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 실적 추이/그래픽=이승현 디자인기자 |
인터넷전문은행이 3분기에도 가파른 성장곡선을 그렸다. 기업대출을 취급하지 않는 인터넷전문은행은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가 치명적인 데다 중저신용자 대출을 늘려야 하는 '이중 과제'를 안고있지만 고객 수 확대에 힘입어 성장세를 이었다.
카카오뱅크는 3분기 520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고 2일 공시했다. 1~3분기 누적 순이익은 167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95.6% 늘었다. 케이뱅크는 3분기 168억원의 순이익을, 1~3분기 누적으로는 84억원의 순이익을 각각 기록했다. 순손실을 면하지 못하던 케이뱅크가 누적 실적으로 흑자를 달성한 건 2017년 출범 후 처음이다. 올해 처음으로 '연간 흑자'를 낼 것으로 보인다.
두 은행 모두 고객 수가 꾸준히 늘어난 덕분이다. 특히 카카오뱅크는 경제활동인구 10명 중 6명이 쓰는 은행 앱(애플리케이션)으로 자리잡았다. 3분기 말 기준 카카오뱅크 고객 수는 1740만명으로 집계됐다. 카카오뱅크 앱의 MAU(월간 실사용자 수)는 1470만명을 넘어서면서 금융 앱 부문 1위 자리를 지켰다. 카카오뱅크는 고객 범위가 전연령대로 넓어진 것에 의미를 뒀다. 10대 청소년의 40% 이상이 카카오뱅크 '카카오뱅크 mini(미니)'를 쓰는 것으로 파악됐고 올 1~9월 새로 유입된 고객의 60%가량은 40대 이상이었다. 케이뱅크 고객은 3분기 말 기준 660만명으로 카카오뱅크엔 못미치지만 지난해 말(219만명)과 비교해서 증가폭이 두드러졌다.
가계대출 규제와 더불어 중저신용자 대출을 늘려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여신잔액은 나란히 늘었다. 카카오뱅크의 여신 잔액은 25조385억원, 케이뱅크의 경우 6조1800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여신 성장과 관련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고신용대출 잔액이 줄었지만 중저신용대출, 전월세보증금 대출 잔액이 늘어 전체적인 성장을 방어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중저신용자 대출 목표에도 가까워졌다. 케이뱅크, 카카오뱅크는 연말까지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각각 21.5%, 20.8%로 늘려야 한다. 3분기 카카오뱅크 신용대출에서 중신용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3.4% 수준이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이날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연간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 중"이라며 "9월 한달간 신용대출 공급액에서 중금리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40%를 상회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수신잔액도 늘었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시중은행처럼 오프라인 비용이 들지 않아 예금 금리에 혜택을 좀더 얹어줄 여력이 있다. 케이뱅크의 대표상품인 파킹통장 '플러스박스' 금리는 0.8%다. 시중은행 파킹통장 금리가 0.1%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높은 편이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모두 이러한 파킹통장을 앞세워 저원가성 예금 비중을 늘릴 수 있었다.
비이자이익은 플랫폼 수익을 통해 증가했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영업수익에서 플랫폼이 차지하는 비중은 10.5%로 두 자리 수를 넘어섰다. 증권사 주식계좌 개설, 신용카드 모집 대행, 연계대출 등을 통해 성장을 이뤘다. 케이뱅크는 업비트 등 제휴처라 늘어난 덕분에 비이자이익을 개선했다. 1년 전엔 손실을 냈지만 3분기엔 85억원의 이익을 냈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앞으로도 플랫폼 경쟁력을 통해 고객 확대에 나설 방침이다. 서호성 케이뱅크 행장은 "상품을 다양화하고 수수료 사업을 확대해 디지털 금융 플랫폼 사업자로의 전환을 본격화하겠다"고 말했다.
양성희 기자 ya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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