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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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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콜 카카오의 1%였던 '타다'…왜 퇴출될 수밖에 없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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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타다를 운영하던 VCNC에 몸담았다가 퇴사한 직원 이대호·김종윤·유지영·김태훈 씨(왼쪽부터)가 지난달 26일 저녁 강남역 인근 공동주거 공간 논스에서 매일경제와 인터뷰를 하며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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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14일 국내 다큐멘터리로는 처음으로 스타트업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가 나왔다. 바로 '타다: 대한민국 스타트업의 초상'(이하 타다 다큐)이다.

타다는 11인승 이상, 15인승 이하 승합차를 빌릴 경우 운전자를 알선할 수 있다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조항을 근거로 영업을 하다가 비운을 맞게 된다. 택시업계 반발과 이를 의식한 국회와 정부의 방해로 인해 서비스를 강제로 접어야 했다.

이후 타다 운영사인 VCNC는 가맹택시 서비스인 타다 라이트를 지난해 10월부터 재개했고 국내 유니콘 기업인 비바리퍼블리카(금융앱 토스 운영사)가 최근에 VCNC를 인수하게 된다. 타다 다큐는 법원이 합법적인 사업자로 판결했음에도 불구하고 국회와 정부가 타다금지법을 제정해 해당 서비스를 막은 것, 그리고 타다 라이트 서비스를 새로 출시하며 어려움을 극복하는 모습을 담았다.

매일경제는 4월 정부와 정치권에 의해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었던 타다의 현실을 생생히 조망한 이 다큐에서 못다 한 얘기를 듣고자 지난달 김종윤, 김태훈, 유지영, 이대호 등 전직 VCNC 직원 4명을 만났다.

이들은 타다를 운영한 VCNC 사업부서에서 1~2년간 프리미엄, 베이직 등 서비스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역할을 했다. 유지영 씨는 "국회와 정부라는 외부 변수로 사라진 타다 서비스가 사람들에게 잊히는 것 같아 가슴 아팠는데 당시 상황을 기록하는 다큐가 나와서 억울함이 조금 씻기는 것 같다"고 소회를 밝혔다. 김태훈 씨는 "타다가 한창 전성기였을 때도 콜을 받는 개수가 카카오택시의 1% 남짓이었다"며 "타다 사태를 계기로 대한민국에서 사업하는 데 있어서 위험 요소가 많다는 점을 느꼈다"고 회고했다.

이들은 이해관계자인 택시기사를 배려하면서 사업이 전개됐으면 하는 아쉬움도 전했다. 또한 타다가 역설적으로 사업에 가장 강력하게 반발했던 택시기사분들에게 좋은 플랫폼이 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대호 씨는 "개인택시 기사분을 관찰하니 평생 홀로 일하시면서 고객으로부터 제대로 된 평가를 못 받고, 그나마 평가를 받는 게 취객에게서 듣는 안 좋은 말들이었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그러다 보니 택시기사분들이 구조적으로 승객을 진심으로 대하지 못하는 구조인데 타다와 같은 디지털 플랫폼은 고객 평가를 온라인상에서 볼 수 있어 개인택시 기사분들이 보다 업에 대한 자긍심을 가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택시업계와 타다 간 갈등을 중재해야 할 정부와 정치권이 오히려 갈등을 부추겼고, 이 때문에 타다 서비스가 사라지면서 결과적으로 이해관계자 누구의 삶도 나아진 것이 없다는 게 이대호 씨의 진단이다.

이들은 1시간30분이라는 시간 제약상 다큐에선 잘 다뤄지지 못했지만, 타다를 만들기 위해 밑단에서 엄청난 노고가 있었다고 말했다.

VCNC가 2018년 11월 카니발 렌터카 호출서비스(타다 베이직)를 출시한 이후 9개월 만에 회원 100만명을 모으기까지 온갖 돌발 변수에 대응한 직원들이 있었다는 것. 김종윤 씨는 "다큐에선 좋은 결과물인 타다 앱이 얼마나 혁신적인지만을 보여줬는데, 그 사업을 돌아가게 하기 위한 현장 사업부서 직원의 노고도 어마어마했다"며 "운전기사 부재 시 직원이 바로 현장에 가서 운전을 하고, 사고 발생 처리와 배차소·차고지 관리도 수시로 해야 했다"고 전했다.

타다 다큐를 보면 VCNC 퇴사자가 남아 있는 직원들 앞에서 지난날의 소회를 밝히는 장면이 나온다. 이대호 씨는 "당시 매우 어두운 분위기가 있었는데 다큐에서 잘 다뤄지지 않은 부분이 있다"며" 바로 회사 구조조정 과정에서 비정규직·계약직부터 구조조정 대상이 됐다는 것"이라고 아파했다.

이들 4명은 정규직으로서 타다 베이직 서비스가 중단된 이후에도 수개월간 더 근무한 뒤 VCNC를 퇴사했다. 현재 김종윤, 김태훈, 유지영 씨는 스타트업계에 종사하고 있다. 이 중 김종윤 씨는 네이버로부터 최근 100억원을 투자받은 정육각에 입사해 배송 서비스 '런즈'를 기획했다. 그는 "타다에서 경험이 런즈를 기획하는 데 중요한 밑거름이 됐다"고 밝혔다. 이대호 씨는 타다금지법 이후 정치를 바꿔야 한다는 생각에 더불어민주당 당원 자격으로 내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성남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그는 "제2, 제3의 타다가 우리 사회에 다시 출현할 수 있도록 정치를 바꿔보고 싶다"며 "갈등을 중재하는 정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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