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수도 로마의 명물인 트레비 분수 앞에 서 있다. 로마|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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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20개국(G20) 정상들이 지난달 30~3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기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지만 탄소 중립 시점을 2050년으로 설정하는 데는 실패했다.
G20 정상은 이날 공동선언문을 통해 지구 평균 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내로 억제하고자 함께 노력한다는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의 목표를 재확인했다.
정상들은 그러나 기후 위기 완화를 위해 필요한 탄소 중립 시점을 “금세기 중반까지”로 제시하는 데 그쳤다. 중국과 러시아, 인도 등의 반대로 ‘2050년’으로 못 박지 못한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탄소 중립 시점을 2060년으로 설정했고, 인도는 아예 목표를 제시하지 않았다.
G20 정상들은 탈석탄을 위해 주로 가난한 국가들이 추진하는 신규 석탄화력발전 프로젝트에 대한 국제 금융 지원을 2021년 말까지 중단하기로 했다. 하지만 석탄화력발전의 단계적 폐지는 “가능한 한 빨리” 이행한다는 문구만 적시했다. 2030년 말이라는 목표 시점을 명문화하지 못한 것이다.
부국들은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도록 개발도상국에 2025년까지 매년 1000억달러(약 117조원)를 지원하겠다는 내용을 선언문에 담았다. 그러나 이 역시 2009년 코펜하겐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 정상회의 합의(COP15)의 재탕에 불과하다. 당시 각국 정상들은 2009년부터 2020년까지 매년 1000억달러를 개발도상국에 지원하기로 했으나 이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G20 정상들은 올해 말까지 전 세계 인구의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을 40%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내년 중반까지 7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러나 공평한 백신 분배를 위해 코로나19 백신 특허를 한시적으로 면제하는 등의 구체적인 방안은 제시하지 못했다. 정상들은 또 글로벌 대기업들이 실제 서비스를 공급하고 이윤을 창출하는 국가에도 세금을 내도록 과세권을 배분하고, 최소 15%의 글로벌 최저법인세를 도입하는 내용의 디지털세 도입에 합의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트위터에 “내 희망이 실현되지 않은 채 로마를 떠나게 됐지만 최소한 그 희망들이 묻히지는 않았다”고 평가했다.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의장국인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는 “이번 약속은 빠르게 온난화되는 바다에 떨어진 물방울”에 불과하다면서 그마저 “공허하게 들리기 시작했다”고 혹평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회의 직후 “러시아와 중국이 기후 변화에 대처하겠다는 약속을 하지 않아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로마에 가는 대신 이번 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하고 적극적인 탄소중립 대책도 내놓지 않은 점을 꼬집은 것이다. G20 의장국 정상으로 이번 회의를 주재한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는 “이것이 시작에 불과하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구호단체 옥스팜 관계자는 “로마에서 보여준 우유부단함과 분열이 지구를 불태울 수 있다”고 비판했다.
G20 정상들은 대부분 이날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개막한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로 자리를 옮겨 구체적인 기후변화 대응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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