하고 있다. 지난달 대장동 아파트 입주 예정자인 A씨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도대체 어디에 수익금이 쓰였기에 주민들이 험난한 교통 상황에 내몰려야 하며, (개발) 계획 실패로 인해 과밀 학급 문제에 신경 써야 하고, 송전탑이 둘러싸여 있는 곳에 살아야 하느냐란 자괴감에 빠진다”고 썼다.
야권에선 이 후보의 이날 ‘현장 방문’을 두고 “국민들은 ‘범인은 항상 범죄 현장에 나타난다’는 속설을 떠올릴 것”이라고 했다.
[김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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