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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이슈 제26차 유엔 기후변화당사국총회

“원조 아닌 보상 필요”…선진국 기후위기 ‘피해 보상론’ 부상 [CO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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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미·영 포함 10여개 COP26 당사국
2억달러 넘는 기금 투입의사 밝혀

보상금 지급엔 부정적 입장 고수
“손실 및 손상 의미 정확치 않아”


경향신문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열린 11월1일(현지시간) COP26 의장국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가 글래스고 회담장에서 연설하고 있다. 글래스고|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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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 참석한 개발도상국 및 섬나라 정상들은 부유국들이 기후 위기 피해 보상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그간 기후위기로 인해 심각한 피해를 본 나라들은 수십년 동안 손실과 피해에 따른 보상금을 부유국에 요구해왔다. 하지만 탄소배출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부유국들은 기후위기에 대한 법적 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9일(현지시간) 지구 온난화로 홍수, 가뭄, 해수면 상승 등을 겪은 가난한 나라들의 기후위기 보상 요구가 늘어나고 있어 이번 COP26에서 부유국들이 난감한 상황이 됐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알록 샤르마 COP26 의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기후 위기) 손실과 피해는 양극화 문제”라며 “(기후) 영향이 커지는 상황에서 이 주제(보상 문제)에 대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있다”고 밝혔다. 기후 위기 보상 조치의 필요성을 인정한 것이다.

지난 1일 COP26 회의에서는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개발도상국의 친환경 전환을 돕는 여러 자금지원책이 제안됐다.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10여개 COP26 당사국들은 지난 8일 개도국을 위한 기후적응 기금에 2억3200만달러(약 2738억원)를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영국 정부는 인도·태평양 지역 내 기후위기 취약국가들의 회복력을 높이기 위한 ‘회복력 있는 아시아를 위한 기후 행동’ 프로그램에 2억7400만파운드(약 4383억원)를 지원하는 계획을 따로 내놓기도 했다.

기후위기에 취약한 개도국들과 섬나라들은 단순히 친환경 전환을 위한 보조금 뿐만 아니라 피해에 따른 보상금을 줘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미 섬나라 바베이도스의 미아 모틀리 총리는 COP26 연설에서 “가장 위험에 처한 열대섬 국가들이 배출한 온실가스량은 전 세계 1% 미만이지만 북반구 국가들은 70%”라며 “희생자들에게 돈을 지불하게 하는 것은 부당하고 부도덕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독일 녹색당이 지원하는 연구소 하인리히볼재단은 개발도상국들의 손실 금액은 연간 2900억~5800억달러에 이른다고 지난 9월 밝혔다.

기후위기의 가장 큰 책임이 있는 부유국들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비용을 부담하는 것에는 대체적으로 동의하지만 보상금 지급에는 부정적이다. EU COP26 대표단 야코프 베르크스만은 기자회견에서 기후위기 대응 자금조달 합의는 책임과 보상에 관한 것이 아니며 국제협력에 관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유르겐 자틀러 독일 경제협력개발부 국장도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손실 및 손상의 의미가 정확하지 않다”며 보상 책임을 회피했다.

부유국이 빈국에 보상 형태의 지원을 하지 않는 이유는 그간 이들이 막대한 기후위기 자금을 차관 형식으로 지원해왔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제구호단체인 옥스팜은 2017~2018년 공공 기후 적응 지원금 80%가 차관 등의 형식으로 제공된 것으로 집계했다. 이 때문에 폭우 피해가 극심한 방글라데시에서 온 환경운동가 파르자나 파룩 주무는 COP26 참관인으로서 “원조가 아니라 보상이 필요하다”며 “빈곤국 부채탕감 문제도 논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부유한 국가들은 이미 정해진 기후위기 재정지원 약속도 이행하지 않고 있다. 앞서 주요 7개국(G7)을 비롯한 부유국들은 2009년 코펜하겐협정 당시 개발도상국이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도록 당해부터 2020년까지 매년 최소 1000억달러의 기후 기금을 제공하기로 약속했지만 이행하지 않았다. 영국 싱크탱크 국제환경개발연구소(IIED)는 세계 빈국 46개국이 기후 적응 비용에 연간 최소 400억달러(약 47조원)가 필요하지만 이들 국가는 2014년부터 2018년까지 단 59억달러의 적응 자금을 받은 것으로 집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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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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