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산업계 일각의 주장과 달리 주 52시간제가 시행된 이후 조선업 등에 종사하는 근로자 임금이 오히려 늘었다는 정부 분석 결과가 나왔다.

고용노동부는 '기타 운송장비 제조업'(조선업이 약 80% 차지) 5∼299인 사업장의 상용직 임금이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올해 상반기에 2.6%(월 336만3천원→345만2천원), 올해 7∼8월에는 5.3%(월 329만3천원→346만8천원) 각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10일 밝혔다.

아울러 이 업종의 초과 근로시간은 올해 상반기 월평균 19.0시간, 올해 7∼8월 월평균 17.7시간으로 법상 허용되는 월 최대 52.1시간(1주 12시간)에 한참 미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018년 개정된 근로기준법에 따라 그해 7월 300인 이상 사업장에 주 52시간제가 적용됐고 지난해 1월 50∼299인 사업장, 올해 7월 5∼49인 사업장으로 단계적으로 확대됐다.

산업계 일각에서는 주 52시간제 적용 이후 임금이 감소한 조선업·뿌리기업 근로자가 부업·이직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불만이 나왔다. 또 주 52시간제에 막혀 주문대로 상품을 생산·제공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박종필 노동부 근로감독정책단장은 "통계 분석 결과는 일각에서 나오던 얘기와는 상당히 다르다"고 반박했다.

상용 근로자의 정액·추과급여 추이 [고용노동부 제공]

'기타 운송장비 제조업' 중에서도 올해 7월부터 주 52시간제가 시행된 5∼49인 사업장 가운데 5∼9인과 10∼29인 사업장의 올해 7∼8월 임금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6.4%, 4.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기간 전 산업 평균 3.8%, 제조업 평균 4.5%보다 높다.

사업체 노동력 조사의 규모별 분류는 5∼9인, 10∼29인, 30∼99인, 100∼299인 등으로 주 52시간제 시행의 규모별 기준인 5∼49인, 50∼299인 등과 달라 불가피하게 이처럼 비교했다고 노동부는 설명했다.

아울러 이 분야 종사자 비중이 95% 이상에 달하는 '상용직'을 중심으로 조사가 이뤄진 한계도 있다.

'기타 운송장비 제조업' 중 100∼299인 사업장의 올해 상반기, 7∼8월 임금은 작년 동기보다 각각 4.4%, 6.4% 증가했다. 이 역시 전 산업이나 제조업 평균보다 높다고 노동부는 전했다.

'기타 운송장비 제조업' 중 5∼299인 사업장의 올해 상반기 초과급여는 작년 동기보다 월평균 12만9천원 줄었다. 다만, 5∼299인 사업장의 규모별로는 초과급여의 증감 양상이 다르게 나타났다.

박 단장은 "개별 기업에서는 일부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분명히 있을 것"이라며 "일대일 컨설팅 등 지원을 지속해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노동부의 이 같은 분석 결과에 대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은 "주 52시간제 때문에 조선업 인력 부족 현상이 발생한다는 사측·경제단체 주장이 틀렸음이 확인됐다"면서도 "노동부 통계에도 허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금속노조는 "조선소는 복잡한 다단계 하도급 구조로 인해 정부의 상용직 통계에 잡히지 않는 하청 생산 인력이 매우 많다"며 "이들의 노동 시간과 임금이 통계에 반영되지 못한 것은 한계"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18년 이후로 추이를 잡으면 조선업 전체에 임금 상승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도 10여년 전의 임금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며 "정규직 채용 증대로 안정적인 일자리를 늘려야 임금의 지속적인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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