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오전 6시(현지시간).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온 드보라 비토리니(56)는 남편 세르지오와 함께 2년 만에 미국 마이애미 국제공항에 발을 들여놓았다. 비토리니는 마이애미주에 사는 딸과 손자를 만나기 위해 백악관에서 입국 제한 완화를 발표하자마자 항공편을 잽싸게 예약했다. 딸 나탈리아 비토리니(28)는 불과 3주 전에 아들을 낳았다. 아기를 유모차에 태우고 부모님을 기다리던 그는 “엄마가 내 아기를 보러 올 수 있도록 국경이 열리기만을 기다렸다”고 뉴욕타임즈에 말했다.
독일에서 오는 애인을 만날 기쁨에 한걸음에 달려온 이도 있었다. 보스턴 로건 공항에선 버몬트주에서 온 폴 캠벨(63)이 하트 모양 풍선을 들고 약혼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약혼자는 독일인이다. 두 사람이 재회하는 데는 자그마치 2년이 걸렸다. 캠벨은 “약혼자를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황홀하고 행복하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메사추세츠주 보스턴 로건 국제공항에서 폴 캠벨(왼쪽)이 23개월 동안 만나지 못했던 약혼자 패트리샤 비태그(오른쪽)를 감싸안으며 환영하고 있다. |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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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존 F. 케네디 공항에선 한 어린이가 런던 히스로우 공항에서 오는 첫 항공편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저 좀 자란 것처럼 보이나요. 730일이나 기다렸어요. 질 이모랑 마크 삼촌 너무 보고 싶었어요”라는 팻말을 들고 서 있었다.
미국은 8일부터 유럽 각국을 포함한 33개국에 걸어뒀던 입국 제한조치를 코로나19 백신 접종자에 한해 해제했다. 미국으로의 입국 제한 조치는 지난해 2월 중국에 처음 부과됐으며 이후 유럽연합(EU)과 영국, 인도 등으로 확대돼 20개월 넘게 지속됐다. 국경을 접한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육로를 통한 입국도 제한됐다. 미국 여행협회(USTA)에 따르면 입국이 제한됐던 33개국 입국자가 지난 2019년 전체 외국인 입국자에서 차지한 비중은 53%에 달했다. 이날 입국 제한이 풀리면서 이제는 백신접종 증명서와 음성 판정 서류만 내면 미국행 비행기를 탈 수 있다. 한국은 그간 음성 판정서만 내면 미국 입국이 가능했는데 이날부터는 백신접종 증명서도 내야 한다.
8일(현지시간) 뉴욕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에서 이산가족 상봉이 이루어진 모습. |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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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친구와 단절되고 경제에 타격을 입었던 미국인들에겐 이날이 ‘코로나19 이전의 세상’으로 복귀하는 첫걸음으로 여겨졌다. 지나 라이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은 “오늘부터 미국이 운영을 재개했다는 사실을 전 세계에 알린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가계와 기업들은 입국 제한 정책 해제로 다시 경제가 활성화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예컨대 미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캐나다와 멕시코 국민들에겐 국경을 건너다니는 게 일상생활이나 마찬가지였다. 미국이 자국민 외 입국을 전부 제한하면서 국경 인근 지역은 경제적으로 타격을 입었다. 샌디에고의 샌시드로시는 코로나19 이후 소매 매출이 약 75%나 급감해 300여 개의 기업이 문을 닫았다.
항공업계도 다시 기지개를 켜는 분위기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 델타항공사는 6주 전 백악관이 입국 제한 완화 방침을 밝힌 후 미국행 항공권 예약이 450%나 급증했고, 대부분의 항공편이 만석이라고 말했다. 유나이티드항공은 제한조치가 풀린 당일 입국 제한이 완화된 33개국에 33편의 항공편을 편성했으며 이번 주 미국에 들어오는 승객이 그 전 주와 비교하면 약 50%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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