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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이슈 세계 금리 흐름

돈줄죄는 美…이르면 내년 6월 금리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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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테이퍼링 돌입 ◆

매일경제

코로나19 사태 이후 사실상 무제한적인 돈 풀기에 나섰던 미국이 '돈줄 조이기'로 방향을 선회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이달 말부터 유동성 공급을 줄이는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을 시작하겠다고 3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시장 전망에 부합하는 테이퍼링 일정이 공개되면서 뉴욕 증시 3대 지수는 모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연준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개최한 후 발표한 성명에서 "지난해 12월 이후 연준이 목표로 했던 경제 분야의 상당한 진전이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연준은 "월간 순자산 매입을 국채 100억달러, 주택저당증권(MBS) 50억달러씩 줄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매월 150억달러씩 채권 매입을 줄여나가면 내년 6월에 테이퍼링 일정이 마무리된다.

연준은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월 국채 800억달러, MBS 400억달러 등 총 1200억달러의 채권을 매입하면서 유동성을 직접 공급해왔다. 일단 연준은 11월과 12월에 한해 구체적인 채권 매입 축소 계획을 공개했다. 내년 테이퍼링 일정은 12월 FOMC 회의에서 확정하기로 했다. 연준은 "경제 전망 변화에 따라 매입 속도를 조정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는 인플레이션이 진정되지 않을 경우 테이퍼링 규모를 키워 예상보다 빠른 시기에 테이퍼링을 완료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사진)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테이퍼링을 시작하기로 한 결정이 금리 인상을 고려하고 있다는 직접적 신호는 아니다"는 점을 강조하며 "기준금리 인상을 위해서는 별도의 엄격한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아직 고용 회복이 완전하지 않다는 점을 거론하며 "우리는 인내심을 가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준이 비둘기파적 자세를 견지하자 뉴욕 증시는 4거래일 연속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4일 유럽 주요 증시도 상승세인 가운데 프랑스 CAC40지수와 독일 DAX지수는 장중 사상 최고치로 거래됐다.

시장에서는 테이퍼링이 끝나는 즉시 금리 인상이 단행될 것으로 보는 전망이 높아지고 있다. CME그룹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월가 트레이더들의 44.7%는 첫 번째 금리 인상이 내년 6월에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11월까지는 두 차례 금리 인상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파월, 금리인상 신호 아니라지만…인플레 장기화 시사에 월가 긴장

인플레에 대한 시각 달라져

9월엔 "인플레 일시적" 단정
낙관 따른 시장비판 의식한듯
이번엔 "일시적일 거라 예상"

일단 완화적 기조에 시장안도
일각선 "12월 매파로 바뀔 것"
월가 "내년 두 차례 금리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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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입회장에 있는 TV 스크린을 통해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테이퍼링을 발표하는 모습이 방송되고 있다. [AP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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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3일(현지시간) 유동성 공급 축소(테이퍼링) 시작을 공식 선언함에 따라 시장의 관심은 금리 인상 시기와 폭에 쏠리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테이퍼링 결정은 금리 정책에 대한 직접적인 신호로 의도된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런 발언은 지난 9월 FOMC 회의에서도 강조했던 내용이다.

파월 의장은 "이번 회의에서는 테이퍼링에 대해서만 논의했고, 금리 인상 관련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금리 인상을 위해서는 별도의 한층 엄격한 조건이 만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발언에 이날 뉴욕 증시 3대 지수는 모두 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파월 의장의 이 같은 발언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갈수록 시장에서는 내년 금리 인상이 예상보다 빨라질 것으로 보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CME그룹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월가 트레이더들의 32.8%는 내년 11월까지 두 차례 금리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첫 금리 인상은 이르면 6월에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44.7%에 달한다. 지난 9월 FOMC 직후에는 금리 인상 시기를 내년 9월로 보는 전망이 높았지만 시기가 좀 더 앞당겨지고 있는 셈이다. 이는 미국이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어서 연준이 조기에 금리를 인상해 이를 제압해야 할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는 이야기다.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은 지난 5월부터 5개월 연속 5%를 넘고 있다.

연준은 이날 정책결정문에서 "인플레이션은 대체로 일시적일 것으로 예상되는 요인들로 인해 상승했다"고 밝혔다. 연준은 지난 9월 인플레이션에 대해서 '일시적(transitory)'이라고 평가했다. 이번에는 이런 단정적 표현 대신 '일시적일 것으로 예상되는(expected to be transitory)'이라는 표현으로 톤을 조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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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은 그간 인플레이션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을 견지해 정책 대응 시기를 놓쳤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그러자 이렇게 표현을 바꿔서 인플레이션에 대응할 의지가 있음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연준이 여전히 '일시적'이라는 용어에 집착하는 것은 완화적 기조를 지속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했다.

이런 점이 주식시장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10월 이후에도 인플레이션이 계속된 것으로 나타나면 차기 FOMC 회의에서는 연준이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UBS증권은 "향후 수개월간 인플레이션 지표는 컨센서스(시장 전망치)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12월 FOMC에서는 일시적이라는 표현이 삭제되고 매파적인 방향이 구체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준은 대외적으로는 금리 인상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인상을 주려고 노력했지만 인플레이션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는 전망을 드러냈다. 연준은 "팬데믹과 관련된 수급 불균형, 경제활동 재개가 일부 분야에서 상당한 가격 인상 요인이 됐다"며 공급망 병목현상과 높은 인플레이션이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파월 의장은 가파른 임금 인상이 인플레이션을 가중시킨다는 분석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파월 의장은 "우려되는 임금 상승은 없었으며 최근 인플레이션은 고용이 아니라 공급 부족과 강한 수요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연준이 매월 150억달러씩 채권 매입을 줄여나가겠다고 밝힌 것은 일단 11월, 12월 두 달간만 적용된다.

내년에도 비슷한 기조가 유지되겠지만 최종 계획은 12월 FOMC에서 결정하겠다는 여지를 남겨뒀다. 인플레이션 상황, 고용 등 향후 경제 상황 변화에 따른 대응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이 진정되지 않는다면 내년부터 채권 매입 감축폭을 늘릴 수 있다고 시장에 신호를 보낸 것이다.

시장 평가는 다소 엇갈렸다. 씨티그룹은 "내년부터 채권 매입 축소폭이 매월 150억달러에서 200억~300억달러로 확대될 수 있다"며 "높은 인플레이션, 공급 부족 상태의 노동시장을 고려하면 첫 금리 인상 시기를 내년 12월에서 내년 6월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파월 의장이 내년에 금리 인상에 급히 나설 것으로 예상하지 않으며 내년 4분기 중 첫 금리 인상을 할 것이란 전망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뉴욕 = 박용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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