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06 (일)

이슈 세계 금리 흐름

연준 '신중한 긴축' 의지에도…월가는 "금리 인상 빨라진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연준, 11월부터 테이퍼링…월 150억달러씩 축소

'비둘기' 파월, 시장 달래…"금리는 올릴 때 아냐"

다만 시장은 '테이퍼링 직후 금리 인상' 컨센서스

선진국 중 첫 금리 인상?…4일 영국 회의도 주목

이데일리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2~3일(현지시간) 이틀간 열린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CNBC)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신중한 긴축’의 첫발을 뗐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지속했던 양적완화(QE)를 서서히 줄이는 테이퍼링(채권 매입 축소)을 선언하면서다. 연준은 예상대로 월 150억달러씩 채권 매입량을 줄이기로 했다.

최대 관전 포인트는 기준금리를 언제 올릴 지다. 연준은 금리 인상을 두고 대놓고 ‘아직 멀었다’는 신호를 주려 애썼다. 고용 사정이 나아지고 있지 않은 만큼 천천히 돈줄을 조이며 성장세를 뒷받침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그러나 월가의 생각은 약간 달랐다. 인플레이션 공포가 큰 만큼 이르면 내년 중반께부터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데 컨센서스가 조금씩 형성되는 기류다.

파월 “금리 인상? 인내심 가질 수 있다”

2~3일(현지시간) 열린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테어피링 발표는 이미 예견돼 왔다. 그만큼 시장 충격은 없었다. 3일 뉴욕증시에선 다우지수가 0.29% 오르는 등 3대 지수가 모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눈여겨볼 건 연준이 11~12월 두 달에 한해 테이퍼링 계획을 밝혔다는 점이다. 연준은 통화정책성명을 통해 “(월 150억달러의) 자산 매입 감소는 적절하다고 판단한다”면서도 “필요할 경우 (테이퍼링 속도를) 조정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올해 말 경제 상황을 본 후 내년부터는 채권 매입량을 늘릴 수도 있고 줄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문구 자체만 보면 중립적이다. 다만 시장은 최근 치솟는 물가 탓에 테이퍼링 속도를 올릴 수 있다는 쪽으로 다소 기울었다. 씨티그룹은 “(채권 매입) 축소 폭을 150억달러에서 200억~300억달러로 늘릴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그러나 테이퍼링 결정 직후 기자회견에 나선 제롬 파월 의장의 의지는 확고했다. 그의 언급을 ‘돈줄 조이기 속도를 천천히 하겠다’고 한 줄로 요약해도 될 정도로 신중한 긴축을 강조하고 나섰다.

파월 의장은 “테이퍼링 결정이 금리 인상에 직접적인 신호를 주는 건 아니다”며 “우리는 인내심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낮은 노동참여율을 거론하며 “지금 여건은 최대 고용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지속하며 성장을 뒷받침하겠다는 의미다.

그는 인플레이션 우려에 대해서는 “공급망 대란이 해소되는 시기를 예측하는 건 매우 어렵다”면서도 “내년까지는 공급망 병목 현상이 이어지고 인플레이션이 상승하겠지만 내년 중반께부터는 후퇴하기 시작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급히 금리를 올릴 정도의 초인플레이션은 없을 것이라는 뜻이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폴 애시워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연준 내에서 인플레이션이 상당 부분 일시적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건 여전히 비둘기파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진단했다. 이날 뉴욕 증시의 주요 3대 지수가 연준의 테이퍼링 공식 선언에도 모두 신고점을 갈아치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치솟는 물가…월가 일각서 ‘조기 인상론’

그러나 월가 일각에서 여전히 연준의 의지에 의구심을 품는 기류가 엿보인다. 파월 의장의 예상보다 인플레이션 양상이 더 심각해 수 있다는 점에서다.

연준이 주로 참고하는 물가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지난 9월 당시 전년 동월 대비 4.4% 급등했다.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5.4%까지 치솟았다. 통화정책 목표치(2.0%)를 넘어선지 오래다. 이는 연말로 갈수록 추가 상승할 수 있다는 게 월가의 시각이다. 기대인플레이션 역시 ‘역대급’ 급등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테이퍼링은 내년 6월 혹은 그 이전에 끝날 것”이라며 내년 4분기 첫 금리 인상을 점쳤다. 연준이 테이퍼링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얘기다. 씨티그룹은 첫 인상이 내년 6월에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내년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84.6%로 예상했다. 6월의 경우 61.5%다. 연준과 시장의 괴리가 작지 않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긴축의 시대로 접어드는 건 연준뿐만 아니다. 기축통화국인 미국에 앞서 상당수 나라들은 이미 돈줄 조이기를 준비해 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영국, 캐나다, 호주 등 선진국들의 조기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당장 4일 통화정책회의를 여는 영국 영란은행(BOE)의 행보가 주목된다. 인플레이션 우려로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관측이 많기 때문이다. WSJ는 “시장은 영국이 주요 선진국 중 가장 먼저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캐나다 중앙은행(BOC)은 이미 QE를 완전히 종료하기로 한 상태다. 당초 그 시기를 12월로 예정했지만, 한 달 더 앞당겼다. 이와 함께 티프 매클렘 BOC 총재는 내년 4월 금리를 올릴 것임을 시사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