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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이슈 세계 금리 흐름

한국은행·KDI, 성장률·물가전망 닮은꼴…금리인상 놓고선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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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KDI "올해 4%, 내년 3% 성장" 한 목소리

이주열 "물가 예상보다 높을 듯"…매파성향 드러내

물가 전망치 더 높은 KDI는 "금리인상 속도 빠르다"

금리인상에 따른 인플레 및 부채 억제효과에 `이견`

[이데일리 최정희 이명철 기자] 한국은행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 모두 올해 우리나라 경제가 4% 성장할 것이라고 낙관했다. 그러나 통화정책 속도에 대해서는 전혀 다른 생각을 보이며 대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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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은 이달 25일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에서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예고하고 있는 반면 KDI는 금리 인상 속도가 너무 빠르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금리 인상 과속이 자칫 경기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한은·KDI “올해 4%, 내년 3% 성장”…금리 인상에 상반된 의견

한은과 KDI가 바라보는 우리나라 경제의 모습은 별반 차이가 없다. 한은은 지난 8월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을 각각 4.0%, 3.0%로 전망했고 KDI는 11일 ‘2021년 하반기 경제전망’을 통해 한은 전망과 같은 숫자를 제시했다.

물가상승률 전망도 크게 다르지 않다. KDI는 올해와 내년 물가상승률을 각각 2.3%, 1.7%로 제시했는데 한은 역시 11월 올해와 내년 물가상승률 기존 전망치(2.1%, 1.5%)를 2% 중반, 2% 이내로 상향 조정할 방침이다. 물가는 이미 올 들어 10월까지 누적으로 2.2% 오른 만큼 연말까지 2.3%로 오를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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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은 8월에 한 전망, KDI는 11일에 한 전망
출처: 한국은행, 한국개발연구원(KDI)

한은과 KDI가 바라보는 경제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음에도 금리 인상 속도에 대해선 인식 차가 큰 편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11월 금리를 인상해도 큰 어려움이 없다”고 밝히며 11월 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화했다. 이에 더해 한은은 10월 통화정책 방향 문구를 ‘통화정책 완화 정도를 점진적으로 조정해 나갈 것’에서 ‘적절히 조정해 나갈 것’이라고 바꿨다. 문구 변화에 대해 총재는 ‘점진적’이란 단어를 시장에서 금리 인상을 한 번 건너뛰는 것으로 이해해 이런 의미를 시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11월에 이어 내년 1월 연속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한은이 금리 인상을 서두르는 이유는 빚투(빚을 내 투자)를 통한 자산가격 버블 현상을 억제하고 물가 상승 장기화 가능성을 완화하는 데 있다. 또 내년 상반기엔 대통령 선거, 차기 총재 선임 등 각종 이벤트들로 인해 금리 인상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상 등 긴축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움직이는 것이 자본유출 등의 위험을 막는데 유리해 금리 인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실제로 이날도 이주열 한은 총재는 1년 9개월 만에 ‘경제동향 간담회’를 열고 경기 흐름이 예상과 부합하지만 물가 상승은 더 높게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 총재는 “글로벌 공급 병목 영향과 함께 국제유가가 상승하고 수요측 물가 압력이 높아지면서 우리나라 역시 예상보다 높은 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KDI는 경기 회복세가 견고하지 못한 상황에서 한은이 빠르게 금리를 올릴 경우 회복세가 제약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우리나라는 (금리 인상을) 조금 일찍 시작했고 11월 또 올리게 되면 그 속도가 상당히 다른 국가에 비해 빠르다고 평가된다”며 “통화정책(금리 인상)을 너무 빨리 시행하게 된다면 경기 하방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리 인상 따른 물가상승·부채 억제효과에는 `이견`

물가 상승 원인에 대한 진단과 이를 금리 인상으로 대응할지 말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린다. 한 금통위원은 지난 달 12일 금통위 정기회의 관련 의사록에서 “현재 물가 상승은 공급 뿐 아니라 수요 측면의 압력에도 상당 부분 영향을 받고 있다”며 “수요측 요인이 생각보다 더 크다면 물가 압력이 장기화되면서 인플레이션 기대가 상승하고 이에 따라 물가가 다시 오르는 2차 파급효과가 일어날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밝혔다.

반면 KDI는 지금의 물가 상승이 공급측면의 영향이 크다고 진단했다. 정 실장은 “공급 측면의 요인에 의한 물가 상승세 확대는 통화정책으로 대응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은 거시경제학 교과서에 나오는 원론적인 얘기”라며 “수요측 압력의 속도는 빠르지 않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금리 인상의 목표 중 하나인 가계부채 증가 억제 효과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렸다. 이달 초 천소라 KDI 연구위원은 “금리 인상에 따른 물가상승률, 부채증가율 하락폭은 미미하고 통계적 유의성을 발견할 수 없다”며 “금리 인상만으로 부채 증가세를 단기간에 제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반면 한은은 9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2000년 1분기부터 작년 4분기까지 평균 기준금리 인상 효과를 분석한 결과 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경우 가계부채 증가율은 0.4%포인트 하락했고 소비자 물가 상승률 역시 0.04%포인트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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