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선박 건조 도크. 사진=현대중공업,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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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가 52시간제가 시행된 이후 조선업계의 임금이 오히려 더 늘어났다는 통계 자료를 10일 냈다. 역대 최대 물량 수주에도 불구하고 주 52시간 등 각종 정책에 묶여 배 만들 사람을 구할 수 없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이에 대한 반박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조선업계에선 "책상에서 숫자로 논하지 말고 현장에 와서 임금수준을 파악하고, 인력난과 그 원인을 살펴보라"며 반박하고 있다.
고용부에 따르면 사업체노동력조사 통계를 토대로 '기타 운송장비 제조업(조선업이 80% 차지)의 5~299인 사업장에 근무하는 상용직 임금을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한 결과 올 상반기에 2.6%, 7~8월에는 5.3% 증가했다. 초과근로시간은 2020년 상반기 월평균 25.2시간으로 2019년 같은 기간보다 7.1시간이나 줄어든 데 이어 올 상반기에도 19시간으로 6.2시간 추가 감소했다. 올해 7~8월에는 17.7시간으로 더 줄었다. 법으로 허용된 월 최대 52.1시간(1주 12시간)에 한참 못 미친다. 초과근로시간이 이처럼 확 줄어드는데도 임금은 오히려 늘어난 것이다.
이같은 임금 상승률은 지난해 상반기만 놓고 보면 3.6% 증가한 전체 산업 평균 증가율이나 제조업 평균 증가율(4.2%)보다 낮다. 하지만 7~8월만 따지면 전산업 평균 증가율(3.8%)이나 제조업 평균 증가율(4.5%)보다 높다.
박종필 고용부 근로감독정책단장은 "통계를 분석한 결과 주 52시간제 때문에 임금이 감소해 부업과 이직이 증가하고 숙련공이 떠난다는 일부의 지적과 다른 모습이 나타났다"며 "다만 일부 어려움을 겪는 기업도 있을 것이기 때문에 컨설팅 등 정부 지원을 지속해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고용부의 이런 주장에 대해 노사 모두 통계의 함정을 지적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금속노조는 "조선업의 인력 부족은 구조적인 문제로 52시간제 때문에 임금이 줄어 조선업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입증됐다"면서도 "그러나 하청인력이 조선업에는 매우 많은데, 이런 수치가 반영되지 않는 등 통계의 허점이 드러난다"고 주장했다. 금속노조는 또 "조선업 전체에 임금상승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극심한 조선업 불황기였던 10여년 전과 비교하면 아직도 당시의 임금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 업계는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다"는 반응이다. 현대중공업 사내 협력회사 협의회 관계자는 "업무 강도에 비해 임금이 낮다는 것은 근로자뿐만 아니라 정부도 아는 현실"이라며 "전체 산업이나 제조업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평택 반도체 공장 건설 현장과 같은 건설업종, 배달과 같은 서비스업종으로 발길을 돌리는 인력이 아주 많다"며 "이들 업종과 업무 강도, 근무시간, 임금을 비교하면 왜 인력난에 시달리는지 알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고용부가 발표한 임금인상 폭은 거의 최저임금 수준인 조선 협력업체의 사정을 고려하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효과가 반영된 것일 뿐이라는 해석이다. 양충생 협의회장은 "협력업체 근로자들은 월 300~400시간 일하다 지금은 209시간으로 근로시간이 줄었다. 덩달아 임금은 30~40% 줄어든 게 현실"이라며 "현장에 와서 인력난을 제대로 파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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