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년 탄소중립' 목표, 중·러 등 반대로 무산
英 총리 "치솟는 해수 온도에 물 한 방울" 지적
10월 30일 이탈리아 로마 누볼라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공식 환영식에서 각국 정상들과 각 분야 종사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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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20개국(G20) 정상들이 지구 평균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섭씨 1.5도 이내로 억제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다시 한번 뜻을 모았으나, ‘탄소 중립’ 시점을 2050년으로 설정하는 데에는 끝내 실패했다. 목표만 거창하고 구체적 실천 방법은 빠진 ‘말잔치’였다는 혹평도 나온다.
G20 정상들은 지난달 30, 3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회의를 마친 뒤 “지구 평균기온 상승 폭이 1.5도 이내일 때가 2도 이내일 때보다 기후변화 영향이 더 적다는 데 공감하고 ‘1.5도 목표’ 달성을 위해 의미 있고 효과적인 조치와 헌신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은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문구 자체는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과 비슷하지만, 목표 온도 ‘1.5도 이내’를 한층 선명하게 부각하고 실천 의지를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6년 전보다 진일보한 문제의식을 보여줬다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탄소 중립 시점은 ‘2050년’으로 명시되지 못하고 “이번 세기 중반까지”라는 두루뭉실한 문구에 그쳤다. 서방 국가들은 구체적 목표 시점을 넣자고 주장했지만, 중국과 인도, 러시아 등이 강하게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과 러시아는 탄소 중립 시점을 10년이나 늦은 2060년으로 제시했고, 인도는 아예 설정조차 하지 않았다.
G20 정상들이 ‘탈석탄’을 위해 올해 말까지 해외 석탄발전 프로젝트에 금융 지원을 중단하기로 합의한 것은 주요 성과로 꼽을 만하다. 그러나 석탄발전의 단계적 폐지 문제에 대해선 “가능한 한 빨리 이행한다”는 문구만 적시됐을 뿐, ‘2030년’이라는 구체적 목표 시점을 담아내지는 못했다. 또 화석연료 보조금 폐지 문제도 “중기적 목표를 갖고 추진한다”는 다소 모호한 문구로 빠져나갔다.
선언문에는 고소득 국가들이 개발도상국의 기후변화 대응을 돕기 위해 2025년까지 매년 1,000억 달러(약 117조 원)를 지원하기로 한 과거 약속을 이행하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하지만 이 또한 파리협약 합의 사항을 재확인하는 것 이상의 의미는 찾기 어렵다.
이번 회의 결과에 대해선 ‘말은 많았으나 새로운 진전이 거의 없다’는 혹평이 지배적이다. 국제구호단체 옥스팜은 “우리는 기온상승 폭이 2.7도에 달하는 지구온난화를 향해 나아가고 있고, 이는 재앙을 불러올 것”이라며 “로마에서 보여 준 우유부단함과 분열이 지구를 불태울 수 있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구호단체 글로벌시티즌도 “기후위기에 대해 더는 협상이 불가능한 지점에 도달했다”며 “G20에서는 구체적 행동이 없고 어설픈 대책만 있었다”고 일갈했다.
참가국 내부에서도 아쉬움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번 성명에 포함된 약속들은 빠르게 상승하는 해수 온도에 떨어트리는 물 한 방울”이라면서 “G20이 합리적이긴 하나, 갈 길은 아주 멀다”고 꼬집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내 희망이 실현되지 않은 채 로마를 떠나게 됐다. 다만 최소한 그 희망들이 묻히지는 않았다”며 짙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G20 회의 마무리 기자회견에서 기후위기 대응에 미온적인 러시아와 중국을 공개 비판했다. 그는 “기후변화에 대처하려는 약속이라는 관점에서 러시아와 중국이 기본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사람들이 실망하는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이제 각국 정상들은 영국 글래스고로 자리를 옮겨 제26차 유엔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6)에 참석해 기후변화 문제 논의를 이어간다. COP26은 국가별로 파리협약 실천 상황을 점검하고 세부 계획을 세우는 자리다. 하지만 예고편 격인 G20 정상회의가 확실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데 비춰볼 때, COP26 또한 유의미한 합의에 이르기까지는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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