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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이슈 물가와 GDP

바이든 "물가부터 잡아라"…급해진 연준, 금리인상 앞당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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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산시장 인플레 충격 ◆

매일경제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에 있는 한 주유소에서 운전자가 휘발유를 채우고 있다. 미국 노동부는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보다 6.2% 급등했다고 밝혔다. [EPA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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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할 위기에 처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내가 틀렸다고 한다. 옐런은 인플레이션이 완화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CPI(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을 보면 오도하는 것이다.'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이 지난달 25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서머스 전 장관은 올 들어 지속적으로 옐런 장관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정면 공격했다. 인플레이션 전망과 대응에 문제가 많다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만 해도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인(transitory) 현상에 그칠 것이라는 파월 의장의 의견에 동조하는 견해가 많았다. 하지만 이제 시장은 서머스 전 장관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고 있다. 지난 10월 CPI 상승률이 31년 만에 최고치인 6.2%(전년 동월 대비)를 기록하자 조 바이든 대통령까지 시장 달래기에 나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CPI 통계 발표가 나온 직후 성명을 통해 "물가 상승 추세를 뒤집는 것이 최우선 사안"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에너지 가격을 물가 급등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하면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와 연방거래위원회(FTC)에 관련 대책과 조치를 주문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 같은 조치가 당장은 별다른 효력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오후 미 재무부가 실시한 30년물 국채 입찰에서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났다. 응찰률이 6개월 평균인 2.29배보다 낮은 2.20배에 그쳤다. 발행 금리와 입찰 전 금리 간 차이가 2011년 8월 30년물이 발행되기 시작한 이래 가장 큰 수준으로 커졌다. 투자자들이 인플레이션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채권 투자에 싸늘한 시선을 보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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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무제한적으로 풀었던 유동성이 경제 회생에는 큰 기여를 했지만 이제 대가를 치러야 할 시간이 왔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릭 라이더 블랙록 글로벌 채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문제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최악의 상황을 헤쳐나가기 위해 제공한 엄청난 경기 부양책으로 인해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연준은 부인하고 있지만 금리 인상 시간표가 앞당겨질 가능성도 높아졌다. 이달 말 시작되는 테이퍼링(유동성 공급 축소)은 11월, 12월에는 각각 150억달러씩 감축하는 규모로 진행될 예정이다. 갈수록 예상치를 벗어나는 높은 인플레이션 탓에 테이퍼링을 내년 6월까지 마무리하려던 계획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연준은 내년 상반기 내 테이퍼링을 마치고 하반기에는 기준금리를 인상할 여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제임스 나이틀리 ING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에 "기존 전망보다 3개월 이른 2022년 1분기 내 테이퍼링 일정이 마무리되고 적어도 내년 말까지 0.25%포인트 정도의 금리 인상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이클 슈마허 웰스파고 금리 디렉터는 "연방기금금리 선물 시장은 금리 인상이 더 빨리 이뤄질 것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CNBC가 전했다. 그는 시장이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다고 본 셈이다.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교수는 "기준금리 인상이 당초 예상보다 빨라질 것"이라며 "연준이 내년에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퍼먼 교수는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고 했던 연준이 궁극적으로 틀렸다는 게 입증될 경우 쉬운 해결책은 없을 것"이라며 "이미 인플레이션이 많은 사람의 예상을 뛰어넘었다"고 덧붙였다.

소비자물가지수 상승폭이 7%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마이클 페롤리 JP모건체이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에 "11월 CPI는 전년 대비 6.8%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며 "에너지 가격과 주택 가격 급등세가 지속되고 있고, 기저효과까지 작용해 내년 봄까지는 인플레이션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임금, 주택 가격처럼 한 번 인상되면 다시 내려가기 어려운 지표들이 크게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 이런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라이더 CIO는 "고용을 늘리기 위한 임금 인상은 앞으로 몇 달 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 = 박용범 특파원 / 서울 =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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