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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가 하고 싶어요'…디지코 KT, 우승 마법을 선사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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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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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 18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쏠 KBO 한국시리즈’ 4차전 kt 위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8대4으로 승리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kt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2021.11.18/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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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 KBO 한국시리즈 두산 베어스와 KT 위즈의 4차전 경기, 1회초 무사 1루에서 KT 황재균이 1타점 2루타를 날린 후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2021.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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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10구단 kt wiz(KT 위즈)가 18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두산 베어스를 8대4로 제압했다. 정규시즌에 이어 한국시리즈까지 통합 우승을 완성하며, 프로야구 막내 구단으로서 창단 8년 만의 성과다.

모기업인 KT에게도 KT 위즈의 통합우승은 역사적 이정표로 기록될 장면이다. 프로농구 kt 소닉붐은 과거 KTF 매직윙스 시절을 통틀어 단 한 차례 정규리그(2010~2011 시즌) 우승 뿐 챔피언결정전 우승 경력이 없고, 전통의 e스포츠 프로게임단인 kt 롤스터는 여러 종목에서 우승했지만 국내 스포츠계에서 위상은 프로야구에 미치지 못해서다.

더욱이 KT의 주력인 통신업 경쟁구도에서도 이번 우승은 고무적이다. 통신 라이벌인 LG유플러스의 관계사 LG 트윈스는 1994년의 영광을 끝으로 27년째 우승 트로피와는 거리가 멀었고, 한때 KBO리그 강자였던 SK와이번스는 지난해 모기업 SK텔레콤이 신세계에 매각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디지털 플랫폼 기업의 비전 '디지코(DIGICO)'로 KT가 재도약을 꾀하는 지금,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인 프로야구에서도 KT의 '전성기'가 막 시작된 셈이다.


유니콘스 인수 '포기'하자마자…'라이벌' SK의 전성기

통합우승의 영광까지 행보가 결코 순탄치는 않았다. 'KT' 이름을 단 프로야구단의 창단부터 가시밭길이었다. 2007년 1월 모기업의 자금난으로 현대 유니콘스 매각이 추진됐고, 이 과정에서 KT가 유력 인수후보로 떠올랐다. 공교롭게도 SK텔레콤의 SK와이번스가 2000년 창단 후 3년 만에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기록하고, 2005년 정규시즌 3위에 오르는 등 잠재력을 꽃피운 이후였다. 이에 자극받은 이석채 당시 KT 회장이 프로야구에서도 '통신3사 라이벌전'을 펼치려 했다는 후문이다.

당시 언론 보도 등에선 KT가 현대 유니콘스의 직접 인수보다는 '해체 후 재창단' 방식을 택했고, 임시 구단 사무실을 마련해 프런트, 코칭스태프, FA 영입과 외국인 수급 등 선수단 구성까지 완료했다는 꽤나 구체적인 풍문까지 흘러 나왔다.

그러나 결론은 '불발'이었다. 배경으로는 연고지를 둘러싼 기존 구단들과의 갈등, 거액의 창단 비용에 따른 사외이사·주주·노조 등의 반발, 현대 유니콘스가 사용한 야구기금 부담 논란이 이어지면서 KT는 결국 포기를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때마침 2008 베이징 올림픽 야구대표팀의 우승과 함께 프로야구 인기는 급상승했고, SK와이번스는 2007·2008·2010 시즌 한국시리즈를 거머쥐며 '최전성기'를 구가했다. 어쩌면 야구단의 꿈을 접은 KT로선 못내 아쉬웠을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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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범현 프로야구 10구단 KT위즈(wiz) 신임 감독이 5일 오전 경기 수원시 라마다 프라자 호텔에서 열린 초대 감독 기자회견에서 권사일 KT 스포츠 사장으로부터 꽃다발을 건네받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3.8.5/사진제공=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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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구단은 못 놓쳐…혹독한 신고식

2011 시즌 NC 다이노스가 프로야구 9구단으로 창단하면서 자연스럽게 10구단 필요성이 거론됐다. 2개 구단의 3연전이 프로야구의 일반적인 운영 방식인데, 홀수 체제에선 1개 구단의 3일 휴식이 불가피해 비효율이 크다는 취지였다. 결국 2012년 12월 KBO 이사회는 10구단 창단 승인을 만장일치로 의결했고, 다시 KT에 기회가 열렸다.

KT는 수원시와 손 잡고 경쟁에 뛰어들었다. 단일 후보는 아니었다. 건설업계의 부영과 전라북도가 손잡고 대항마로 떠올랐다. 그러나 모기업의 업력, 연고지의 시장성 등에서 'KT-수원'이 우세하다는 평가였다. 승부도 비교적 싱겁게 갈렸다. '야구발전기금' 기탁 규모가 변수였는데, KT-수원은 200억을 써냈는데 이는 부영-전북의 80억원은 물론 NC 창단 당시의 20억원 보다도 월등했다. 이듬해인 2013년 1월 17일 KBO 정기총회는 가입금 30억원, 가입 예치금 100억원으로 KT의 10구단 창단을 최종 승인했다.

팀명은 2013년 5월 공모를 거쳐 KT 위즈로 정해졌다. Wizard(마법사)에서 따온 말로 '마법 같은 야구 운영을 하겠다'는 뜻을 담았다. 그해 8월 조범현 초대 감독을 선임하고, 2014년 퓨처스(2군) 리그에서 담금질에 몰두했다. 그리고 2015년 마침내 KBO 리그에 참가했다.


마법의 시작…질때도, 이길 때도 야구장 찾은 구현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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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현모 KT대표가 라이브 랜선 신년식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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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로는 야구팬들이 지켜본대로다. 창단 후 11연패를 거듭하는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고, 12번째 경기만에 넥센(현 키움) 히어로즈에 창단 후 정규리그 첫 승을 거뒀지만 2017 시즌까지 3년 연속 리그 최하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2018년 9위, 2019년 6위로 조금씩 성장했으며, 지난해 정규리그 2위에 오르며 첫 가을야구를 경험했다. 그리고 올 시즌 삼성 라이온즈와의 1위 결정전에서 승리하며 창단 이후 첫 정규리그 우승을, 또 두산 베어스에 한국시리즈 4연승 '스윕'을 달성하며 통합우승을 완성했다.

구현모 KT 대표도 KT 위즈가 우스을 확정지은 이날 고척 스카이돔을 찾았다. 지난해 가을, 플레이오프에서 두산 베어스에 패배했을 때도 매 경기 고척 스카이돔 관중석 한 자리를 지켰던 구 대표였지만, 두 번의 쓸쓸한 퇴장은 없었다. 최근 전국적인 네트워크 장애 사고로 지금도 곤욕을 치르고 있던 KT에도 때를 맞춰 내리는 단비와 같은 소식이다.

변휘 기자 hynew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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