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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 (화)

이슈 난민과 국제사회

환영 못 받는 ‘팬데믹 난민’ 2100만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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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미국행 행렬 급증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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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려 달려가지만 미국과 접한 멕시코 국경으로 향하는 트럭의 짐칸 위에 17일(현지시간) 중남미 이민자들이 발 디딜 틈 없이 올라타 있다. 헤수스 카란자 |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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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문제가 다시 세계의 고민으로 떠오르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제 위기, 권위주의 득세, 내전·쿠데타와 극심한 기후변화까지 겹치면서 고국을 등지는 사람이 늘어나면서다. 올 상반기에만 2100만명이 고향을 떠나 길 위에 섰다. 하지만 2015년에 난민 위기를 겪은 유럽은 더욱 굳게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있다. 미국도 난민 수용에는 소극적이다. 세계 각국이 난민을 밀어내는 가운데 벨라루스 등은 난민을 ‘정치적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

■국경에 갇힌 난민

영국행 불법 이민 3배 늘자
‘프랑스가 안 막는다’ 갈등

급증하는 난민 문제는 국가 간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는 최근 영불해협(도버해협)을 건너려는 난민들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중동에서 유럽으로 넘어온 난민들은 ‘브리티시 드림’을 꿈꾸며 프랑스 북서부 해안가에서 소형 구명보트를 타고 영불해협의 폭이 가장 좁은 부분(33㎞)을 횡단한다. 올해 영불해협을 건넌 난민 수는 지난해(8417명)의 3배에 달하는 2만3500명 수준이다. 영국은 ‘프랑스가 영국으로 오는 불법 이민자를 제대로 단속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프랑스는 ‘영국 노동계가 불법 이민자를 적극 채용하기 때문에 난민들이 몰려든다’고 맞서고 있다.

프랑스는 영국의 거센 항의에 결국 지난 16일(현지시간) 북서부 항구도시 덩케르크 인근의 난민촌을 폐쇄했다. 이 때문에 난민 1500여명이 거처를 잃었다. 가디언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난민 이동을 적극 단속하지 않는 식으로 유럽연합(EU)을 떠난 영국에 일종의 앙갚음을 하고 있다는 인식이 영국에서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도 중남미서 몰려오는 불법 이민자 행렬(캐러밴)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서 적발된 불법 이민자 수는 올해 165만명을 넘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40만명)에 비해 4배 증가한 수치다. 멕시코는 캐러밴을 저지하는 대가로 미국에 비자 확대를 요구하는 등 흥정을 벌이고 있다.

■정치적 카드로 이용되는 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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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 앞에 가로막혀 벨라루스와 폴란드 국경 지역의 쿠즈니차 검문소에서 유럽으로 가길 희망하는 중동 난민 어린이들이 17일(현지시간)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폴란드 경찰과 마주보고 있다. 그로드노 | 타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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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루스·폴란드 국경 사이
정치 갈등에 수천명 발 묶여

최근 유럽으로 향하려는 난민들이 늘어나자 벨라루스는 서쪽의 폴란드 국경으로 이들을 밀어내며 갈등을 부추겼다. 이달 들어 벨라루스-폴란드 국경의 쿠즈니차 검문소에서 난민 수천명이 월경을 시도했고 폴란드 국경수비대는 물대포와 최루가스, 섬광탄 등을 동원해 저지했다. 벨라루스 편에선 러시아와 EU 간의 군사적 긴장까지 고조됐다.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장악을 비롯해 중동, 아프리카 지역의 정치 불안과 경제 위기는 유럽행 난민 급증으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들어 현재까지 폴란드로의 불법 월경 시도 건수는 3만건에 달한다. 하지만 벨라루스에서 폴란드로 넘어간 난민들은 즉결 추방됐고, 벨라루스가 송환을 허가하지 않으면서 난민들은 국경 지대에서 오도 가도 못한 채 혹독한 겨울을 나야 한다.

뉴욕타임스(NYT)는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로 불리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이 EU의 제재 완화를 노리고 난민을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벨라루스 정부가 최근 수도 민스크행 편도 항공권만 가진 사람에게도 비자를 내주고, 이주민 일부를 폴란드 쪽 국경으로 이주시켜 국경을 넘으라고 강요했다는 증언도 나왔다고 NYT는 전했다. 루카셴코 대통령 배후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있다고 알자지라는 지적했다.

폴란드 우파 정부 또한 이같은 난민 갈등으로 손해볼 것이 없다. 난민 수용을 거부함으로써 국내 정치적 지지를 확대하고 동시에 EU로부터 더 많은 지원을 얻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난민에 관용 베푼 나라들의 고민

남미 콜롬비아 200만명 포용
스웨덴 등 유럽 ‘빗장’ 고심

모두가 난민을 거부할 때 이들을 포용한 나라들도 있다. 지난해 베네수엘라 난민 200만명이 콜롬비아로 향했는데 이반 두케 정부는 이들에게 임시보호 지위를 부여했다. 콜롬비아 공립병원은 치료비를 내기 힘든 이주민 환자들을 치료했고, 공립학교도 50만명 이상의 이주 아동을 받아들였다. 미국조차 중남미의 인도주의적 위기를 외면하고 있는 상황에서 콜롬비아의 난민 포용에 유엔난민고등판무관은 “지난 30년간 중남미에서 가장 위대한 인도주의적 조치”라고 평했다.

하지만 난민에 문을 열겠다는 나라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2015년 유럽 난민 위기 당시 중동·아프리카 난민 200만명을 받아들인 스웨덴은 더 이상 난민에 관대하지 않다. 외교 전문매체 포린폴리시는 “유럽 난민 위기 당시 관용적 포용 정책을 펼친 독일, 스웨덴 등에서도 극우가 득세하면서 난민에 부정적 여론이 커지고 있다”고 내다봤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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